오시영의 세상의 창-불감증시대, 이 도둑놈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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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영의 세상의 창-불감증시대, 이 도둑놈들아!
  • 법률저널
  • 승인 2008.10.17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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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영 숭실대 법대교수/변호사/시인

 

불감증이 이 사회에 만연되어 있다. 절도불감증이, 명예불감증이, 옳고 그름의 불감증이 넘쳐나고 있는 것이다. 남의 것을 훔치고도 전혀 자신이 도둑놈이라는 사실을 깨닫지 못하고 있는 사람들이 넘쳐나고 있다. 시간도둑놈들이 넘쳐나고 있다. 다른 사람과 시간약속을 하고도 매양 늦는 사람들은 남의 귀한 시간을 도둑질하면서도 전혀 그 도둑질행위에 대하여 잘못했다는 생각을 아예 하지 않는다. 타인의 시간이 그에게 얼마나 소중한 생명의 일부분인지를 전혀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남의 생명을 갉아먹는 시간도둑놈은 이 세상에서 가장 나쁜 도둑놈이다. 남에게 함부로 시간을 내어달라고 하면서 불쑥불쑥 남의 시간을 뺏는 자들이야말로 도둑 중의 상도둑이다. 그러니 남을 방문할 때는 미리 예고하고, 시간을 내어줄 수 있는지 확인하고 방문하는 습관을 기를 필요가 있다. 인간 수명이 계속 늘어난다고 하지만, 시간을 소중하게 아껴쓰고 효율적으로 쓰는 것이야말로 가장 훌륭한 사람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쌀소득보전직불금사태를 지켜보면서 “이 도적놈”들이라는 소리가 절로 나온다. 국민의 세금을 이렇게 도적질하는 나쁜 놈들이라는 분노가 치솟는다. 공자는 자기가 행할 바를 세 번 생각하고 행동에 옮기라고 2,500여 년 전에 가르쳤다. 그 말이 더욱 절실하게 가슴에 와 닿는 요즘이다. 농사를 짓지 않으면서 농사를 짓는 것처럼 위장하여 허위서류를 국가에 제출하고, 쌀값이 떨어져 손해 본 것을 보상해 달라며 쌀소득보전직불금을 신청하는 자들은 “적은 이익을 이유로 양심을 팔고 돈독이 오른 자들”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그러한 도둑질한 자들 중에는 국회의원도 있고, 고위 공직자도 있고, 의사도 있고, 변호사도 있고, 자영업자도 있고, 하위직 공직자도 있다니, 하여튼 “눈 먼 돈 먼저 먹은 놈이 임자”라는 식의 무절제가 판을 치고 있으니 통탄하지 않을 수 없다.


부정한 방법으로 직불금을 수령해간 자가 17만 명에 이를 것이라고 하니, 이렇게 많은 도적놈들이 공공연하게 국가 예산을 축내고도 희희덕덕거리고, 오히려 농사직영을 인정받아 나중에 양도소득세면제대상자로 특혜를 받게 된다니 희한한 나라가 대한민국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옆 친구가 신청하니, 나도 신청하고, 너 나 없이 모두 신청하니 그것이 옳은 것 같고, 안 하면 바보 같은 느낌이 들 지경에 이르렀으니, 이게 본말이 전도되어야 한참 잘못된 것 아니겠는가? 다들 하더라도 그게 옳지 않으면 나는 하지 않아야 하고, 다들 하지 않더라도 그게 옳으면 나는 해야 하는 것 아니겠는가?


부정한 방법으로 국가예산을 수령해간 모든 사람을 찾아내 그 돈을 토해내게 만들어야 하고, 모두 사기죄로 처벌하여야 한다. 이러한 직불금신청사태는 형법상 명백한 사기죄이다. 타인을 기망하여 재물을 편취한 것이기 때문이다. 분명히 법은 농사를 직영하는 농민들만이 그 돈을 받아갈 수 있도록 되어 있는데, 농사를 짓지 않고 타관 도시에서 버젓한 직업을 갖고 살아가면서 농사를 짓는 것처럼 서류를 허위로 작성하여 국고금을 수령해 갔으니, 이것이야말로 사기죄라고 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모두 몇 배의 벌금을 물리고, 혼을 내놓아야 한다. 잘못하면 “앗 뜨거워”라는 된서리를 맞는다는 사실을 주지시킬 필요가 있다. 만일 17만 명의 부정한 수령자들을 모두 처벌하는 국가기강확립을 이뤄낸다면, 국가질서가 일거에 확립될 수 있는 아주 좋은 선례가 될 것이다.


관련당사자가 많다고 이를 용서한다든지 유야무야하고 넘어가서는 안 된다. 정말 되는 것은 되고, 안 되는 것은 안 되는 세상이 확립되어야 한다.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을 구분하고, 올바르게 처신하는 훈련을 우리는 받아야 한다. 세상이 온통 흐리멍텅하고 되는 것과 안 되는 것의 한계가 혼미한 세상에서 우리는 경계의 벽을 새롭게 세워야 한다. 어떻게 쌀소득보전직불금에서만 이런 일이 있을 것인가?


저소득층생계보전을 위해 지급되는 지원자금에도 엉터리 수령자들이 넘쳐나고 있고, 장애인고용보상금도 마찬가지이고, 그 외 수많은 예산 집행에서도 그런 일이 공공연하게 벌어지고 있는 것도 현실이다. 과천종합청사의 공무원들이 야간에 집에서 티비이 보다가 산책을 나와 퇴근시간 체크기에 신분증 한 번 입력하면 공짜 야간수당을 타가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는 것도 우리는 다 알고 있고, 과천 종합청사의 공무원들뿐만이 그런 행태를 보이겠는가? 하나 같이 추접스럽고, 추접스러울 뿐이다. 작은 이익을 위해 양심도 팔고, 도둑질도 서슴치 않고 하는 수많은 배웠다는 식자들, 입만 벌리면 국가의 미래를 논하고, 사회정의를 부르짖는 그 많은 사회지도자들의 도덕 불감증은 이 사회를 총체적 부정의 세계로 내몰고 있다.


진리와 정의를 가르쳐야 할 민선교육감들이 줄줄이 사퇴서를 내고 있다. 오제직 충남도교육감이 수억원의 뇌물을 받은 사실이 들통나 검찰 수사를 받게 되자 사퇴하였고, 조병인 경북도교육감이 이 역시 뇌물 받는 사실이 발각되어 검찰 수사를 받아 구속되면서 사표를 제출하였다. 덩달아 공정택 서울시교육감 역시 학교급식업자들로부터 선거자금을 지원받고, 학원원장으로부터 돈을 빌린 일로 검찰의 수사를 받아야 할 처지에 빠지게 되었다. 도대체 교육자라는 자들이, 평생 학교교육에 앞장서며 어린 학생들을 훌륭한 사람이 되라고 가르쳐왔다는 자들이 이렇게 부정과 불의에 젖어 있으면서 도덕적 불감증에 사로잡혀 있는지 알다가 모를 일이다. 참으로 기가 막힐 일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인물이 되지 못하는 자들이 의자는 크고 높은 곳에 앉고 싶어서 안달이 나고, 모든 부정과 불의한 방법을 총동원하여 그 자리를 꿰차고 앉으면, 그날부터 본색을 드러내 산중 호랑이 노릇을 하며, 인사권과 예산권을 주물러 대고 있으니 이처럼 해괴망측한 일들이 공공연히 자행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나쁜 자들에게서 교육을 받으니 학생들이 무엇이 되겠는가? 더 나쁜 것은 이러한 저급한 수준의 자질밖에 갖고 있지 못한 도토리 같은 자들을 무슨 알밤이나 되는 양 추켜세우며 주변에 모여들어 일신의 영달을 꾀하려고 한 많은 협력자들, 양지만 찾아 우르르 몰려다니는 떼거리 수준의 일선 교사들도 함께 비난받아 마땅하다.


우리 모두 불감증으로부터 벗어나는 치료를 받아야 한다. 이 가을, 얼마나 하늘이 맑고 푸른가? 코스모스 하늘거리는 세상이 얼마나 아름다운가? 어린 아이의 웃는 눈망울이 아름답고, 까르르 웃는 웃음소리가 천지를 깨우지 않는가? 좀 진지하고 착하게 살면 어디 덧나나? 도둑놈들이 잘 먹고 잘 사는 사회, 그렇다고 우리 모두 도둑놈이 되자고 할 수는 없지 않는가? “에라, 이 도둑놈들, 잘 먹고 잘 살아라, 나는 하루 세 끼 먹고 살란다.”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치솟지만 참자 참아. 나도 어디 남의 도둑놈 된 적이 한 두 번 이었을까? 내가 먼저 반성할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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