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와 우려 속에 닻을 올리는 로스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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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와 우려 속에 닻을 올리는 로스쿨
  • 성낙인
  • 승인 2008.10.10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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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낙인 서울대 교수·헌법학

 

한국형 로스쿨이 드디어 10월 첫 주에 문을 열기 시작했다. 원서접수 과정에서 지원자들의 일희일비가 교차한다. 처음 시행되는 입시라 객관적 지표도 마땅치 않다. 법학적성시험이라는 리트(LEET) 점수 이외에는 아무 것도 정량화 계량화된 것이 없다. 영어성적 학교성적 등 로스쿨 입시 이전에 사전적으로 정해진 조건에서 면접시험을 치러야 하니 입시준비라는 게 특별한 것도 없다.


게다가 학부에서 다양한 전공을 이수한 학생들이 로스쿨에서 각자의 학문적 배경 아래서 생활과학으로서의 법학을 전공한다는 로스쿨의 특성을 반영해서 법학도의 로스쿨 입학비율을 제한하고 있다. 이는 로스쿨이 개설될 것이라는 사실을 전혀 알지 못한 채 법과대학에 입학한 학생들에게는 차별적 규정임에 틀림없다. 로스쿨 입학도 제한적인 상황에서 법학도들은 로스쿨 진학과 더불어 어차피 공부해왔고 공부해야 할 사법시험 준비를 계속하기 마련이다.


2000명을 선발하는 첫 신입생들은 입시준비 만큼이나 앞으로의 진로도 답답하기는 매 한가지다. 학부에서의 전공에 상관없이 로스쿨에서 3년의 과정을 이수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일본의 로스쿨이 법학부를 유지하는 가운데 법학부 졸업생들에게는 2년만 수학하도록 한 것과는 대비된다. 법학전공자와 비법학전공자가 함께 수학하는 로스쿨에서 법학전공자들이 법적 지식의 우위를 로스쿨에서 얼마나 유지할 것이며 졸업과정에서 어떠한 성과를 거둘지 자못 궁금하다.


로스쿨 교육은 막 준비단계다. 워낙 급작스럽게 로스쿨제도가 시행되다 보니 로스쿨 당첨에 온 신경을 곤두세우다가 이제 겨우 교재개발을 시작하고 있다. 아직도 표준적인 교재나 강의안 강의방식도 없는 상태에서 여태껏 진행된 학부에서의 법학교육과 차별성을 어떻게 설정해 나갈지 걱정이다.


졸업 후의 진로 또한 오리무중이다. 과연 로스쿨 졸업생 가운데 얼마나 많은 변호사시험 합격자를 배출할 것인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도 없는 상태다. 다만 막연한 추측으로 80% 전후는 합격해야 하지 않느냐는 정도다. 비록 80%의 합격률을 보인다고 하더라도 첫 해에 400명은 낭인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해가 거듭할수록 불합격자 숫자는 늘어날 것이다. 이들 로스쿨 낭인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도 마련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결국 소규모 로스쿨의 존폐문제가 새삼 제기될 것이다.


특히 일본의 신사법시험의 전철을 밟아서는 절대로 안 된다. 일본은 첫해 48%를 기록한 합격률이 금년에는 33%로 떨어졌다. 6261명이 응시해서 겨우 2065명만 합격했다. 74개 로스쿨 가운데 거의 합격생을 못낸 대학도 수두룩하다. 172명은 세 번째 불합격으로 인해 로스쿨을 졸업하고도 더 이상 응시할 수 없게 됐다. 도쿄대 주오대 게이오대 등 전통의 명문 세 대학만 겨우 합격률이 50%를 넘어 섰을 뿐 와세다대 교토대 조차도 40% 언저리다.


로스쿨 졸업 후에 일본과는 달리 사법연수원을 거치지 않고 바로 법률실무로 나간다. 그 경우 로스쿨 졸업생을 바로 판검사로 임용할 것인지 아니면 일정기간 변호사실무를 거친 사람을 판검사로 임용할 것인지 또는 곧바로 판검사도 임용하고 실무를 거친 사람도 임용하는 절충적 방안이 될지 절충안을 채택할 경우에 그 비율을 어떻게 할지 도무지 종잡을 수 없는 상황이다.


이 모든 혼돈 속에서도 2009년 3월 로스쿨 개학 준비가 진척되고 있다. 결국 그 모든 혼란은 학생들 자신이 떠안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렇게 법학도 내지 법학도 지원자들을 카오스의 상태로 내몰고 나서 얼마나 많은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 걱정이다. 하지만 기왕에 주사위는 던져졌기 때문에 더 이상 제도의 탓만 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주어진 상황에 적응하는 길만이 살아남는 길이다.


우수한 인재들이 학부를 졸업하고 다시금 선택한 로스쿨이 사회적 성공을 보장하는 곳이 아니라 사회적 우려를 자아내는 곳으로 전락해서는 안 된다. 비싼 등록금만큼이나 이제 새로운 시대의 법률가 양성과정이 한국 사회의 내일을 밝혀주는 등불이 되었으면 하는 기대와 우려가 교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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