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시영의 세상의 창-지금은 기도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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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영의 세상의 창-지금은 기도할 때이다
  • 법률저널
  • 승인 2008.10.10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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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영 숭실대 법대교수/변호사/시인

 

지금은 기도할 때다. 온 국민이 사리사욕의 탐욕으로부터 벗어나 전체를 생각하며 자제해야 할 순간이다. 죽음이 넘쳐나고 있다. 인기 탤런트 최진실의 죽음이 많은 이들에게 충격을 주었다. 베르테르 효과라는 자살효과로 많은 이들을 죽음의 충동으로 내몰고 있다. 인터넷 악성댓글이 그 주요원인이라고 하기에는 그녀의 죽음은 너무도 충격적이다. 인기 절정을 구가하며, 자살 당일에도 CF촬영에 임했다는 그녀의 죽음은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던 일이다. 하지만 그녀 홀로 있을 때 겪어야 했을 외로움을 아무도 몰랐을 뿐이었다. 모든 것이 넘쳐나고, 그녀의 주변에 그렇게 많은 친구와 신앙의 동역자와 가족이 있었지만, 그녀는 외로웠던 것이다. 그녀가 겪는 외로움은 현대인이면 모두가 겪고 있는 외로움이고, 그 외로움의 근원에는 자신에 대한 사랑의 부재가 있다.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은 결코 좌절하지 않는다. 자신을 소중하게 여기는 것만큼 자신을 가꾸고 다듬기 때문이다.


물론 살다보면 세상 모든 것이 시시하게 느껴질 때가 많다. 특히 이룰 만큼 이룬 사람들은 더욱 그러하다. 정상에 올라버린 사람은 내려가는 일만이 남아 있을 뿐이기에, 더 오를 정상을 찾지 못해 공허 속에 빠지게 되고, 그 공허함을 이기지 못할 때 사는 게 너무나 시시해져버려 그냥 죽어버릴까 하는 생각을 갖게 된다. 더 살아봤자 신명나는 일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한 요인이 인생을 다 살았음직한 60대 이후의 자살률이 급격하게 증가하는 까닭이기도 하다. 


요한 볼프강 폰 괴테는, 샬로테 부프(Charlotte Buff)와의 실연을 바탕으로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Die Leiden des jungen Werthers》을 썼다. 샬로테 부프의 애칭이 로테(Lotte)이고 그 일본식 표기인 롯데가 우리나라에서 롯데제과의 회사명이 되기도 하였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이 1,2차 세계대전 중 독일병사들의 손에 가장 많이 들려있던 책이었고, 그러한 병사들 중 유독 자살률이 높았다고 한다. 지금 부산에서는 프로야구 코리안시리즈 준오프전이 삼성과 롯데 사이에서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롯데 프로야구팀은 부산시민들의 엄청난 사랑을 받고 있다. 프로야구 생긴 이래 최초로 130만 관중을 동원한 롯데 야구팀은 연고지역인 부산시민들의 열렬한 사랑 속에 경기가 열릴 때마다 매진사태를 빚고 있고, 부산시민들은 야구를 통해 즐거움을 만끽하고 있다.


야구가 되었건 연애가 되었건, 신앙이 되었건, 우리는 우리의 고통과 외로움을 분출시킬 비상구가 필요하다. 안으로 문을 걸어 잠그고 있으면 아무 문제도 해결되지 않는다. 3만 관중이 한 자리에 모여 함께 함성을 지르고, 함께 응원에 동참하며, 서로서로 어깨동무를 할 때 삶의 호흡은 길어질 수 있다. 자살을 미화할 생각도 없지만 무책임한 행동이라고 비난할 생각도 없다. 자살도 어찌 보면 병으로 죽은 것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암에 걸려 사람이 죽듯, 견딜 수 없는 우울증이나 정신적 충격에 의해 죽음을 택하는 것도 정신과적 질환에 의해 죽는 것이기 때문이다. 정신과 질환에는 의사의 진단과 처방이 필수적이다. 사회가 현대화되고 각박해지면 질수록 정신과를 찾는 이들이 늘어난다는 것이 선진국의 의학통계이다.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앞서 쓴바 있지만, OECD국가 중 자살률이 다른 회원국가에 비해 두 배나 높은 것이 우리나라 현실인 점을 감안할 때, 지나치게 자살률이 높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정신과 병원을 찾는 것을 두려워하는 우리사회 분위기가 그러한 치료접근을 차단하고 있어 문제이다. 정신과 치료도 하나의 치료과정일 뿐이고, 특히 가정주부들의 정신과 질환이 급증하고 있는 추세에서 가족들이 우선하여 정신과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분위기를 조성하고 격려하며, 구체적으로 행동에 나서야 한다.


어찌 보면 우리나라만큼 살기 좋은 나라도 없지만, 우리나라만큼 살기 힘든 나라도 없다. 특히 전파속도가 빠르고, 적응력이 높은 우리 국민성에 비추어볼 때 더욱 그러하다. 인터넷 강국이 된 것이 우연이 아니다. 명품 갖기에 휘둘려 짝퉁이라도 하나쯤 가져야만 체면이 서는 묘한 자존심으로 뭉친, 아니 진정한 자존심이 없는 허깨비처럼 살아가는 사람들이 넘쳐나는 것도 우리나라이다. 모든 것을 이웃과 비교하며 자위하는 사회는 잘못된 사회이다. 이러한 자기정체성이 없는 사람들에게 나타날 수 있는 현상 중의 하나가 자살충동의 모방이다. 충동마저 모방하는 세상에 우리는 내몰리고 있는 것이다.


극심한 생활고에 허덕이면 또 역시 자살충동에 내몰린다. 내일에 대한 희망이 없으면 사는 것이 지옥이기 때문이다. 미국발 換亂이 우리 경제를 벼랑으로 내몰고 있다. 지난 7개월 사이에 환율이 40%나 올랐다. 지난 2월 노무현 대통령 퇴임하던 날의 환율은 941원 정도였는데, 급기야 지난 10월 9일 현재로 국민들이 사들이는 매수환율이 1420원이나 되고 말았다. 환율이 미쳐 널뛰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이 계속해서 달러를 찍어대므로 우리 환율은 떨어져야 하는 것이 경제이론인데 위와는 정반대로 환율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으니 이건 무언가 잘못 되어도 한참 잘못 되었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아이엠에프 때는 우리에게 달러가 없어서 환율이 올랐지만, 지금 우리에게는 달러가 있는데도 오르고 있으니, 부자 망하면 이웃이 덩덜아 모두 망하는 억울함을 가난한 우리나라가 겪고 있는 것이다. 미국이라는 애물단지가, 그 전세계를 쥘락펼락하던 미국이라는 거대국가가, 우리에게 외화가 없던 10년 전에는 우리를 잡아먹을 듯이 괴롭게 하더니, 이제는 외화가 있는데도 자기나라에 돈이 없다는 이유로 우리를 죽일 듯이 괴롭히고 있으니, 참으로 희한한 고통을 이중으로 우리가 감내하고 있는 것이다.


모든 것을 힘으로만 해결하려 했던 부시 대통령의 어리석음이 그의 8년 통치기간 동안 전세계를 쑥대밭으로 만들어놓고 있으니, 임기말 두어달을 남겨놓고 우리를 아이엠에프로 몰고간 지난 김영삼 정권 때나 임기말 역시 두서너달 남겨 놓고 있는 부시 정권의 서브프라임모지기론사태나 하나 다를 바 없고, 어리석은 대통령을 지도자로 모신 말로가 얼마나 비참한가 하는 사실을 절감하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지난 노무현 참여정권의 거시경제정책은 옳았고, 계속되는 환율인하정책과 통화안정정책의 추진은 타당하였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흑자경상수지상태로 넘겨준 대한민국호가 지난 7개월 동안 미국발 외환위기와 고유가로 인한 외적 요인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적자경상수지상태로 급반전되고, 환율급등과 외환부족사태, 시장의 불안고조 등이 야기되고 있는 것은 심각한 국가부도위기사태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시장이 불안에 떨고 있으니, 정부의 백약이 무효인 것이다. 시세차익을 노리고 달러를 사재기하는 대기업들이 있다. 계속 환율이 오를 것이라는 기대 속에 당장 외환이 필요하지 않는데도 외환을 사재기하여 금고에 넣어두었다가 더 오르면 내다팔 요량인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이러한 기업들의 달러 사재기현상에 대하여 엄중 경고하였으나, 여전히 약발이 먹히지 않는다. 물론 외환사재기에 나섰다가 누구처럼 상투 잡을 기업도 있을 것이고, 그 기업은 외환이 안정되어 환율이 내려가게 되면 엄청난 피해를 보게 될 것이다. 사리사욕의 극과 극의 현상이다. 


지금은 기도할 때이다. 우리 모두가 절제하고 욕심을 버려야 할 때다. 더불어 살아가야 하는 공동체에서, 미국발 외환위기를 슬기롭게 해결해 나가기 위해 지혜를 모아야 한다. 정부당국은 중국 및 일본과 긴밀한 협력관계를 유지해야 한다. 세계에서 가장 외환보유고가 높은 두 나라가 인접국가로 있다는 것이, 아시아국가라는 것이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다. 티격태격 싸움질하는 경우도 있지만, 그래도 중국과 일본은 우리 인접국가로 호흡을 같이 하고 있다. 긴밀한 상호협조를 통해 동북아시아 3국이 미국발 외환위기에 휘청거리지 않도록, 그 중에서 외화보유고가 가장 적은, 경제력이 가장 약한 우리나라가 상대적으로 느긋한 중국과 일본보다 앞서 현명한 방안을 연구하여 제시함으로써 대처해 나가야 할 것이다. 


지금은 기도할 때이다. 우리 모두 근신하며 기도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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