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시영의 세상의 창- 시월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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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영의 세상의 창- 시월의 의미
  • 법률저널
  • 승인 2008.10.03 0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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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영 숭실대 법대교수/변호사/시인


시월은 풍요와 빈한이 교차한다. 땅은 인간에게 무한한 풍요를 안겨주면서 스스로 헐벗어간다. 벼가 익어 추수를 하고, 주렁주렁 매달린 감과 밤과 대추를 수확한다. 자연은 스스로 벌거벗으면서 인간을 풍요롭게 하는데, 인간은 인간을 빈한하게 만들 때가 많다. 전체적으로는 총량이 넘쳐나는데, 소득과 분배의 불공평으로 한쪽은 풍요가 넘쳐나고 다른 한쪽은 빈곤이 넘쳐나는 악순환의 고리를 되풀이하고 있으니, 이러기에 신의 존재성이 인식되는지도 모르겠다. 아이러니하지만 말이다.


미국 부시정부가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주택담보대출) 부실사태를 구제하기 위해 7천억 달러를 긴급수혈하겠다고 제안한 긴급금융구제안이 하원에서 부결되어 버렸다. 공화당의원들조차 상당수가 그 부결에 표를 던짐으로써 임기가 불과 3개월밖에 남지 않은 부시 대통령의 레임 덕 현상을 가중시키고 말았다. 미국언론보도에 의하면 레임덕 정도가 아니라 식물 대통령이라는 말이 회자되고 있다고 한다. 미국 금융가는 지금 파산의 공포에 내몰리고 있다. 세계의 돈줄을 쥐고 있던 뉴욕의 금융시장, 월가는 하루하루 살얼음판을 걷듯 어찌할 줄 모르고 전전긍긍하고 있다. 그렇지만 미국 국민들은 정부의 긴급금융구제안이 부자들을 위한, 방만하게 사업을 운영해온 부자기업들만을 위한 정책일 뿐 서민정책은 아니라며 정치가들을 압박하고 있고, 한 달 뒤로 다가온 국회의원 선거를 앞둔 하원 의원들은 인기 없는 부시 정책에 맞장구를 치기에는 자신의 정치생명을 걸어야 하는 도박이 될 듯 싶자 등을 돌려버린 것이다. 한 마디로 콩가루 집안이 되어 버린 것이다. 같은 공화당이 부시 행정부 따로 의회 따로 현상으로 이원화된 것은 앞으로 두고두고 풀어야 할 미국 공화당의 숙제가 되어버릴지도 모른다.


하기야 정치가들에게서 신의를 찾을 수 없다는 것은 경험과 또 경험을 통해 익히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한국이나 미국이나 신의 없기는 마찬가지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깨닫지 않을 수 없게 된다. 부시의 정치인생 말로는 참으로 비참하게 끝나는 것 같다. 아버지 부시가 일으킨 걸프전이야 쿠웨이트를 침공한 사담 후세인의 이라크를 제재하겠다는 명분이라도 있었지만, 아들 부시가 일으킨 이라크 전쟁은 명분도 없고 실리도 없었을 뿐만 아니라, 지금의 미국처럼 미국을 진흙탕 속으로 끌어들여 전세계를 금융공황상황으로 몰고 가고 있는 원인이 되었음은 부인할 수 없다. 십수 만 명의 이라크인을 살상하고, 자국의 병사만도 4천명이 넘게 전사자를 낸 이라크전쟁을 명령한 부시는 역사적으로 가장 무능한 대통령, 전쟁을 일으켜 죄 없는 많은 사람을 죽이라는 명령을 내린 대통령으로 기억될 것이다. 제2차세계대전을 일으킨 히틀러나 부시나 결과적으로는 별반 다를 바가 없다.


지나친 진보 역시 찬성할 바 아니지만, 지나친 보수의 우경화 역시 경계해야 할 대상이다. 좌든 우든 지나치면 문제를 일으키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좌우균형감각을 유지하여, 참고 인내하면서 대화로 문제를 풀어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런데 정치라는 것이 묘한 것이라, 합리적 사고와 이론적 근거가 있는 주장조차 실현가능성이 전혀 없는 공허한 주장에게 밀리는 경우도 있고, 가장 많은 이들에게 선이 되는데도 추악한 몇몇의 이익을 위해 지는 경우도 많이 있으니, 그래서 정치는 생물이라고 했던가?


지난 상반기말 기준 1조 8천억 달러의 외환을 보유하고 있는 중국이 미국의 금융위기를 돕겠다고 나섰다. 약 2천억 달러 정도의 미국 국채를 사줄 수 있다고 제안한 것이다. 2천억 달러의 외환이면 우리나라가 보유하고 있는 전체 외환액에 버금가는 규모의 거액이다. 우리 대한민국이 허리띠 졸라매며 보유하고 있는 외환보유고 버금액을 선뜻 내놓으며, 미국의 국채를 사겠다고 하는 중국의 배짱은 대단하다. 정치 및 경제평론가들은 미국은 중국의 제안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내년에 들어설 미국의 새 대통령은 중국의 비위를 맞춰야 할 것이라고 진단하고 있다. 빚쟁이로서 채권자의 눈치를 보아야 하기 때문이다.


미국은 금융가의 유동성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별별 방법으로 미국의 달러를 조달하고 있고, 넘쳐나는 달러 때문에 세계 대부분의 국가에서 미국 달러는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반대로 달러 강세 현상으로 환율이 오르고 있으니 요상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경제이론상 당연히 떨어져야 맞는데도 환율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으니, 개인적으로는 답답하고 답답할 노릇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환율이 오른다면 무역수지가 개선되어야 하는 것이 경제이론상 당연한데도 오히려 무역 경상수지 적자폭이 커져가고 있으니, 무언가 이명박 정부의 경제정책이 잘못되어도 한참 잘못되었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상황 속에서 중국의 멜라민 분유파동은 세계를 경악케 하고 아연실색케 하고 있다. 영유아뿐만 아니라 성인용 우유에서도 멜라민이 포함되어 있었다고 하니 그 후안무치함은 또 극에 달한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멜라민(Melamine)이란, 암모니아와 탄산가스로 합성된 요소비료를 가열하여 생산한 공업용 화학물질이다. 주로 접착제, 플라스틱, 염료 등의 원료로 사용되는 화학물질로, 만일 이를 사람이 섭취하게 되면 요로결석과 급성신부전 등 신장계통 질환이 발생하게 되어 치명적으로는 사람의 생명도 앗아가는 무서운 화학물질이다. 원유에 맹물을 많이 타 질 낮은 우유를 대량생산하다 보니 우유 속의 단백질이 묽어질 수밖에 없게 되자 멜라닌에 질소량이 많이 함유되어 있어 멜라닌을 첨가하면 위 질소량 덕분에 단백질농도가 높게 나타나는 현상을 악용하여, 위와 같이 먹거리를 이용한 악덕상혼을 발휘한 것이다. 그로 인해 대만으로 수출된 원유를 먹고 5만 명 이상의 어린이가 그 후유증으로 신장계통의 질환을 갖게 되었다니 그 후유증은 앞으로 백 년 이상을 갈 것으로 예상된다.


한 사람의 전쟁광이 일으킨 전쟁의 후유증이 그 가족들의 상처로 남아 100년을 가듯, 멜라닌을 사용한 우유제품의 후유증 또한 100년을 가게 생겼으니, 인간의 어리석음과 탐욕이 가져오는 병폐가 얼마나 심각한지 다시 한 번 절감하게 된다. 다른 사람을 죽이고, 괴롭히고, 결국에는 자기마저 패망의 길로 들어서고 마는 현상을 어찌 조금 일찍 깨닫지 못하는지 안타까울 뿐이다.


이런 심각한 상황 속에서 미국 공화당 부통령 후보로 나온 페일린의 누드 그림이 시카고의 한 술집 벽에 걸리고, 미국민들은 그 그림을 보겠다고 그 술집으로 몰려들고 있다니, 세상은 참으로 요지경이고 요지경이다. 모든 게 심각하면서 희화화되어 있는 세상에서, 지난 10월 1일 국군의 날, 우리 대한민국의 육,해,공군은 몇 년만에 열린 시가행진을 보무당당하게 하였고, 그 날 국군의 날 행사를 통해 세계적으로 그 성능을 인정받고 있는 국산 전차 흑표를 서울 시민들에게 자랑하였다.


국가안전을 지키고, 먹거리를 지키고, 경제도탄으로부터 국민을 지켜야 하는 정부는 참으로 힘들겠다 하는 생각을 하면서, 이 가을에 우리 마음이 스산하지 않고 풍요롭기만을 바랄 뿐이다. 그러면서도 우리의 마음이 모든 것을 주고 빈 마음으로 돌아가는 가을의 들판을 닮기를 바랄 뿐이다. 요로결석에 걸리기 전에 어디에 시원하게 오줌발을 날려보는 것도 어떻겠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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