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재판의 흐름(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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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재판의 흐름(1)
  • 법률저널
  • 승인 2008.10.02 2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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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규호 법조이야기-34


1. 사건 수임


어느날 전혀 모르는 사람이 찾아왔다. 어느 재개발 조합추진위원회 관련 사건인데, 누가 어떤 여자로부터 형사고소를 당하였고 상해죄로 벌금 100만원에 약식기소가 되었단다. 그런데 너무 억울하여 정식재판을 청구하였고, 담당판사가 나와 잘 아는 사람이라 나를 찾아온 것이다.


피해자는 전혀 맞은 적이 없는데 맞았다고 주장하며 사진과 진단서, 목격자를 만들어냈고, 비디오 화면까지 제출했다. 그래서 그런 증거들을 경찰이 그대로 인정했고(사실 이런 정도라면 그대로 배척하기는 매우 어렵다) 검찰은 경찰 판단 그대로 기소를 했고 결국 정식재판까지 간 것이다.


2. 약정 및 업무시작


나는 수임료로 330만원을 받기로 했고, 성공보수도 똑같은 금액을 받기로 했다. 일단 변호인 선임계를 내고 재판기록을 모두 복사를 해왔다. 기록이 상당히 두꺼웠고 약 500쪽 정도 분량이었다. 경찰에서 3회에 걸쳐 조사를 받았고 대질 신문, 거짓말탐지기 조사까지 이루어졌다. 그것을 일일이 보면서 유의할 대목은 따로 파일로 메모하면서 보아갔다. 그리고 첫 공판(형사재판은 공판이라고 부른다)에서 정식재판 청구의 이유를 말하고 검찰이 제출한 증거에 대해 동의할 것인지 부동의할 것인지 의견을 말한다.(이부분은 증거능력에 대한 것이다)? 피해자, 목격자의 진술조서에 대해 다 부동의했고, 그에 따라 검사는 피해자와 목격자를 증인으로 불러야 한다. 다음 기일에 그 증인신문을 하기로 했다.


그리고 그 피해자가 치료받은 병원에 진료기록부와 치료내역을 묻는 사실조회, 문서송부촉탁을 신청하고, 재개발 조합과 경찰서 등에 폭행 당시 상황에 대한 각종 질문을 적은 사실조회를 발송했다.


3. 공판 시작 및 증인신문


약 한달 후에 증인신문이 열렸고, 먼저 목격자가 증언대에 섰다. 목격자는 경찰 조사에서 폭행당하는 것을 봤다고 진술하였다가 증언대에 서서 위증의 벌을 받을 것을 선서하고 증언하게 되자, 그 두려움 때문인지 진술을 번복했다. 보지 못했다는 것이다. 과거의 모든 진술을 다 번복했다.


목격자 진술 후 피해자가 증언대에 나왔다. 여전히 자신이 폭행당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폭행당한 상황을 재현하라고 하자 앞뒤가 맞지 않는 진술을 했다. 뒤에서 무언가 때리는 것 같아 얼떨결에 왼팔을 들었는데 그 부위가 맞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여러 정황상 거짓말일 가능성이 높아 보였다.

우리 측 증인도 한 사람 불러 증언을 했다. 전혀 때리는 것을 못봤다는 것이고, 때릴 사람이 전혀 아니라는 취지로 진술을 했다. 증언대의 분위기는 험악해지거나 치열해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 양쪽이 첨예하게 질문을 하고, 그 한마디 한마디에 신경이 곤두서기 때문이며, 우리나라 사람들이 증언대에서 선서를 했음에도 거짓말을 밥먹듯이 하고 또 그런다고 처벌받는 경우도 별로 없어서 증언을 하는 사람이 거짓말할 가능성을 늘 생각해두어야 한다. (참으로 개탄스런 상황이다.)

대개는 한쪽에 유리한 증인이 나와 편파적으로 그쪽을 편들어 얘기를 하고 불리한 것은 기억안난다고 하거나 대충 얼버무린다. 기억안난다고 하면 사실 할 말이 없다. 증언하는 시점과 사건이 발생한 시점이 1년이 다 되어 가기 때문이고, 통상 사건에서는 그보다 더 오래전, 심지어 5년 전 사건을 증언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그 3명의 증언이 끝나자 나는 우리쪽 승소가능성을 높게 봤다. 그러자, 검사와 저쪽에서는 당시 안전요원 중 한명을 증인으로 신청하겠다고 했고, 3주 후 그 안전요원에 대한 증인신문이 이루어졌다. 안전요원은 폭행 상황은 보지 못했지만 피고인이 전깃줄을 휘두르는 것을 보았다고 진술했다. 피해자에게 유리한, 피고인에게 매우 불리한 진술이었다.


4. 비디오 동영상의 증거


그런데 가장 승패를 결정지은 것은 비디오 화면이었다. 당시 회의장 주변을 3대의 상대방 측 비디오로 촬영하였는 데 그 중 하나에 피해자가 피고인에게 맞았다며 안전요원에게?뻘겋게 부은 상처를 보여주는 장면이 자세하게 찍혔고, 그 1분 정도 전에 피해자가 맞았다고 주장하는 장소 부근에서 피해자가 피고인에게 손가락질을 하며 항의하는 장면이 보였다. 판사님은 이를 보고, '피해자가 뭐라고 항의하는 것 같군요'라고 말을 했다. 아무래도 이를 유력한 증거로 여기는 것 같았고, 위 비디오 영상은 경찰이나 검찰 수사 단계에서도 거의 결정적인 증거로 작용을 하여 검찰이 아무런 의심없이 기소를 하게 된 것이다.

위 비디오를 법원에 가서 복사하여 피고인이 자신의 노트북으로 면밀하게 조사를 했다. 그러면서 헤드폰으로 음성을 자세히 듣자 피해자가 피고인에게 항의하는 장면에서 피해자가 한 말이 밝혀졌다. "왜 때렸느냐'라는 항의가 당연히 있어야 했는데 '찍지 말라고!"란 말이 피해자가 한 말이었다. 만약 피고인이 피해자를 때린 것이 사실이라면 피해자는 피고인을 쫓아가면서 왜 때리느냐며 항의를 하는 것이 상식이지 "찍지 말라고"라는 말을 할 것은 아니었다. 그런데 잘 들어보면 당시 피해자는 그렇게 말을 했다. 이것을 우리가 재판부에 제출했다. 이러한 형태로 재판이 진행되었고 결국 무죄선고를 받았다. 안전요원의 증언, 상대방이 제출한 비디오 화면으로? 유죄로 굳어질 가능성도 있었는데, 이 사건은 결국 잘 해결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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