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력을 인정받는 법조인이 되어야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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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력을 인정받는 법조인이 되어야만...
  • 문재완
  • 승인 2008.10.02 2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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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완 한국외대 교수 / 헌법학·미국변호사

 

달도 차면 기운다더니,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콧대를 세우던 미국 월스트리트가 흔들린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에서 시작된 위기는 언제 어떤 형태로 마무리될 줄 아무도 모른다. 위기의 원인은 부실채권인데, 부실채권의 규모를 모르니 수습이 어떻게 될 것인지 예측하는 것 자체가 무리다. 앨런 그린스펀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이번 금융위기를 ‘100년에 한번 있을 사건(once-in-a-century)’이라고 말했다. 20세기 최대의 경제사건이 1929년 대공황이니, 이번 경제위기는 대공황에 버금가는 파괴력을 가졌을 것이라고 추론해 본다.


대공황은 미국의 역사를 바꾼 사건이다. 대공황은 잘 알려진 바와 같이 이를 타개하기 위한 루즈벨트(Franklin D. Roosevelt) 대통령의 뉴딜(New Deal) 정책으로 이어졌다. 뉴딜 정책으로 시장에 의한 균형을 중시하던 고전학파 경제학자들은 뒤로 물러 나고, 경제에 대한 정부 간섭이 정당하다고 보는 케인즈 학파가 득세하게 되었다. 대공황은 법학에도 영향을 미쳤다. 연방대법원이 뉴딜 정책의 근거법을 위헌으로 선언하자, 루즈벨트 대통령은 노변담화를 통하여 대법원 개혁안을 주창하였다. 이에 깜짝 놀란 연방대법원은 후퇴하여 연방 정부의 손을 들어주는 판결을 잇따라 내렸다. 이로써 계약의 자유를 주장하던 Lochner 판결의 시대가 종언을 고하고, 경제 문제에 대한 정부 간섭이 정당화되는 시대가 도래하였다. 주의 자율성을 존중하여 연방정부와 주정부의 권한을 2단 케익처럼 나누어 놓은 이원적 연방주의는 퇴조하고, 주정부와 연방정부가 마블 케익처럼 섞여서 일하는 협력적 연방주의(cooperative federalism)가 시작되었다.


이번 월스트리트의 위기가 대공황만큼 정치 경제 사회 문화적으로 파급효과가 클 것인지 현재로서는 알 수 없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세계적 파급력이다. 글로벌 경제의 덕으로 성장하여온 우리나라는 미국의 한파에 직접 노출되지 않을 수 없다. 당분간 우리나라가 한랭전선 상에 놓일 것은 명약관화하다. 경제가 어려워질 수 밖에 없다.


특히 걱정스러운 것은 법학전문대학원이다. 이제 막 시작하는 법학전문대학원에 먹구름이 몰려온다. 미국 월스트리트의 붕괴는 금융기관의 침체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로펌의 침체로 이어질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경제 침체는 틀림없이 기업 변호사에 대한 수요 감소로 이어진다. 우리가 법학전문대학원을 도입하기로 결정하면서 모델로 삼았던 미국의 기업 변호사, 로펌 변호사의 모델이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기업 쪽의 수요가 없으면, 내년에 법학전문대학원에 입학하는 2,000명이 갈 곳이 없다. 서울 서초동은 이미 포화상태이고, 송무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는 것은 한계가 있다. 참 어려운 상황이다.


이를 타개하는 방법은 역시 정공법밖에 없다. 경제위기의 해결은 법률가의 몫은 아니다. 법률가로서는 경제위기가 해결되고 난 뒤의 세상을 정확하게 읽고 이를 준비하는 것이 필요할 때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월스트리트의 붕괴는 지나친 자유방임주의에 대한 경고임에는 틀림없지만, 한번 글로벌화된 세계경제가 폐쇄경제로 후퇴하기는 힘들다. 특히 우리나라는 대외교역에 의존하지 않고는 경제를 유지하기 힘든 산업구조를 가졌기 때문에 글로벌화된 세계경제가 반드시 필요하다.


그렇다고 보면, 법조인을 꿈꾸고 이를 준비하는 학생들에게 주어진 환경조건은 월스트리트 위기 이전이나 이후나 똑 같다. 글로벌화된 세계경제 속에서 경쟁력을 인정받는 법조인이 되어야만 어려운 환경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다행스럽게도 우리나라 로펌 중에는 세계로 눈을 돌려 해외에 사무소를 개설한 로펌이 꽤 있다. 우리나라보다 경제규모가 월등하게 큰 일본의 로펌보다 우리나라 로펌이 오히려 더 적극적이다. 법학전문대학원 역시 마찬가지다. 일본의 로스쿨들은 국내용 변호사 양성에 그치고 있지만, 내년 개원을 목표로 준비 중인 우리나라 법학전문대학원 중에는 글로벌 법률가 양성을 목표로 하는 곳이 많다. 미국발 한파가 한 풀 꺾일 즈음이 되면 글로벌 인재에 대한 수요는 늘어날 수밖에 없다. 지금은 그 때의 수요를 예상하고 준비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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