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시영의 세상의 창-기도를 위해 무릎을 꿇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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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영의 세상의 창-기도를 위해 무릎을 꿇자
  • 법률저널
  • 승인 2008.09.26 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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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영 숭실대 법대교수/변호사/시인

 

내가 즐겨듣는 가곡 중 하나가 김현승 시인의 “가을의 기도”이다. 정영택 선생이 작곡한 가을의 기도는 듣다보면 마음이 차분해지고 생각에 잠기게 된다. 가장 아름다운 열매를 위하여 가을에는 기도하게 해달라는 김현승 시인의 마음이 따뜻하게 전해져 온다. 추수의 계절, 가을에 기도할 수 있는 사람은 행복한 사람이다. 삶에 감사하며 여름 동안 가꾸어온 농사의 결실을 맺어 열매를 저장할 수 있는 삶을 산 사람은 아름다운 사람이다.


왜 세상은 고요하지 않은 걸까? 2008년 9월 마지막 주의 세상은 참으로 시끄럽고, 요란하고, 그러면서 또 불안하다.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뇌졸중으로 쓰러졌다는 뉴스는 세계를 긴장 속으로 몰고 가고 있다. 그의 뇌졸중 소식에 그도 심약한 인간이구나 하는 생각을 갖지 않을 수 없다. 그러면서 그의 뇌졸중 원인은 미국 부시 대통령 때문일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김정일 위원장은 6자회담의 순항 속에서 핵 냉각탑 폭파를 전 세계에 생중계하던 날, 곧바로 미국이 북한에 대한 테러지원국 멍에를 제거해 줄 것을 기대했을 것이다. 이는 6자회담의 최종적인 성공으로 이어져 종국적 핵폐기를 통해 북미수교를 거쳐 세계 속의 일원으로 정상적인 외교활동이 가능하게 될 것으로 기대했을 것이다. 이는 곧 북일외교정상화로 이어지고, 일본의 식민지배에 대한 보상금을 지급받아 그 돈으로 북한의 경제회생정책을 추진하려고 했을 것이다. 그도 끼니를 걱정해야 하는 북한 주민들에 대한 통치자로서의 미안함과 사랑함이 어찌 없겠는가? 그도 북한의 지도자인데, 자기 백성들이 굶주림에 허덕이는 것을 바라보며 마음이 편하겠는가?


그런데 갑자기 미국이 태도를 바꾸어 테러지원국 해제를 보류하자 충격을 받았을 것이고, 열에 뻗힌 그로서는 그 분을 삭히지 못해 뇌졸중에 걸릴 수밖에 없었겠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나만의 상상력일까? 김정일 그도 결국 약한 한 인간에 불과하구나 하는 생각과 함께, 북한이 아무리 큰소리를 치고 거친 모습을 보이지만, 북한은 세계에서 가장 약한, 그러면서 가장 못사는 힘없는 나라일 수밖에 없구나 하는 측은한 마음까지 드는 것도 사실이었다. 김정일과 북한 정권의 발버둥이 불쌍하리만큼 느껴져오면서 힘은 참으로 중요한 것이다라는 생각을 다시 한 번 하게 된다.


미국발 경제공황의 신호탄은 세계 경제를 혼돈의 세상으로 내몰고 있다. 모두들 서브프라임모기지론의 부실 경영과 신자유주의적 금융시스템의 한계가 오늘의 미국 금융시장의 파괴를 가져왔다고 분석하면서, 나름대로의 해법을 내놓고 있지만, 시장은 불안과 공포에 휩싸여 주식시장과 현물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이러한 악경제 속에서도 일부 자본가들은 떼돈을 벌고 있다. 일시 자금 부족으로 흑자도산상태에 빠진 기업들을 헐값에 인수하며 기업사냥에 나서고 있고, 가격이 폭락한 부동산 시장에서 호기를 만난 듯 호기 있는 배팅을 하고 있다.


미국의 금융시장 붕괴에는 부시의 이라크 전쟁 군비지출이 큰 몫을 하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그 어마어마한 돈이 전쟁이라는 소모전에 낭비되고 말았으니, 어찌 국가경제가 휘청거리지 않을 수 있겠는가? 일부 방위산업체들은 전쟁무기를 생산해내면서 호황을 누렸을 것이지만, 경제회생에 사용되어야 할 국가예산이 쓸데없는 전쟁비용으로 지출되다보니 자금 운영의 효용성을 상실하게 되는 것은 명약관화한 사실 아니겠는가? 사회복지정책이 뒷전으로 밀리게 되고, 누적된 불요불급의 예산지출로 자금 흐름의 왜곡을 가져오게 되어, 일시적인 전쟁특수로 부동산시장의 거품 현상을 불러일으켰고, 그러한 버블 현상은 뒷심이 딸리게 되어 거품이 빠지는 과정에서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를 불러 일으키게 된 것이다. 미국 최대 금융기관인 리먼 브러더스를 비롯한 많은 금융기관들이 부실해질 수밖에 없고, 세계최대보험회사인 AIG까지 긴급정부지원을 받아야 할 정도에 내몰리게 된 것이다. 지도자 한 사람을 왜 잘 뽑아야 하는가를 단적으로 증명하는 현상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도 김영삼 대통령을 잘못 뽐음으로 아이엠에프라는 국가부도사태를 맞이하지 않았던가?


우리나라도 부동산경기가 심상치 않다. 미분양아파트가 속출하고 있다. 일부 지역은 부동산가격이 하락하고 있다. 유력한 모 경제연구소의 발표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아파트 등 부동산가격은 실질가격보다 약 20% 이상 과대평가되고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부동산가격이 내리는 것이 옳다. 부동산가격의 과대화야말로 서민경제를 좀먹는 제일의 적이다. 우리나라 부동산시장 위축이 미국과 같은 경제불황사태를 야기할지도 모른다는 심리적 공황이 많은 사람들을 지배하기 시작하고, 특히 이명박 정권의 숨통을 조이고 있다. 까닭에 이명박 정부는 어떻게든 부동산경기의 활성화를 도모하려고 자연녹지를 해제하겠다고 하고, 신도시를 지정하여 주택공급을 늘리겠다고 하고, 종합부동산세를 낮추거나 폐지하겠다고 하고 있다. 전국대운하건설만 시작되었다면 앞서의 정책을 추진할 필요가 없었을 것인데, 대선공약으로 내세운 대운하건설계획이 국민의 저항에 부딪혀 실행불가능하게 되어버리자, 그만 이명박 정부가 정책의 방향타를 상실한 것이다.


거기에 더 심각한 문제는 이명박 정부가 앞장서 이념논쟁의 불을 당겨버린 것이다. 개인적 생각으로는 우파정권은 좌파정책을 많이 수용할수록 좋다. 물론 좌파정권도 우파정책을 많이 수용하면 금상첨화임을 말해 무엇 하랴. 왜냐하면 우파든 좌파든 자파의 이념 실현은 용이하기 때문에 상대방의 정책을 수용해 버림으로써 자파 정책의 실효성을 극대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적을 동지로 만들면 백전백승이라는 병법도 있지 않는가? 그런데 이명박 정권은 지금 한창 이념논쟁에 불을 붙임으로써 스스로 발전해 나갈 수 있는 추진동력을 상실해가고 있다. 남북관계를 교착상태에 빠지게 하고,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뇌졸중으로 쓰러지자 불의의 사태가 발생할 것을 우려하며 미국과 더불어 전전긍긍하고 있다. 지난 정권 때 제정된 1,400여개의 법안을 손질하겠다는 홍준표 한나라당 원내대표의 발언은 이념논쟁의 상징적 언어가 되고 있다.


역지사지라고 했던가? 적을 이용할 줄 아는 수준 높은 교활함이 정치가들에게는 필요하다. 그 교활함이 정교한 통치술이라는 사실을 알았으면 싶을 뿐이다. 이제 국민은 이념논쟁을 원하지 않는다. 경제가 어렵고, 그 어려운 경제를 실용의 가치로 헤쳐 나가기 원해 이명박 대통령을 뽑아준 것이다. 그렇다면 경제활성화를 위해 매진해야지 쓸데없이 이념논쟁을 불러일으키며, 법안을 새로 뜯어고치겠다고 하고, 교과서를 뜯어고치겠다고 하고, 사람을 뜯어고치겠다고 할 것이 아니다. 그 제도와 사람들을 품은 채로 보다 더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방안을 모색해나가도록 정책방향을 조금씩 수정해 나가는 지혜가 필요한 것이다. 지난 10년 세월을 제거하려고 할 것이 아니라 승계발전시켜 나가는 것이 현명한 통치자로서 할 바이기 때문이다. 


공무원연금개선이니, 종부세 개선이니, 북한의 핵시설 다음 주 재가동 통보소식이니, 방만한 공기업에 모럴 해저드 사태니, 시민단체 간부들의 공금횡령사실이니 등등 세상은 참으로 시끄럽다.


나는 또 김현승 시인의 가을의 기도를 듣는다. 리피트를 틀어놓고 반복해서 듣는다. 이 글을 쓰고 있는 두 시간 동안 내내 위 한 곡의 노래를 듣고 또 듣는다. 가을에는 사랑하게 하소서라는 한 구절이 내 귓전을 때리고 또 때린다. 온 국민이 서로서로 사랑하게 하소서. 이 가을의 기도제목이다. 그러면서 모든 국민이 홀로 있게 하소서, 그리하여 모두 자성하게 하소서 하고 기도하고 또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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