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w People] 게임 전문 정준모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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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w People] 게임 전문 정준모 변호사
  • 법률저널
  • 승인 2008.09.11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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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법으로만 움직이지 않아...문제해결의 하나에 불과"

 

오락실 게임 세대인 정준모 변호사는 연수원의 전자거래법 IT 학회에서 활동하면서 온라인 게임 문제에 서서히 눈을 뜨기 시작했다. 지금은 게임분쟁연구소 소장으로서도 활동 중이다. 


국내는 모바일, 아케이드, 닌텐도 등 게임 분야의 전문 변호사가 별로 없지만 미국에는 게임 법학과가 있을 정도로 게임분야는 엄청난 미래 콘텐츠다.


그는 게임분쟁연구소를 만들고 게임에 대한 법적 이슈를 성균관대와 국회에서 세미나를 개최 하는 등 소식을 발 빠르게 전하고 있다.


게임분쟁연구소 현 소장으로 홈페이지를 항상 업데이트 하며 회원가입만 하면 판례, 세미나 자료 등의 자료를 무료로 다운 받을 수 있게 했다. 더 많은 사람들이 자료를 구할 수 있게 다른 관련 사이트에 올라온 자료들도 적극적으로 요청·수집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게임분야가 낯설고 자료가 많이 부족하기 때문에 변호사들도 자문을 요청한다.


지금은 게임 분야 전문 변호사로 활동 중이지만 학생들을 가르치는데 특별한 보람을 느낀다는 정 변호사는 앞으로 법학 공부 방법, 게임 소송 분야 등의 책을 펴내고 법학자로 나갈 준비를 하고 있다.

 

# 무한한 국내 게임시장
 
정 변호사는 “영화는 한 편을 보는데 7~8천원을 들이면 되지만 게임의 경우, 닌텐도 같은 게임기를 구입하고 여러 편의 게임 칩을 구매하는 금액이 상당하다”며 “칩 한 개당 3~4만원인 것을 서너 개만 구입한다고 해도 게임기의 가격을 넘어선다”고 말했다.


게임을 즐기는 층도 넓거니와 게임에 투자하는 시간, 금전적인 여유, 게임의 중독성 등을 고려하면 게임시장이 넓음을 알 수 있다.


현재 외국계 게임 관련 회사들이 시가 총액이 1조원이 넘는 국내 벤처 기업들을 인수하려 눈독들일 정도로 국내 게임시장은 무한대지만 아직 대부분의 법조인들은 게임을 애들 놀이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그는 최근 들어 r4, modechip 등 불법으로 복제한 게임을 돌아가게 하는 오토프로그램 관련 소송을 주루 맡고 있다.


또 게임 등급위원회 등 등급심의기관의 자문, 게임 아이템 거래 분쟁, 게임 가맹점 분쟁, 게임관련 세무 등을 맡고 있는데 소송까지 가는 경우는 드물다.


그리고 현재 리니지 같은 게임에서 현금을 주고 아이템을 구입하는 것은 불법이 아닌데 고스톱 같은 게임에서 직업적으로 아이템을 현금거래하면 불법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2005년 리니지 사용자들이 약관을 어겨 계정이 압류된 것에 대한 처분은 과도한 규제라며 낸 집단 소송에서 정 변호사는 엔씨소프트를 상대로 승소했다. 큰 사건은 아니었지만 온라인 게임회사에 유리한 게임 약관에 제동을 건 계기가 됐다.


이 외에도 애초에 온라인 게임회사에만 유리한 약관으로 서버다운, 해킹 등의 많은 문제가 일어난다는 것을 꼬집었다.


그는 이러한 사건을 도맡으며 사용자의 입장에서 불합리한 점을 대변하는 창구로서 역할을 훌륭히 해내고 있다.

 

# 절제

 

올해 6년차로 접어드는 정 변호사는 고등하교 성적이 상위권에 속하지 않아 지방에 있는 법학과를 전공으로 선택했지만 그 길로 들어선 이상 사법시험까지 도전하기로 결심했다.


사시 43회 합격, 사법연수원 33기로 그 대학 법학과에서 유일하게 사법시험에 합격한 장본인이다. 자신은 자랑스러운 일이 아니라고 했지만 후배들에게 할 수 있다는 꿈을 심어준 것은 물론 학교의 위상을 세운 것이다. 합격 후 모교에서 고문 변호사로 1년 동안 일했고 지금은 법률 실무 강의도 하고 있다.


정 변호사는 요즘은 시험을 보기 전에 대부분 모의고사에만 치중하는 경향이 있는데 문제를 많이 푸는 것도 중요하지만 자신이 출제위원이 돼 어떤 문제를 어떻게 출제할지 생각해서 책의 단어 하나하나를 꼼꼼하게 1회독 더 하는 것이 낫다며 조언했다.


자신 역시 모의고사는 보지도 않고 문제집 한 번만 풀고 갔었고 어차피 문제는 판례이론 조문에서 나오기 때문에 몇 가지 유형을 파악하고 무슨 문제가 나올지 유기적으로 생각해 보는 것이 더 효율적이었다고 말했다.


합격 후 친구들을 위해 이러한 생각을 가지고 판례를 정리를 해서 줬는데 정리했던 대부분의 내용이 시험에 출제됐다는 것.


그는 항상 무덤덤하게 지원해주시는 부모님의 성격을 닮아서인지 수험생활방법(?)에 대해 호들갑스럽게 말하는 대신 지난날 절제된 자신의 모습을 자연스럽게 펼쳐보였다.


그는 처음에는 행정학과를 지원해 9~7급 공무원을 할 요량이었지만 행정학과 지원율이 생각보다 높았다. 할 수 없이 행정학과에 비해 지원율이 낮은 법학과를 지원했음에도 불구하고 후보로 학과에 들어갈 수 있었다.


대학교 3학년 때부터 학교 고시반에서 사법시험 공부를 하다가 IMF가 터져 집안 사정이 극도로 좋지 않게 되자 도피하다 시피 군대를 갔다. 당시는 IMF로 인해 직장을 잃는 등 사회 전반적으로 경제적인 어려움이 컸던 상황으로 취업지원율 만큼 높은 게 군대 지원율이라는 웃지 못 할 얘기가 나돌 정도였다.


그는 졸업을 하고 신림동으로 와서 사시 공부에 전력했다. 조금은 집안 형편이 나아졌지만 힘든 것은 마찬가지였다. 학원에서 칠판을 지우고 강의 시작 전 녹음테이프를 갈고 서브노트를 정리하며 학원 수강료를 면제받고 강의교재를 받았다.


한 달에 10~15만 원 정도의 학원 수강료와 교재비 부담이 줄였을 뿐 아니라 수험생활비를 충당하기 위해서 서브노트를 만들기 시작한 것이지만 정성스럽게 서브노트를 정리하다 보니 어느덧 자신의 머릿속으로 공부한 내용이 속속들이 들어오게 됐다.  


“대체로 피곤하면 학원을 종종 빠지는 경우가 있지만 고열이 나서 앉아있기 조차 힘들었을 정도로 아팠을 때 친구에게 단 한번 부탁한 것을 제외에는 학원을 빠지는 경우가 없었다”며 “나중에 1차를 붙으니깐 학교에서도 돈을 대주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너무나 고요한 것 보다는 약간은 부산스러움이 자연스러웠다는 그는 잠시 사설 독서실을 다니다가 합격하기까지 서울대 독서실을 이용했다. 서울대 셔틀버스를 타고 학교 독서실에서 공부를 하고 한 끼에 900원이면 되는 학교 식당을 이용했다.


“사설 독서실을 다닐 때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책상 위에 초콜릿이 놓여 있는 것을 보곤 누군가가 관심을 표현하는 것으로 생각했지만 초콜릿 포장을 벗기자 ‘좀 조용히 해주시겠어요’라는 경고와 부탁의 중간선상의 쪽지를 확인했다”며 독서실에 얽힌 얘기를 재밌게 풀어냈다.


특별히 정신적 슬럼프에 빠져 힘들었던 경우는 없지만 관악산, 서울대 캠퍼스를 걸어 다니면 스트레스가 풀었고 요즘도 회사 근처에 있는 덕수궁, 광화문을 아무런 생각 없이 걸어 다니면 마음이 한결 편해지는 것을 느낄 수가 있다는 것이다.


특히 그는 공부하는 방법을 천편일률적으로 말할 수는 없지만 합격하겠다는 마음가짐을 가지고 수험기간동안은 수험생활에서 피해야 하는 것들(?)에 대해 스스로 절제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했다.

 

# 가르치는 보람

 

정 변호사는 신림동 모 학원에서 상법을 가르쳤고 여러 대학에서 로스쿨 레갈 마인드, 면접 특강 등 조금씩 강의를 시작하고 있는데 시간적인 여유가 없어 아직은 강의에 역점을 두지 못하고 있다.


먼 거리의 대학까지 가서 특강을 해도 차비 수준의 강의료를 받을 뿐이지만 돈 보다는 그의 강의에 반응하는 학생들을 보면서 더할 나위 없는 보람을 느낀다.


아직 10년은 더 일해야 하지만 고용 변호사를 들여 변호사 일을 점차 줄이고 배추에 물을 주면 잎이 마르지 않고 잘 자라듯이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에 치중하고 싶다고 희망했다.


특히 그는 수험에서 법학을 단순히 외우는 것이 아니라 실무에서 응용하는 법을 가르치고 싶다며 법학 공부 방법에 대한 책을 펴내서 앞으로 각 대학에 보급하고 강의를 하고 싶은 계획을 세웠다. 이는 법학 공부 방법을 요약 정리한 수준에 그친 기존의 책과는 달리 기초법학을 실용법학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한 점이 돋보이는 책으로 곧 출간할 예정이다.


더불어 게임 관련 소송 책이 별로 없는 것에 안타까움을 느끼고 게임 소송 사례·판례집, 게임 분쟁 판례집, 게임진행에 관한 법률 해설서 등의 책을 펴낼 계획이다. 소송했던 자료만을 모아도 책이 될 정도지만 아직은 시간적인 여유가 넉넉하지 않은 모양이다.


한편 정 변호사는 도둑을 잡으면 오로지 구속하는 방법만 있는 것이 아니라 용서, 합의, 교화 등의 여러 방법 중 법은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의 하나라고 조언했다.


많은 실력자들이 세상 돌아가는 사정을 알지 못하고 공부만을 하다가 법조계로 나아갔을 때 세상은 법으로만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고 꼬집었다.


그는 1~2년 전 야근수당을 받지 못하고 퇴사한 한 회사원이 퇴사 전에는 회사 눈치를 보며 야근수당 요구를 못했지만 퇴사하면서 야근 수당을 요구하는 소송을 맡았다.   

 
이 회사를 상대한 소송에서 “야근 수당을 주지 않으면 그 회사를 다니지 않으면 됐을 것 아닙니까”라는 나이 어린 여재판장의 물음에 기가 찼었다고 기억했다.


그는 살아온 환경이 다르지만 너무나 세상을 모르는 사람이 판결을 내린다는 것에 황당함을 감추지 못하며 로스쿨 시대가 되면 무한경쟁 시대로 접어들어 법조계·법학계의 질적 향상이 이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아름 기자 desk@le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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