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시영의 세상의 창- 정신과 경제
상태바
오시영의 세상의 창- 정신과 경제
  • 법률저널
  • 승인 2008.09.05 08:5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오시영 숭실대 법대교수/변호사/시인

 

정신세계는 인간의 이성만으로 완전히 이해할 수 없는 불가사의한 영역이다. 오죽하면 호랑이에게 잡혀가도 정신만 차리면 산다는 말이 나왔겠는가? 불가능한 것을 가능하게 바꾸는 것도 정신이요, 가능한 것을 불가능하게 만드는 것도 정신이다. 올바른 정신을 가지고 있으면 육체의 질병이 낫고, 그렇지 못하면 없던 병도 생긴다. 어느 연구실에서 이런 실험을 했다고 한다. 좋은 생수를 대상자에게 먹인 다음 독약이 들어 있다고 했더니 갑자기 배가 아프다며 배를 움켜지고 쓰러지더라는 것이다. 그리고 해독약이라며 소화제를 한 알 주었더니 그 약을 먹고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벌떡 일어서더라는 것이다. 성공하는 사람은 어려운 형편에서도 견디어내는 강인한 정신력으로 난관을 극복의 대상으로 삼지만, 실패하는 사람은 별반 힘들지도 않은 상황에서도 쉽게 좌절하고 포기함으로써 아예 성공의 기회를 접기도 한다.


경제가 어렵다고 야단이다. 한쪽에서는 10년 전 외환위기 이후 최대의 고비라고 하는 이도 있고, 다른 쪽에서는 이 정도면 우리 경제수준으로 견딜만한 수준이라며 걱정할 게 없다고 하기도 한다. 外換이라는 것은 말 그대로 外患이기도 하다. 달러 가치가 급상승하고 있다. 6개월 전에 비해 약 12% 정도 급상승하였다. 정기예금 이율이 연 6%가 채 못 되니 은행에 저금해 놓은 것이 저금이 아니라 적어도 6%이상 원금을 깎아 먹고 있는 것이다. 이러니 국민들의 호주머니가 두 눈 멀쩡히 뜨고 도둑을 맞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수출을 많이 하는 대기업들의 호주머니는 돈이 넘쳐난다. 밑지는 장사를 못해도 환율이 오르고 있어 결제되는 한국 돈이 많다 보니 사업을 못해도 돈은 넘쳐난다. 빈익빈과 부익부가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하지만 기업가들은 다 좋은 게 아니다. 회사는 이렇게 돈이 넘쳐나는데도 죽을 맛인 게 경제인들이 개인적으로 소유하고 있는 주가가 폭락하고 있어 골치 아파하고 있다. 주가 2000시대, 아니 이명박 대통령은 후보시절 주가 3,000시대를 2,3년 안에 만들겠다고 호언장담하였다. 국민들은 이를 믿었고 그를 “경제대통령”이라는 정치적 구호의 상징으로 인식하였다. 하지만 주가는 곤두박질치고, 이자율은 오르고, 경제는 침체되고 있으니,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 격으로 개미군단의 허리가 휠 수밖에 없다. 달러화가 오르면 일반 국민들은 모두 가난해진다. 물가가 오르기 때문이다.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로서는 우리의 밥상 위에 오르는 대부분의 식자재부터 먹고 입고 자는 것 대부분을 외국으로부터 수입하다 보니 달러화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달러화가 오르면 은행 금리가 오르게 되어 있다. 달러가 오를 것을 겁을 낸 기업들이 외환 결제를 위한 예비용 자금을 비축하기 위해 달러를 매집하게 되고, 역으로 자금 품귀 현상이 나타나다 보니 유동성이 위협을 받게 되고, 현금이 부족하다 보니 금리가 오를 수밖에 없는 것이다.


기업은 돈이 넘쳐나는데, 시중의 자금이 마르는 기묘한 혼돈의 상황이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기업은 돈이 넘쳐나고, 가계는 휘청거린다. 그러니 소액 주식 보유자들, 대다수의 국민들은 가지고 있던 주식을 싼값에라도 내다팔아 현금으로 전환할 수밖에 없다. 너도 나도 내다파니 주식 값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깡통 구좌가 늘어나고 있다. 역으로 기업가들도 울상이기는 마찬가지이다. 많은 주식을 보유한 대기업 총수 일가 및 수많은 중소기업인들에 이르기까지 주식하락으로 엄청난 경제적 손실을 보고 있다. 회사 내에는 돈이 넘쳐나는데, 기업가들 개인 호주머니는 씨가 마르는 엇박자 경제가 계속되고 있다. 사정 당국에서는 이명박 대통령의 사위가 주가 조작에 연루되어 있다며 수사하고 있음을 밝혔다. 철저한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소리가 청와대를 비롯해 야권에 이르기까지 일파만파로 퍼져나가고 있다. 돈 놓고 돈 먹기 게임이야말로 인간을 가장 황폐하게 만들고, 국가를 멸망시키는 지름길이다. 실물이 수반되지 않는 자금의 팽창은 나중에 실제로 먹을 게 없어 다 굶어죽는 게임이기 때문이다. 


불교계의 종교차별에 대한 항의시위가 심상찮다. 이년 전쯤으로 기억이 되는데, 이 난을 통해 앞으로 우리나라의 가장 큰 문제는 종교간 갈등이 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는데, 이것이 사실로 드러나고 있어 충격적이다. 기독교는 생래적으로 공격적 종교라고 할 수 있다. 예수가 십자가에 매달리기 직전 제자들에게 가르친 말은 “온 유대와 사마리아와 땅 끝까지 이르러 내 증인이 되라”는 말이었다. 이 말은 기독교를 온 세계에 전도하라는 지상명령이 되어 모든 기독교인들의 사명이자 굴레가 되었다. 기독교는 유일신사상이기 때문에 세상의 다른 모든 종교는 하급종교이거나 존재해서는 안 되는 타도의 대상이 된다. 일부 개신교 목사들은 타종교를 공공연히 “사탄의 무리”라고 설교하며 사라져야 할 종교 내지는 제거하고 정복해야 할 대상으로 이해한다. 그러니 기독교의 수많은 긍정적인 면에도 불구하고 기독교가 흥하면 종교간 갈등이 심화될 수밖에 없는 생래적 구조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부시 대통령의 잘못된 기독이념에 근거한 “악의 축” 발언이 그의 재임기간 내내 세상을 전쟁터로 내몰았고, 수십만 명의 죄 없는 사람을 죽이는 살육전을 벌렸다. 누가 뭐래도 이라크 전쟁은 부시의 잘못된 종교관에서 비롯된 대량살인의 무모한 전쟁일 뿐이라는 게 개인적 생각이다. 그 죽임 뒤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슬퍼하며 분노하였을 것인지, 그들이 안고 갈 전쟁의 상흔은 우리가 6.25전쟁 후 60년의 세월이 다 돼가도록 여전히 그 전쟁의 상흔을 안고 이념적 대립을 겪고 있는 것처럼 이라크 국민들을 괴롭힐 것이다. 지금 우리가 너도 나도 베트남 투자에 나서고 있는 것도 불과 30여 년 전까지 총으로 싸우던 나라와 총으로는 승부를 낼 수 없고, 자유교역을 통해 더불어 살아가야 하는 것임을 우리로 하여금 깨닫게 하고 있는 것이다.


잘못된 시작은 발동이 걸려 버린 후에 수습하기는 참으로 어렵다. 그러니 사전에 그러한 잘못이 시동하지 않도록 철저하게 사전 점검하고 예방에 주력해야 하는 이유이다. 10년간의 좌파정책을 우파정책으로 되돌려놓겠다며 정치권을 비롯한 여기저기에서 불협화음이 쏟아지고 있다. 왜 우리는 전면부정의 이분법적 사고에 사로잡혀 분쟁과 갈등을 불러일으키는지 모르겠다. 좋은 점을 승계해서 조금씩 변화를 추구해 나가면 “언제 그랬는지 모르게 저절로 좋아지는 게 세상이치”이다. 인위적 메스를 가하면 상처가 덧나게 되고, 여기저기에서 고통을 당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게 된다. 하루아침에 모든 것을 결단내고 요절낼 수는 없는 게 세상사이다. 그러니 “가랑비에 옷 젖는 줄 모른다.”는 속담을 우리 모두 한 번쯤 심사숙고했으면 참으로 좋겠다.


정신과 경제, 별개의 것 같지만 양자를 관통하는 가치는 하나이다. 더불어 살아가야 하는 공존의 가치가 그것이다. 이 가치가 서로를 관류할 때에 비로소 양자가 살 수 있는 것이다. 경제가 내외적으로 어려운 것은 사실이지만, 이럴 때일수록 정신 바짝 차리고 잘못된 길로 나가지 않도록 서로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 서로 양보하는 미덕이 그 해결책이겠지만, 누가 과연 양보를 하려 할까......

xxx

신속하고 정확한 정보전달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 기사를 후원하시겠습니까? 법률저널과 기자에게 큰 힘이 됩니다.

“기사 후원은 무통장 입금으로도 가능합니다”
농협 / 355-0064-0023-33 / (주)법률저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공고&채용속보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