널뛰기식 출제경향...수험생만 골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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널뛰기식 출제경향...수험생만 골탕
  • 법률저널
  • 승인 2002.03.13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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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처음으로 법무부가 주관하여 지난 1일 실시한 제44회 사법시험 및 제16회 군법무관임용시험은 전반적으로 문제수준이 향상되고 변별력이 높아졌으며 선택과목간 난이도 조정도 예년에 비해 나아지는 등 무난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이번 사법시험 및 군법무관임용시험은 법무부로 이관된 이후 처음 시행되는 시험이어서 수험생이나 법조계의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집중됐었다.

  그러나 올해 사법시험 문제가 너무 판례 중심이었다 하여 수험가가 또 한 차례 시끌벅적하다. 작년에는 '수능시험'이라 할 정도로 합격선이 88점까지 올라가는 등 문제가 됐기 때문에 수험가나 수험생들도 법무부가 이번 시험에서는 변별력을 높이기 위해 신경향 문제 등 지난해보다 약간은 까다롭게 출제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는 터였다. 하지만 그 정도가 예상을 훨씬 뛰어 넘어 상위권 득점분포가 곤두박질했다.

  시험의 출제방향은 어떤 특수한 학설에 치우침이 없이 법학지식에 대한 이해여부와 그 응용능력을 시험해야 함에도 올해 시험은 부속법령 관련 문제나 개별판례 문제를 도배하다시피 해서 수험생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니 문제의 심각성을 이해할 만하다. 기본서 중심으로 심도 있게 공부한 사람들이 오히려 피해를 볼 정도로 누가 판례암기를 잘했느냐가 중요 점수 향상 요인이 됐다는 것이다. 수험생들은 이처럼 편향적인 문제가 나오리라고는 전혀 예측하지 못한 것이다. 따라서 판례만 달달 외워 암기만 잘하면 이제 사법고시에 붙는다고 비아냥대는 말이 수험가에 회자되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상황이 여기까지 온 것은 기본적으로 예측하지 못한 일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지난해는 너무 쉬워서 문제고, 올해는 또 정답시비를 의식해 너무 판례 일색이어서 문제라니 해마다 시험문제의 난이도와 출제방향이 이처럼 널뛰기식으로 왔다갔다한다면 수험생들은 도대체 무엇을 기준으로 시험공부를 할 수 있단 말인가. 매년 정기적으로 실시되는 국가고시라면 시험문제의 출제방향 및 기준은 당연히 예측 가능성이 있어야 하는 것이다. 이번의 '터무니 없이 편향된 시험'은 '터무니 없는 출제위원' 때문에 수험생만 골탕 먹은 셈이다.

  이렇게 시험의 출제방향이 해마다 달라지게 하는 것은 이번뿐 아니라 미래의 수험생들까지도 당황하게 만든다. 시험당국이 지난해의 경우처럼 기초수준의 문제를 내 고득점자가 양산됐을 때는 "쉬운 출제로 소송을 피하려는 것"이라고 둘러대고, 문제가 어려워 점수가 크게 낮아졌을 때는 "변별력을 위해 불가피하다"는 식으로 변명하며 얼버무리려한다면 우리의 법조인력정책의 미래는 암담할 따름이다.

  합격자의 선발은 서열에 의존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에 점수의 높고 낮음은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근본적으로 생각해 봐야 할 문제는 지금과 같은 '교육 따로, 시험 따로'식 시스템을 언제까지 끌고갈 것인가이다. 사법시험제도 개선을 위한 장단기 대책 수립을 서둘러야 한다. 단기적으로는 더이상 난이도와 출제방향의 널뛰기 현상이 생기지 않도록 사법시험관리위원회는 현실적인 방안을 모색하고, 장기적으로는 대학교육과 사법시험의 연계를 강화하는 방안 등을 다각도로 검토해야 한다.

  행정의 모든 분야가 그렇겠지만, 특히 법조인력을 선발하는 사법시험은 어느 분야보다도 예측 가능하고 안정적이어야 한다. 수험생들이 더 이상 사법시험제도의 실험 대상이 돼서는 안된다는 것을 법무부와 사법시험관리위원회는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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