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로스쿨을 보는 시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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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로스쿨을 보는 시각
  • 문재완
  • 승인 2008.08.22 1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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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완 한국외대 법학과 교수


일본 로스쿨은 실패작이라는 평가가 많다. 2004년 일본의 로스쿨 도입은 우리나라 법학전문대학원 도입을 촉발시켰지만, 타산지석으로 자주 회자되는 소재이기도 하다. 실패로 보는 이유는 새로 도입된 변호사시험의 합격률이 너무 낮아 로스쿨 도입 취지가 무색하다는 데 있다. 합격률이 40%에 불과하니 과거와 같은 로스쿨 열기도 식었다고 한다. 변호사 합격자를 한 명도 못 내는 로스쿨도 나오고, 문을 닫는 로스쿨도 나오는 것이 현재 일본의 로스쿨 모습이라는 것이다.
일본의 로스쿨을 보고, 우리나라 로스쿨의 미래를 전망하는 것은 속단이다. 또 일본의 로스쿨이 실패작이라고 평가하는 것도 속단이다. 사실 평가는 기준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우리나라처럼 급속히 변화하는 나라에서는, 일본에서 성공이라고 평가하는 것도 성공이라고 받아 들이기 힘든 것이 사실이다.


몇 년전 재독학자 송두율 교수에 대한 논쟁에서 유행했던 내재적 접근법을 통해서 보면, 일본 로스쿨의 진실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 다를 수 있다. 먼저 일본이 새로운 제도를 받아들이는 과정을 보자. 일본인들은 기존 제도를 버리지 않는다. 기존의 것과 새로운 것을 합치는 방식으로 변화를 추구한다. 반면 우리는 현행 제도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면 과감하게 버린다. 항상 새로운 것을 찾는다. 유명한 학자일수록 외국에서 나온 새로운 이론, 새로운 제도에 민감하다. 유능한 관료일수록 새로운 아이디어를 많이 내는 사람이지만, 그의 아이디어는 거의 모두 외국 것이다. 사회적 논란이 생기면 그 해결방법을 외국의 사례에서 찾는다. 그 결과 우리나라는 외국 제도의 전시장이다.


대학 시절 읽었던 글에 이런 주장이 있었다. 일본은 A + B + C로 가고, 우리나라는 A -> B -> C로 간다는 것이다. 종교가 그렇고, 문화가 그렇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종교는 샤머니즘 -> 불교 -> 유교 -> 기독교 등의 순으로 진행되고 있지만, 일본의 종교는 샤머니즘 + 불교 + 유교 + 기독교의 혼합체라는 것이다. 한자를 사용하다 어느날 갑자기 다 버리고 한글을 사용하는 것도 또 한 예라고 한다.


나는 로스쿨의 도입과 운용도 마찬가지라고 본다. 우리나라는 법학 교육의 문제점이 있다고 모든 것을 버리고 법학전문대학원 제도를 도입했지만, 일본은 기존 법학 교육을 그냥 둔 상태에서 로스쿨을 도입한 것이다. 법학부 학생을 위하여 예비시험 제도를 두는 것도 이해가 되고, 로스쿨을 도입한 후에도 사법연수소를 두는 것도 이해가 된다. 그들 기준으로는 예전보다 변호사 수가 조금이나마 늘어난 것도 개혁이고, 법학과 출신이 아닌 학생이 로스쿨에서 공부한 후 변호사가 되는 길을 열어 놓은 것도 개혁이고, 영어 잘하는 학생이 변호사가 될 수 있는 길을 열어 놓은 것도 개혁일 수 있다. 일본은 일본으로 보아야 한다. 그 곳에서 벌어지는 일을 가지고 우리 법학전문대학원의 미래를 점치는 것은 위험하다.


정말 걱정스로운 것은 우리 법학전문대학원이 일본도 아닌, 미국도 아닌 애매모호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는 점이다. 현행 법과대학을 내다버리는 것 같은 태도로 보면, 분명 미국식을 지향하는 것 같은데 실제 움직임은 그렇지도 않다. 변호사시험 합격율이 미국처럼 높게 운영될지도 걱정스럽고, 변호사시험 합격자를 대상으로 연수를 실시하겠다는 대한변호사협회의 발상도 걱정스럽다. 우리 제도는 우리의 것으로 운영하려면 운영자 모두에게 공감대가 형성되어야 하는데, 우리 법조계와 법학계에 어떤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는지 모르겠다. 일본은 로스쿨이 실패라고 생각하면 되돌아 기댈 언덕이라도 있지만, 우리는 다 버렸기 때문에 그러지도 못한다. 일본의 로스쿨을 걱정할 때가 아니라 우리 로스쿨을 어떻게 운영할지 정말 머리를 맞대야 할 때가 아닌가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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