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들어가며
나와 같은 고등학교 동기이면서 고시 공부도 같이 했고, 시험도 같이 1, 2차를 나란히 합격한 친구가 있다. 내가 많은 도움을 받았고, 공부에 관해서나 정신적으로 큰 의지가 된 친구다. 나이까지 같아서 훨씬 큰 도움이 되었고, 영혼이 매우 맑고 한마디로 훌륭한 사람이다.
2. 로펌 취직
그 친구는 성격상 당연히 판사를 해야 했다. 공부를 할 때부터 법학의 근원을 파고드는 사람이었다. 판사를 해서 우리나라 판례의 체계 정비에 일조를 해야 하는 사람이었고, 그것이 본인의 성격상으로도 가장 적합했다. 하지만, 현실이라는 것이 있다. 성적도 판사 임용이 가능한 상황이었지만, 당장 돈을 벌어야 하는 사정이 있어, 할 수 없이 대형 로펌으로 취직을 했다. 그 친구의 연수원 성적은 내가 자세히 모른다. 다만 짐작일 뿐이고, 그 친구와 대화를 통해 추측할 뿐이다.
그 로펌은 3대 로펌에 들어가는, 매우 유명한 로펌이다. 그 정도 로펌에서 변호사로 일하려면, 1주일에 6일을 출근해야 한다. 주말 중 하루는 출근한다는 뜻이다. 그리고 1주일에 3-4일은 밤 12시 경에 퇴근해야 하고, 나머지는 밤 10시 정도에 퇴근을 한다. 물론 이는 사람마다 다르다. 또 한 사람이라 할 지라도 때에 따라 다르다. 사건이 몰릴 때가 있다. 송무를 맡느냐 자문을 맡느냐에 따라서도 다르다.
3. 일요일 밤 전화통화
4. 성향
그 친구는 원래 매우 리버럴(liberal)한 사람이다. 여행을 좋아하고, 미식가이다. 고시 1차를 끝내고 보름간 태국으로 홀연히 여행을 떠나기도 했고, 연수원 마치고 로펌 입사를 앞두고는 3개월 동안 아내와 아기를 데리고 유럽여행을 다녀오기도 했다. 그 때 3,000만원 정도 썼다고 한다. 아이 때문에 숙소나 교통 등에서 좋은 것으로 하다 보니 많이 들었다고 한다. 로펌에 취직하면 앞으로 그러한 기회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과감하게 단행을 했다고 한다. 그 3개월 동안 연수원에서는 이러저러한 절차가 많았는데, 다 생략을 한 것이다.
5. 탈출
2007년 봄이다. 갑자기 그 친구에게서 전화가 왔다. ‘규호야, 나 개업했다’라고. 로펌에서 만 3년을 근무한 것이다. 그 로펌 출신 5명이 같이 나와 서초동 법원 옆에 합동사무실을 낸 것이다. 깜짝 놀랐다. 그 친구가 로펌에 있을 때 통화를 할 때마다, ‘이 친구가 개업을 알아보고 있구나’라는 느낌을 받았다. 나와 얘기를 하면서 개업했을 때의 상황에 대해 물어보곤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내 생각은, ‘이 친구는 개업해서 일할 스타일은 아닌데...’라는 것이었다. 개업하려면 넉살이 좋고, 사업가 마인드가 있어야 하는데, 이 친구는 학자 스타일이다.
6. 아늑한 사무실
그 친구 사무실에 가 봤다. 근처 병원에 허리 물리치료 하러 갔다가 들렸다. 사무실, 예쁘다. 일도 괜찮게 들어온다고 한다. 사무실 운영하는데 큰 어려움은 없는 것 같다. 5명이서 공산제를 하는데, 다른 사람 중에 영업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니, 직접 이 친구가 영업을 하지 않아도 될 듯 싶었다. 로펌에 있을 때보다 정신적으로 매우 여유로워보였다. 몸이 안 좋으면 늦게 나와도 되고, 출근 복장도 캐주얼하게 나와도 된다고 한다.
임대료가 싼 지역으로 보였고, 변호사 5명에 여직원을 2명인가 3명인가만 쓰고, 남자 직원 한 명 정도 쓰는 것 같다. 변호사 방은 매우 작게 해서, 손님이 올 경우 변호사 방에서 만나기가 어렵다고 한다. 모든 손님은 상담실에서 만나는 것 같다.(일반적으로 변호사 방에는 소파나 테이블이 갖춰져 있고, 거기서 개인적인 손님을 만난다.) 인테리어도 최신식으로 잘 했다. 이렇게 할 경우 임대보증금이나 월세가 적게 된다. 임대료는 법원 정문과 얼마나 가까우냐에 따라 달라진다. 임대료가 가장 큰 고정비용인데 적게 되고, 그것도 5명이 분할하니 부담은 가벼울 것이다. 인건비가 그 다음으로 큰 비용인데, 이것도 위와 같이 하면 큰 부담이 없다. 적게 벌어도 유지가 된다는 것이다. 개업을 할 때는 비용을 최소화하는데 신경써야 한다. ▲다음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