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시영의 세상의 창-대한민국은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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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영의 세상의 창-대한민국은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가?
  • 법률저널
  • 승인 2008.08.07 2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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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영 숭실대 법대교수/변호사/시인

 

2008년 8월 8일 8시 8분에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이 시작되었다. 개막식의 화려하고 웅장함, 스펙터클한 모습에 압도되지 않을 수 없다. 만리장성으로 상징되는 중국의 물결은 도도하다 못해 거침이 없다. 어떠한 도전도 허용하지 않을 듯, 어떠한 장애도 문제가 되지 않는 듯 무한질주를 선언한다. 21세기의 세계는 내 손안에 있음을 선언하는 듯 어느 국가도 두려워하지 않으며, 어느 누구도 거리껴하지 않는다. 삼국지 속의 백만대군이 허풍이 아닌 중국, 백만의 말발굽이 품어대는 황하의 흙먼지를 뒤로 하며 앞으로 앞으로만 달음질치는 거대한 대륙 중국, 그 거대한 힘에 압도당하지 않을 수 없다.


전윤철 전 감사원장이 임기 전 사직서를 내고 물러날 때 나는 충격적이었다고 이 칼럼에서 밝힌 바 있다. 어떻게 헌법이 임기를 보장하고 있는 감사원장을 임기 전에 옷을 벗게 만들 수 있는가 하는 자탄의 소리를 내뱉었던 적이 있다. 감사원장이 바뀐 감사원이 꿈틀거리더니 한국방송공사에 대해 전격적인 속전속결의 감사를 실시하였고, 드디어 한국방송공사 정연주 사장의 해임요구 결정을 요구하였다. 부실경영과 적자경영 등 경영책임론을 물어 문책성인사가 단행되어야 한다는 것이 감사원의 해임요구사유이다. 이에 대해 한국방송공사, 즉 케이비에스방송측은 언론기관으로서 국민신뢰도 1위, 영향력 1위라는 통계수치를 들어 감사원의 감사가 표적감사였다며 해임요구처분무효확인소송과 집행정지신청 등 법적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한다. 어느 쪽 말이 어느 정도 맞는지, 내부정보를 정확하게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 없다. 하지만 양쪽 다 어느 정도 진실할 것이다. 다만 바라보는 시각과 관점의 차이가 크기는 하겠지만 말이다. 그렇지만 객관적으로 하나 명확한 것은 정황적으로 볼 때 케이비에스 정연주 사장을 하루 빨리 물러나게 하고 싶은 것이 이명박 정부의 확실한 의지라는 점이다. 유인촌 문화체육부장관의 초임 일성이 전 정부 때 임명된 자들 중에 스스로 물러날 사람은 물러나라는 것이었고, 그러한 물러남을 거부한 사람들에 대하여는 집요한 압박이 가해졌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한 압박의 방법과 정도가 노골적이다 못해 위법적 상황까지 이르렀음은 아는 사람은 다 안다. 그러한 퇴출 압박의 연장선상에서 정연주 사장에 대한 퇴임 압박이 합법의 가면을 쓰고 공공연히 자행되고 있다.


방송법은 제43조에서 공정하고 건전한 방송문화를 정착시키고 국내외 방송을 효율적으로 실시하기 위하여 한국방송공사를 설립한다고 천명하고 있다. 한국방송공사 역시 방송의 목적과 공적 책임, 방송의 공정성과 공익성을 실현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한국방송공사사장은 최고의결기관인 이사회가 결의를 통해 대통령에게 제청하고,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되어 있다. 이사회의 권한을 살펴보면 예산 및 결산, 인사뿐만 아니라 공사의 정책방향 등에 대하여 막강한 권한을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구 방송법에는 대통령이 사장에 대한 임명 및 해임권을 갖도록 되어 있었으나, 개정된 현재의 방송법에는 임명권만 명시되어 있을 뿐 해임권에 대한 규정이 삭제됨으로써 대통령에게 해임권이 있는지를 놓고 법리싸움이 한참이다. 주무부서의 장관 등이 앞장서서 해임권이 있다고 하는 데 대하여 많은 법률전문가들은 공사의 중립성을 보장하기 위하여 해임권을 의도적으로 삭제개정을 한 것이므로 대통령에게 그러한 해임권이 없다고 반박하고 있다. 예를 들어 대통령에게 헌법재판관이나 대법원장 임명동의권 등이 있지만 해임권이 없지 않느냐는 예를 들면서 말이다.


무엇보다도 정연주 사장의 해임을 둘러싼 파동을 보면서 생각해야 할 점은, 방송의 중립성과 독립성 보장을 어떻게 평가하고 가치를 두어야 할 것이냐에 대한 국민들의 공감대라고 할 수 있다. 일부 보수 언론과 이명박 정부는 정연주 사장이 물러나기를 학수고대하고 있다. 그가 물러나면 사장이 임명토록 되어 있는 방송본부장을 교체할 수 있고, 방송본부장이 교체되면 방송의 편집을 둘러싼 하부조직을 변경할 수 있고, 그러한 인적 구성이 변경되게 되면, 방송의 편집 내용이 바뀔 수 있게 되고, 그렇게 되면 국민에 대한 여론형성의 주도권을 이명박 정부의 코드에 맞추어나갈 수 있다는 강한 충동을 받기 때문이다. 그러한 절차과정이 진행될 것을 예상하면서 정연주 사장에 대한 해임을 어떻게든 빨리 이끌어내려고 하는 보수정부의 노력은 집요하다 못해 무섭다는 생각마저 든다.


방송법은 또 천명하고 있다. 방송은 국민의 알 권리를 보장해 주어야 한다고, 절대적 소수와 이익추구실현에 불리한 집단이나 계층의 이익까지도 충실하게 반영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고. 또 천명한다. 방송은 지역사회의 균형 있는 발전과 민족문화의 창달에 이바지하여야 하고, 정부 또는 특정 집단의 정책 등을 공표함에 있어 의견이 다른 집단에게 균등한 기회가 제공되도록 노력하여야 하고, 또한 각 정치적 이해 당사자에 관한 방송프로그램을 편성함에 있어서도 균형성이 유지되도록 하여야 한다고 말이다


김윤옥 대통령 영부인의 사촌언니 김옥희씨가 전국구국회의원공천을 미끼로 30억원이 넘는 돈을 받았다는 보도는 우리를 절망케 한다. 친박연대의 비례대표 1번 양정례씨의 정치자금 역시 30억원이었음이 비교되어 클로즈업된다. 단위가 크다. 아주 세다. 서민이 생각해볼 수 없는 돈을 요구하고, 그 돈을 서슴없이 내어놓는 보수들의 돈잔치는 우리를 분노케 하고 절망케 한다. 그들은 역시 호박이다. 한번 구르는데 아무도 막아설 수가 없다. 콩알이 아무리 쫑알거리며 굴러도 어찌 호박 한 번 굴러가는 것을 당해내겠는가?


보수는 하는 짓이 뻔뻔스러울 때가 많다. 조선시대 양반으로 상징되는 보수, 일제시대 친일과 지주계급으로 상징되는 보수, 정권과 결탁한 재벌기업과 가진 자들로 상징되는 현대판 한국의 보수, 학계와 언론계와 문화계에 포진되어 있는 편향된 가치를 가진 일부 지성의 보수 등은 그들의 힘을, 그들의 논리를, 그들의 가치를 전파하는데 전혀 두려움을 느끼지 않는다. 사정없이 칼을 뽑아 휘두르고 먹을거리를 포식하고 입맛을 다신다. 종을 두었었고, 하인을 부려보았던 경험이 그러한 힘의 행사에 전혀 주저하지 않게 만든다. 종업원들에게 하루 열다섯시간씩 일을 시키며 임금을 착취해 보았고, 그들의 인권을 말살해본 경험이 있다. 자신들 앞에서 굽신거리며 하루 먹거리를 해결하기 위해 굴종하는 많은 무리들을 경험해 보았다. 모두가 발아래로 보이고 모두가 만만해 보인다. 조금이라도 빨리 출세하고자 원하는 자들은 힘을 가진 그들에게 맹종해야 했고, 그 맹종의 틀 속에서 스스로 세뇌되어 또 다른 보수의 지배계급으로 성장해왔다. 그들은 타인들이 그 보수의 힘 속에서 한 축이 되는 것을 용납하기 힘들어한다. 어찌 감히, 노는 물이 다른 부류가 함께 더불어 살아가겠다고 한단 말이냐고 호통을 친다. 보수는 목소리를 높일 필요가 없다. 뒷짐 지고 허음 하고 헛기침 한 번 하면 그것으로 족하다. 어찌 조선시대 상전이 종놈하고 함께 삿대질을 해본 적이 있었던가? 그냥 헛기침에 뒷짐 지고 팔자걸음 걸으면 충직한 다른 종놈이 나서서 복날 개 패듯 패 대신 해결해 준다. 그것으로 상전의 권위는 지켜지고 유지되었다. 손에 피하나 묻히지 않고 이이제이의 수법이 모든 것을 해결해 준다는 것을 알고 있는 보수는 칼자루를 쥐는 순간 무소불위의 힘을 쓰고 싶은 충동에 사로잡히게 된다. 지시하는 자는 강하다. 복종하는 자들에게 월급을 주고, 복종하지 않은 자들을 돈으로 회유하고 이권을 산다. 끼리끼리 해먹을 수 있는 것이면 밀실의 야합도 서슴치 않는다. 그러한 야합의 한 형태가 앞의 김옥희라는 여자의 국회의원직 공천장사다.


진보의 걸음걸이는 자갈길을 굴러가는 빈수레 같을 때가 많다. 요란하고 시끄럽다. 덜컹거리고 삐걱거린다. 힘이 약한 진보는 힘 센 보수에 대항하겠다며 뭉쳐서 패거리를 만들어보지만, 번번이 깨지고 당하는 것이 몸에 배어있다. 그러니 진보가 한 번 나서면 세상이 시끄러울 수밖에 없다. 적은 힘을 크게 하기 위해 여럿이 모이다 보니 시끄러울 수밖에 없는 게다. 보수는 그것을 비난한다. 왜 조용한 세상을 시끄럽게 하느냐고, 촛불집회를 바라보는 시각이 그렇고, 노동운동을 바라보는 시각이 그렇다. 물론 진보도 고쳐야 할 점이 많다. 천리길도 한걸음부터라는 속담의 의미를 깨닫고 서두르지 않아야 하는데, 진보의 속성이 더 이상 못 참겠다는 조급증에 제 스스로 속을 갉아먹고 있다.


부시대통령이 일박이일의 방한을 무사히 마치고 돌아갔다. 이명박대통령은 국회가 인사청문회 기한을 넘겼다는 이유로 안병만 교육과학기술부장관, 장태평농림수산식품부장관, 전재희보건복지가족부 장관의 임명을 청문회절차 없이 끝내는 강심장을 보여주었다. 경찰기동대는 대원들이 시위자를 한 명 체포하면 5만원씩의 포상금을 주겠다고 발표하여 촛불시위에 참석한 시민들을 정말 오뉴월 개 패듯 두들겨 패며 끌고 가게 했다. 국민들의 비난 여론이 빗발치자 하루만에 그 포상계획을 변경했다. 그런 발상, 국민 한 명 잡아오면 5만원씩 주겠다는 포상계획을 서슴없이 내세울 수 있는 게 보수의 특성이다. 물론 법은 지켜야 한다. 시위하는 사람들이 먼저 법을 지켜야 한다. 그렇지만 공권력의 행사도 어느 정도 자제되어야 한다. 왜냐면 힘을 가졌기 때문이다. 힘을 가진 자가 브레이크를 걸지 않으면 세상은 엉망진창이 되고 말기 때문이다. 정연주 케이비에스 사장 문제가 앞으로 어떻게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그만 둘 것인지, 계속 버틸 것인지 지켜볼 일이다. 어느 쪽으로 결말이 나든 이명박 정부는 엄청난 대가를 치루게 될 것이다. 국제언론협회가 한국 정부에 대하여 언론탄압을 중지할 것을 강력하게 요구해왔다. 역사의 시계바늘이 뒤로 돌고 있음을 본다.


2008년 베이징의 올림픽 성화가 활활 타오르고 있다. 도대체, 이 시간에, 대한민국은 무슨 일을 하고 있는가?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가? 당신은 똑 바로 알고 있는가? 똑 바로 보고 있는가?

 

※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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