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수험생활은 칼을 쥐기 전 칼집을 마련한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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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수험생활은 칼을 쥐기 전 칼집을 마련한 시간”
  • 법률저널 편집부
  • 승인 2008.08.06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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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외무고시 영어능통 합격자 하대국 합격수기


Ⅰ. 들어가며

처음 고시공부를 시작할 때는 어떤 사람들이 합격수기를 쓰는 것인지 신기했는데, 제 입장이 그렇게 되니 감개무량합니다. 제41회 외무고시 최종합격자 명단에서 제 이름을 확인하고 나서 가장 먼저 두 가지를 하였습니다. 첫째는 초심을 다지기 위해 하나님에게 기도하는 것이었고, 둘째는 제 삶의 모델이신 아버지께 전화를 드리는 것이었습니다. 사람이란 열 번의 성공을 통해서도 배우지 못하는 것을 한 번의 실패를 통해 배운다는 말이 있듯이 외무고시를 통해 얻은 것은 단순한 지식의 축적이 아닌 인생이었습니다. 그리고 신은 아마도 아픔과 좌절을 모르던 제게 칼을 주시기 전에 칼집을 먼저 주시려고 긴 시간의 수험생활을 허락하신 것 아닌가 조심스럽게 되돌아봅니다.


먼저는 시험을 시작한 2002년 10월에서부터 합격하기까지의 긴 과정을 순서대로 적어보고자 합니다. 그런 후 영어능통자로써 각 과목에 어떻게 접근했는지에 대해 소개해 드리고자 합니다. 2005년 첫 2차 시험을 보기까지는 1부로 공부했고, 그 후부터 영어능통전형으로 전환했음을 염두에 두시면서 읽으면 더 도움이 될 것입니다. 아울러 저는 어릴 적 남미에서 5년간 살았기 때문에 스페인어에 관해서는 분명한 이점이 있었지만, 영어의 경우는 1995년 한국에 귀국한 이후부터 사실상 재정립되었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Ⅱ. 공부의 시작에서 합격까지

 

1. 2002년 10월 ~ 2004년 6월 - 긴 여정의 시작
2000년 말 정치외교학과와 법학과 사이에서 법학과를 선택하면서 제가 처음 인연을 맺었던 시험은 사법고시였습니다. 그러나 민법에 흥미를 느끼지 못해 상당 시간 무늬만 고시생인 시간을 보내게 되었으며 사법고시가 제 길이 아니라는 판단을 하고 외무고시를 시작하게 된 것은 2002년 10월이었습니다. 2003년의 1차 시험은 PSAT가 도입되기 전 마지막 시험이었기 때문에 국제법, 헌법, 한국사 테이프들을 구입해서 외무고시에 첫 발을 내디뎠습니다. 첫 1차 시험의 결과는 1점 차이로의 실패였습니다.


학원에서는 상담을 통해 우선 경제학에 집중할 것을 권했지만 첫째는 경제학에 자신이 없었기 때문에, 둘째는 외국어로 경제학을 충분히 상쇄할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 하에 당시 가장 관심이 있었던 국제정치학 강의들을 중심으로 수강하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휴학 후 복학하여 부전공으로 수강한 정치외교학과의 과목들은 하나같이 제 관심을 흡수했고, 그 결과 국제정치학에 대한 이해도는 올라갔으나 수험의 관점에서 봤을 때 상당히 편식이 심한 공부를 하게 되었습니다.


2004년 초에는 인간관계에서 오는 힘든 경험들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러한 이유로 2004년의 1차 시험은 대실패였고, 더딘 공부의 진척이 2004년 상반기 내내 이어졌습니다.

 

2. 2004년 7월 ~ 2005년 6월 - 소수점 차이로……
신림동의 환경을 싫어했던 터라 휴학을 한 후에 시험공부장소를 집으로 결정했습니다. 그리고 서브노트의 작성에 주력했습니다. 여전히 경제학에 대한 관심은 뒷전에 있었지만 국제정치학과 국제법에 관한 한 나름대로 분류한 주제들에 대해 일부는 손으로 일부는 컴퓨터로 서브노트를 만들었습니다. 물론 이후 답안 작성강의들을 들으면서 서브노트의 내용을 한편으로는 삭제하고 한편으로는 보강했지만, 밤을 새워가면서 작성했던 서브노트들은 자칫 머리에 머무를 수 있는 지식을 손으로 가져오는데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2005년에 본 첫 2차 시험에서 저는 다른 분들을 통해서 전해 듣기만 했던 소수점 차이로의 불합격이라는 경험을 하게 되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그 때 합격했었다면 타인의 아픔을 모르는 참 “잘난” 사람이 됐을 것 같지만, 여하튼 당시 제게는 결과가 상당한 충격으로 와 닿았습니다. 패인은 상당히 쉬운 미시 경제학 문제 계산의 실패에 있었습니다.

 

3. 2005년 7월 ~ 2006년 6월 - 영어능통으로의 전환과 좌절
똑같은 공부를 되풀이하는 것을 대단히 싫어하는 성격 때문에 기존에 한국어로 했던 공부를 영어로 전환하기로 결심한 후 공부환경을 바꿔 고시반에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2005년의 영어능통전형 커트라인이 워낙 낮았었기 때문에 2005년 2차에 나왔던 점수만 나오면 이듬해 넉넉히 합격할 수 있을 것이라는 위험한 가정을 가지고서 여전히 경제학과의 정면대결을 피하는 공부방법을 택했습니다.


2006년에 본 시험의 패인은 다시 경제학에 있었습니다. 무엇인가에 홀린 듯이 경제학을 망치고서 망연자실 했습니다. 물론 2005년에 획득한 점수수준은 유지했지만 1부보다도 높았던 영어능통전형 커트라인 앞에서 다시 한 번 실패의 쓴 잔을 마셔야 했습니다.

 

4. 2006년 7월 ~ 2007년 6월 - 포기와 복귀, 그리고 합격
두 번의 실패 이후 외교관의 꿈을 접고 외국계 컨설팅 회사인 Bain & Company에서 인턴으로 일할 기회를 가졌습니다. 훌륭한 회사에서 뛰어난 컨설턴트 분들로부터 처음으로 사회생활을 배울 수 있었고, 열심히 노력한 결과 실력을 인정받아 추가 인턴제의를 받게 되는 등 새로운 세상을 보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궁전 같은 호텔이어도 제 집만 못하듯이 숨기고 싶어도 숨길 수 없는 것이 오랜 시간 꿈꿔온 외교관의 열망이었습니다.


제 꿈을 확인하기 위해 작년 12월 아버지와 함께 어릴 적 살았던 남미의 콜롬비아와 외가가 있는 미국을 다녀왔습니다. 부친과의 여행을 통해 영어, 스페인어, 포르투갈어를 앞세워 아메리카 대륙을 향한 외교관이 되고자 했던 초심을 다시 회복할 수 있었고 올해 1월부터 공부를 다시 시작 했습니다. 이전까지의 “적당히 열심히”가 아닌 “최선을 다했다”고 할 수 있도록 힘을 다했고 그 결과 오랜 시간의 여정에 종지부를 찍을 수 있었습니다.

 

Ⅲ. 과목별 접근법

 

PSAT에 관해서는 항상 자신이 있어서 1차 시험을 며칠 앞두고서야 모의고사를 보면서 감을 잡았기에 PSAT에 관해서는 그다지 말씀드릴 것이 없어 2차 과목별 접근으로 들어가겠습니다.

 

1. 외국어 과목
(1) 영어
저는 영어를 대단히 좋아해서 대원외고 재학 시 고등학교 1학년 이후 오직 영어공부에 매진하는 “독특한” 생활을 했습니다. 매일 12시간 이상씩 SAT와 GRE 단어를 외우고 또 모의고사들을 풀어봤으며, CNN과 다큐멘터리 방송들을 녹화한 후에 들릴 때까지 반복청취를 하면서 고급스러운 표현들에 익숙해지도록 노력했습니다.


이러한 공부습관이 대학교로 이어져 슬럼프 중에서도 영어는 매일 2~3시간 이상의 공부를 유지했습니다. 손으로 번역하는 것은 시간이 많이 걸리기 때문에 머리로 번역하는 학습을 반복했고, 특히나 Discovery 방송을 들으면서 즉석에서 자막과 비교하면서 시청하는 것이 큰 도움이 됐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말하기와 듣기가 빠진 읽기와 쓰기에 치우친 외국어 공부는 절름발이 공부라고 생각하기에 평소에 매일 30분 이상씩 Foreign Policy나Economist 등의 간행물 기사를 소리 내서 읽었습니다. 그러는 과정에서 발음, 속도, 억양까지 실제 CNN이나 BBC 앵커를 따라하기 위해 무단히 노력했습니다.

 

(2) 스페인어
스페인어 역시 영어공부 방법을 그대로 적용했습니다. 대학교 1학년 때 DELE Superior(스페인 문화교육부에서 수여하는 최고등급 자격)를 취득한 이후 한동안 스페인어에 대한 자만심 때문에 공부를 소홀히 했으나 외무고시 공부를 시작하면서 스페인어에 대한 공부 또한 재개했습니다. 스페인어 공부는 BBC Mundo, 스페인어 CNN, RKI 등을 통해서 이어갔습니다.


많은 분들이 한국외국어대학교의 교재에서부터 스페인어 공부를 시작하는 것을 볼 수 있는데, 개인적인 견해로는 초심자 분들의 경우 고등학교 교과서가 효율적인 초기 학습을 위해서 더 적격인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런 후에는 미국 대학생용 AP Spanish와 DELE Intermedio(중급)을 권해드립니다.

 

2. 논문과목
영어능통전형에서관건은 가장 “고시스러운” 답안지를 얼마나 “영어스럽게” 적어내는가에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일단 1부로 공부했던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한국어로 썼던 답안들을 기억하여 이를 어떻게 각 과목이 요구하는 표현에 맞춰 영어스럽게 옮길지를 고민했습니다. 영어답안의 경우 언어의 특성상 한국어보다 더 많은 공간을 차지하기 때문에 기존에 한국어로 쓰던 양과 표현을 어떻게 더 압축적으로 풀어낼지 또한 고민했습니다.

 

(1) 국제법 / 국제정치학
교수님들께서는 영어용어의 오용과 학문적인 서술방식에서 벗어난 표현을 싫어하십니다. 이는 특히 국제법과 국제정치학에서는 심하기 때문에 이 과목들과 관련해서는 항상 원서들이나 Google을 통해 영어용어와 표현을 별도 정리할 필요가 있습니다. 저는 한국어로 만든 서브노트 위에 영어용어들을 추가시키는 방식을 취했습니다. 다음과 같은 교재를 이용했습니다. (존칭 생략)
-국제법: 국제법론 (김대순), International Law (Shaw), Cases and Materials (Dixon & McCorquodale), 국제법 주요판례집 (4인 공저)
-국제경제법: 국제경제법 (최승환), 국제경제법 (한국국제경제법학회), The World Trade Organization (Matsushita 외 3인 공저)
-국제정치학: 국제정치패더다임 (박재영), 현대국제정치학 (하영선, 이상우), 세계와 미국 (이삼성), 21세기 미국패권과 국제질서 (오기평), 국제정세의 이해 (유현석), 국제분쟁의 이해 (Nye), 한국의 외교정책 / 외교정책의 이론과 이해 (김달중), 신한국책략 (김우상), Global Political Economy (Gilpin), The Globalization of World Politics (Baylis & Smith) 외 기타 저서와 논문
-외교사: 세계외교사 (김용구), 국제정치사 (이기택), 근대동양외교사 (성황용), Diplomacy (Kissinger), 영어로 된 한국/일본/중국 근현대사 저서

 

(2) 경제학
경제학 두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취한 노력은 일차적으로는 동영상 강의를 녹취에 가까운 방식으로 듣는 것이었습니다. 가령 한 시간 분량의 동영상이라면 강사의 메시지가 이해될 때까지 들으며 상세한 부분까지 적는 것입니다. 물론 한 시간 분량의 동영상을 다 소화하는데 5~6시간이 걸리곤 했지만 유용한 공부였던 것 같습니다. 이차적으로 두 차례나 아픔을 준 계산문제, 특히 미시경제학 공포증에서 벗어나기 위해 올해 1~4월 사이 주어진 시간의 반 이상을 여기에 투자했습니다.
경제학은 상대적으로 영어표현이 단순하기 때문에 국제법이나 국제정치학과는 달리 용어와 기초 표현에만 익숙해지면 될 것이라고 판단됩니다. 개인적으로 본 교재는 다음과 같습니다. (존칭 생략)
-미시경제학: 미시경제학 (이준구), 해설이 있는 미시경제학 (이영환), 미시경제학 연습 (최병권), 경제학의 Zip (김진욱), Microeconomics (Pindyck, Rubinfeld)
-거시경제학: 거시경제론 (정운찬), 거시경제학 연습 (최병권), 경제학의 Zip (김진욱), Macroeconomics (Mankiw)
-국제경제학: 국제무역이론 (최병권), 국제경제론 (김인준), International Economics (Krugman)

 

3. 3차 면접
평소에도 글보다는 말에 자신이 있었으나, 자신감에 완벽을 더하기 위해 2차 시험이 끝난 직후 3차 면접 스터디를 구성했습니다. 개인면접과 발표를 녹화하면서 손동작, 말속도, 시선처리를 세세히 수정했으며, 심지어 머리 스타일과 복장까지 확인에 확인을 거듭했습니다. 실제로 시험 당일 새벽에 미장원에서 머리를 손질하고 가볍게 화장까지 한 후 면접장으로 향했습니다. 하지만 위의 노력들 위에 가장 중요했던 것은 수십 가지의 질문을 스스로 구성해 본 후에 이를 구조적으로 답하도록 훈련했다는 점입니다. 30초 엘리베이터 테스트에서 시작해서 황당한 압박질문까지 여러 시나리오를 만들어보고 준비하여서 3차 협상과 면접을 훌륭히 마무리 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 작년 영어능통전형의 3차 모의협상은 한국어로만 진행된 반면에 올해의 경우 반은 한국어 반은 영어로 진행되어 평소 영어를 준비해 둔 노력이 빛을 발할 수 있었습니다.

 

Ⅳ. 나가며

외무고시는 외국어와 넓은 식견을 키워 외교관으로써 휘둘러야 할 칼을 준비하는 시간이라 생각됩니다. 철광석을 채취하여 빛나는 칼이 만들어지기까지의 과정은 긴 침묵과 인고의 시간입니다. 하지만 칼을 갈면서 알게 된 것은 젊은 나이에 “관”의 지위라는 칼을 손에 쥐기 이전에 칼을 절제할 수 있는 칼집을 마련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점입니다. 제 합격수기가 여러분에게, 특히 영어능통자 전형을 준비하시는 분들께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원하며, 제 공부방법이 독특할 수 있으니 각자 개인에게 맞게 선택적으로 적용하시기를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칼을 준비하시는 과정을 통해 칼보다 더 중요한 여러분의 칼집 또한 준비되기를 바랍니다.


감사드리고 싶은 분이 너무나 많습니다. 무엇보다도 제 삶의 주관자이신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기 원합니다. 누구보다도 저와 많은 시간을 보내주시는 아버지, 항상 저를 우선해 주시고 기도해 주시는 어머니, 오빠의 “응석”을 넉넉히 받아준 동생 신혜에게 감사합니다. 따뜻한 기도와 격려로 함께해 주신 김교순 사장님 내외분, 찬영이 형 내외분, 그리고 지면상 다 적을 수 없는 교회의 많은 분들께 깊게 고개 숙이기 원합니다. 힘든 시간을 통해 a friend in need is a friend indeed 라는 속담을 확인시켜준 많은 친구들이 있지만, 특히 언제나 말동무가 되어 준 미국 유학을 준비하는 이지원, 뛰어난 통찰력으로 대화법을 다듬어준 로레알의 최형주, 최고의 언어실력으로 회화준비를 도와준 통역대학원의 박수정, 시험 잘 보라고 배 상자를 들고 집까지 찾아왔던 육군통역장교 김무선, 불합격하고 실의에 빠져 있을 때 다시 시험을 보도록 큰 도전을 준 김홍수 외무관, 그리고 언제나 최고의 격려로 힘을 고취시켜준 정웅재 회계사, 이 분들께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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