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시원 '불지옥' 이미지 걷어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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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시원 '불지옥' 이미지 걷어내야
  • 법률저널
  • 승인 2008.08.01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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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비극이 발생했다. 지난 2006년도 7월 서울 송파구 잠실동 고시원 건물 방화사건으로 8명이 사망한데 이어, 공교롭게도 올해 같은 달 경기 용인시의 한 고시원에서 방화로 추정되는 불이 나 7명이 목숨을 잃는 참사가 발생했다. 잊을 만하면 터지는 고시원 화재가 추운 겨울도 아닌 여름철에 또다시 발생한 것은 충격이다. 2003년 서울 사당동 고시원 화재를 비롯해 크고 작은 인명사고를 낸 고시원 화재만 10여차례나 된다. 특히 그간 고시원 화재로 숨진 대다수는 하루하루 힘들게 살아가는 극빈 소외계층이다. 이번에도 희생된 사람들은 대부분 영세 서민들로 월세 30만 원 남짓한 소위 '쪽방' 고시원에서 생활하다 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져 주위를 더욱 안타깝게 하고 있다. 한 푼이라도 아끼기 위해 6.6㎡ 안팎의 쪽방에서 고단한 삶을 유지해온 그들이다. 비록 지금은 힘들어도 좋은 날이 있을 것이라는 희망에 의지해 살아왔지만 무책임한 정부와 국회, 소방당국의 허술한 관리로 그 희망은 한순간 물거품이 돼 버렸다.

이번 고시원 화재참사는 선진국에 근접한 것처럼 보이는 우리 사회의 그럴 듯한 외양이 사실은 곳곳의 후진적 치부를 가린 것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극명하게 보여 주었다. 외환위기 이후 우후죽순처럼 생겨난 쪽방형 고시원이 화재에 취약하다는 지적이 제기된 것은 한두 번이 아니다. 최근 문제의 고시원이나 고시텔은 신림동 고시촌처럼 고시생들의 학습장소가 아닌, 유흥업소에서 일하는 젊은이나 일용직 노동자 등이 저렴한 비용으로 숙식을 해결하는 주거 대용으로 변질돼왔다. 게다가 관계의 단절에 따른 익명의 구성원이 밀집해 있어 방화 등 범죄의 위험성이 매우 높아지고 있다. 특히 이들 고시원은 벌집같은 방, 미로처럼 좁은 통로, 있으나마나한 비상구 등이 말해주듯 대형 참사를 예비하고 있다. 특히 방화의 경우 일반 화재보다 연소속도가 빠르고 낮 시간 보다는 새벽 등 취약시간에 발생하는 경우가 많아 인명피해를 더욱 키우기 마련이다.

그러나 고시원이 화재가 발생할 때마다 대형 인명사고로 이어진 책임은 소방시설을 갖추지 못했는데도 불구하고 고시원 영업을 허용하는 허술한 정부정책과 소방관련법 개정안을 입법예고까지 했다가 자동폐기한 17대 국회에도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 2006년 서울 잠실과 안산 고시원 화재로 대형 참사가 발생하면서 고시원에 대해 위생관리의무 및 손해발생시 배상책임을 위한 보증보험가입과 예치금 납부 등을 골자로 한 공중위생관리법 일부 개정법률안이 지난해 4월 입법예고 된 후 같은해 11월 국회에 제출됐다. 그러나 이 법안은 지난 5월말 17대 국회 임기를 끝으로 자동폐기된 것으로 밝혀지면서 국회의 안일한 법안 처리 태도가 다시 도마위에 오르고 있다. 이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됐다면 고시원은 건축법상 용도별 업종에 포함되고 지자체규제사항과 소방규정까지 마련돼 제도권안에서 관리가 가능했다는 것이다.

2004년 제정된 소방법상도 허점이다. 고시원이 신종다중이용업으로 분류돼 있어 소방점검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소방법보다 상위법인 건축법상에는 고시원이라는 분류 자체가 없다. 소방법만 지키면 얼마든지 구조나 용도변경이 가능하기 때문에 이 점이 악용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다중이용업 특별법만으론 고시원 화재사고를 막기에 불충분한 만큼 소방법 개정 등 정부 차원에서 추가적인 보완대책이 나와야 한다. 관계 기관은 고시원 소방시설에 대해서도 철저하게 점검해 더 이상 고시원을 이용하는 시민들이 위험에 노출되는 일어 없도록 해야 한다. 건축물의 용도에 맞지 않게 위법하게 운영하거나, 소방시설 등을 적정하게 관리하지 않고 운영하는 고시원에 대해서는 관계기관에 개선통보 및 개수명령 등 강력한 행정조치가 뒤따라야 한다. 이는 숨진 사람들의 영혼을 위로하는 최소한의 조치이자 유사한 참사를 막는 길이다. 갈 곳이 없어 그런 시설에서 살다가 죄 없이 희생된 사람들의 가슴 아픈 사연은 이번이 끝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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