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시영의 세상의 창-보수여, 자중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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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영의 세상의 창-보수여, 자중하라
  • 법률저널
  • 승인 2008.08.01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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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영 숭실대 법대교수/변호사/시인

 

국어사전에 따르면 보수는 보전하여 지킴 또는 새로운 것이나 변화를 반대하고 전통적인 것을 옹호하며 유지하려 함이라는 의미라고 되어 있다. 보수는 진보와 함께 더불어 살아가야 하는 현실이다. 어느 한쪽이 다른 한쪽을 압도하는 세상은 불행해진다는 것이 역사가 가르쳐준 교훈이다. 러시아의 볼세비키 혁명이 그랬고, 중국의 문화대혁명이 그랬다. 독일의 나치가 그랬고, 이태리의 무솔리니가 그랬다. 일본의 대동아전쟁이 그랬고, 미국의 이라크침공이 그렇다. 2008년 여름이 뜨겁다. 폭염이라는, 염제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대한민국의 8월은 뜨겁다. 8월 7일이 입추이니, 멀지 않아 가을의 문턱을 넘어 설 것이고, 곧이어 아침저녁으로 신선한 바람이 불 것으로 기대되지만, 8월 1일, 오늘의 대한민국은 뜨겁다 못해 데일 정도다. 결코 가을이 올 것 같지 않다는 듯, 가을이라는 단어를 아예 잊어먹고 사는 것처럼 뜨겁다.


독도문제가 심각한 외교문제로 비화되고 있다. 그 동안 조용한 외교를 추진해왔으나, 미 지명위원회가 독도를 “주권 미지정 지역”으로 변경한 문제로 보수와 진보를 넘어서 온국민이 한목소리로 정부의 안이한 외교대책에 대하여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미 지명위원회는 정치적 고려 없는 전문가의 결정일 뿐이라고 발표하지만, 오랫동안 대한민국 영토로 표기되어 온 독도를 주권 미지정 지역으로 표기하고 동해를 일본해라고 표기 변경한 것은 분명히 의사결정과정에 문제가 있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미 지명위원회는 한국 정부의 강력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쉽게 원상회복에 응할 것 같지 않다는 것이 일반적 외교관측이다. 한국정부의 강력한 반발에 부시 미국대통령이 방한을 앞두고 곤돌라 라이스 국무장관을 불러 검토할 것을 지시했다고 하니 지켜볼 일이지만, 학계와 정부의 역할이 엄연히 구분되어 있는 미국에서 이런 명칭 환원이 쉽게 되리라고 보이지는 않는다.


한일간에 심각한 외교마찰이 빚어지자, 독도수호의지를 천명하기 위하여 한승수 국무총리가 독도를 방문해 “동해의 우리 땅 독도, 2008년 7월 29일, 국무총리 한승수”라고 쓰인 표지석을 설치하였다. “우리 땅”이라는 글을 음미해본다. 우리 땅은 주관적 표현이다. 물론 국무총리 한승수라고 표기되어 있어 우리야 대한민국의 국무총리가 표기했다는 것을 알 수 있지만, 한승수 국무총리가 누구인지 잘 알지 못하는 외국인들이라면 그 표지석만 보고서는 독도가 “대한민국 땅”이라는 사실을 객관적으로 인식하지 못한다. 그러한 표지석을 세우고 온 것이 안 한 것보다는 낫다는 생각이지만, 기어이 세우고 와야겠었으면 거기에는 “동해의 우리 땅 독도”라고 적을 것이 아니라 “동해의 대한민국 땅 독도”라고 기재하고 왔어야 한다. 객관화 정신이 필요하다. “우리 땅”은 아무나 그 땅의 주인이 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우리는, 언제나 가변성을 가지고 있는 주체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일본인이 독도에 입도하여 그 표지석을 우리 땅이라고 읽으면 어떻게 되겠는가? 저기 미국인이 와서 우리 땅이라고 읽으면 어떻게 되겠는가? 모두들 자기네 땅이라고 주장하라는 말인가? 거기에는 우리를 밀어내려고 하는 이들도 쉽게 우리 땅이라고 말할 수 있는 빌미를 줄 수 있는 “우리 땅”이라는 말 대신 객관적으로 “대한민국 땅”이라고 쓰고 와야 한다. 그래서 그 글을 읽는 사람 모두가 “독도는 대한민국 땅”이라는 사실을 객관적으로 인식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그리고 그 아래에 국무총리라고만 쓸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 국무총리”라고 써야 한다. 독도에 우리 땅이라고 쓴 표지석을 설치하는 행위는 국내용이 아닌 외국에 대한 엄정한 선포이다. 그렇다면 당연히 국내에서 사용하는 “국무총리”가 아니라 대외적으로 표명하는 “대한민국 국무총리”여야 한다. 그리고 한글로만 쓸 것이 아니라, 세계 공통어인 영어도 함께 병기를 하고, 표지석도 손바닥만하게 조그맣게 제작할 것이 아니라 독도 상공을 지나가는 비행기 안에서도 보일 수 있을 만큼 큼지막하게 제작하여 설치하여야 한다. 아주 사소한 것 같지만, 표지석을 왜 제작하여야 하고, 제작한다면 어떤 의미가 내포되도록 제작하여야 할 것인지에 대한 깊은 성찰이 없음을 탓하고자 할 뿐이다 생각들이 짧다 못해 아예 없음을 탓하고자 할 뿐이다. 세상을 거시적으로 바라보고, 전체적으로 생각하고, 나만을 생각하거나 우리만을 생각할 것이 아니라, 상대방을 고려하여 세상을 아우르는 마음으로 중요한 일일수록 생각해야 함을 충고하고 싶을 뿐이다. 이런 말을 하고 있는 내가 참으로 한심하다.


이명박 대통령이 처음에는 미 지명위원회의 표기 변경에 대하여 대노하였다더니 우리끼리 싸우면 상대가 웃는다며 진정기미를 보이고 있다. 그건 그렇다. 상대방이 잘못된 행동을 한 것에 대하여 우리끼리 화를 내고, 똑똑한 공무원을 사정없이 잘라내 버리면, 문어가 제 팔다리 잘라내듯 남는 게 없어 결국 적만 더 이롭게 해주는 황당한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하지만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자기 영역의 업무를 제대로 챙기고 있는지 면밀히 검토하여, 제대로 일을 하고 있지 않는 공무원들이 있으면 강력한 징계가 따라야 한다. 자기 행위에 대하여 책임을 진다는 인식이 깊어질 때 모두들 행동에 신중을 기하게 된다. 첫째로는 자기가 맡은 일에 애정이 결핍된 공무원들은 결단코 용서해서는 안 된다.


우리나이로 일흔 다섯인 공정택 씨가 서울시교육감으로 당선되는 것을 보며, 대한민국의 보수가 극에 달했음을 본다. 그동안의 교육현장에서의 경험으로 앞으로 잘 하리라 기대하면서도, 일흔 다섯의 노인이 가지고 있는 생각이 과연 일곱 살짜리 아이들의 눈높이를 어떻게 맞춰 나갈 수 있을 것인지 염려가 되는 것 또한 사실이다. 케이비에스 정연주 사장에 대한 퇴임압력이 갈수록 거세지는 것을 지켜보며, 지난 달 30일 폐막한 테헤란비동맹장관회담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공동서명한 10.4 합의각서의 정신을 부정하려는 듯 의장성명에서 채택되어 발표된 위 합의각서의 내용을 극구 삭제하기 위해 외교력을 집중한 외교부의 행태를 지켜보며, 시위자들에 대한 체포전담 경찰관기동대 신설을 지켜보며, 회기 개시 후 두 달이 넘도록 원 구성을 제대로 하지 못한 채 민생을 외면하고 법안처리를 하지 않고 있는 식물국회를 지켜보며, 엘지 그룹, 두산그룹의 재벌 3세들이 증시조작을 통해 수백억대의 눈먼 돈을 순식간에 꿀꺽하다 잡혀 들어가는 후안무치함을 보며, 일기예보를 매일 틀리게 발표하는 기상청의 기상예보를 지켜보며, 노무현 전 대통령의 e知園 국가기록 열람권 보장 문제를 둘러싼 고소고발사건을 바라보며 대한민국의 보수화의 극을 보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보수가 극에 달하면 썩는다. 왜냐하면 지키려고 하는 자는 썩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보수는 가진 것이 많기에 몇 사람만 뭉치면 무소불위의 힘을 갖게 된다. 까닭에 진보는 소리만 요란하지 힘을 쓰지 못한다. 가진 힘이 없기 때문이다. 힘을 많이 가진 몇 사람이 그 힘을 합하게 되면 세상은 썩게 된다. 썩게 되면 가스가 분출되게 되고, 닫힌 밀폐공간이 저절로 폭발하게 된다. 대한민국은 폭발되어서는 안 된다. 까닭에 보수는 겸손해져야 하고 베풀어야 하고 나누어야 한다. 하지만 오늘, 대한민국의 보수는 신나게 움켜지려는데 혈안이 되어 있는 듯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지나 10년 세월 동안 얻지 못한 것들을 너무 성급하게 다 얻으려는 조급증이 8월의 불볕더위보다 더 뜨겁게 숨통을 조여온다. 진보의 속도는 빠른 것 같지만 느릴 수밖에 없다. 작은 쏘시개들이 모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보수의 속도는 느린 것 같지만 크고 무섭고 빨라 도도한 항공모함처럼 그 힘이 거대하다. 호박이 한 번 구르는 것과 콩알이 백 번 구르는 것의 차이이다.


시대정신으로 누군가는 경고해야 한다. 보수의 이기심이 극에 달해서는 안 된다고. 더불어 함께 살아가야 하는 세상에서 진보가 함께 동행할 수 있도록 숨통을 트여줘야 한다고.

 

※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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