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시영의 세상의 창-진짜 부자가 되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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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영의 세상의 창-진짜 부자가 되는 길
  • 법률저널
  • 승인 2008.07.25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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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영 숭실대 법대교수/변호사/시인


지난 8월 23일, 삼성그룹 이건희 전 회장은 조세포탈 및 증권거래법 위반 혐의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이라는 유죄판결을 받은 1심 재판에 불복하여 항소하였다. 삼성특검팀도 이건희 전 회장이 일부 무죄판결 받은 부분에 대하여 불복 항소하니 항소심에서 함께 심판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특검법에 의해 재판기간이 한정되어 있으므로 항소심 재판도 신속하게 진행될 것이다. 이명박 정부는 이번 8.15 광복절에 에스케이, 현대, 쌍용, 한화 등 국내 굴지 재벌 그룹 총수들의 사면을 적극 검토할 것이라는 보도를 접한다. 어쩌다 대한민국 초특급 일류기업들의 회장들이 줄줄이 사탕처럼 전과자가 되어 있는지 참으로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사업을 하다 보니 어쩔 수 없이 그랬다고들 변명을 늘어놓지만, 불분명한 기업상속 및 상속세 포탈, 형제간 경영권 장악을 둘러싼 암투로 인한 내부고발 등등 그들이 처벌받은 범죄 유형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치사하다는 느낌이 많이 든다. 부자들이 부자답지 못하고, 어른이 어른스럽지 못하고, 대인이 대인스럽지 못하다. 꾀죄죄하게 어두운 밀실에서 협잡을 벌리고 있는 모습이 영화 속 한 장면처럼 클로즈업되면서 영낙없는 거지꼴이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는 그들이 경제활성화 및 국가경제에 대한 기여를 한 바 크므로 이를 감안하여 사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한 모양이다. 


이명박 정부가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으로 내정한 안병만 전 외국어대학교 총장에 대하여 심재일 전 외국어대학교 교수가 1996년과 1997년에 걸친 외국어대학 편입생 9명에 대한 부정입학 지시를 내린 장본인이라고 폭로하였다. 당시 혼자 부정편입에 대한 책임을 지고 형사처벌을 받았던 심재일 교수가 10여 년 만에 진실을 밝힌 것이다. 안병만 전 총장이 위와 같은 도덕적 결함이 있는데도 그러한 교육업무를 주관하는 교육수장이 된다면 묵과할 수 없는 일이라며 자질이 되지 않는 자가 교육과학기술부장관으로 임명되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으로 폭로하게 된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안병만 전 총장은 그런 일이 없다며 펄쩍 잡아떼지만 아무런 이해관계 없는 72세의 심재일 교수가 새삼스레 무슨 사리사욕이 있다고 그런 거짓말을 할까 싶은 생각이 드는 것은 어찌할 수 없다. 어찌 이 모양 이 꼴인지 개탄스럽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무엇이든 주는 대로 덥석 덥석 받아먹는 사람들을 보면 이상한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어떻게 자기 분수와 처지를 모르고, 자기의 치부를 인식하지 못한 채 주는 대로 받아먹을 수 있는지 신기하기까지 하다. 사람이 어찌 허물이 없을 수 있겠는가만, 나쁜 습관에 젖어 있는 사람들의 공통점은 대부분 양심이 마비되어 있다는 점이다. 겉만 번지르르할 뿐 속으로는 썩을 대로 썩고, 곪을 대로 곪아있다. 그렇지만 때가 되면 어김없이 뻥 하고 뚜껑이 열리게 되어 있다. 원래 썩는 과정에서는 독한 가스가 생성되는 것이 일반적일 뿐만 아니라, 이 가스는 팽창하는 속성을 가지고 있어, 가만히 놓아두어도 저절로 펑 하고 터지게 되어 있다. 그러니 옛말에 꼬리가 길면 잡힌다는 말이 생겨난 것이 아니겠는가?


적당한 선에서 브레이크를 밟으면 그냥 용인되고 용서될 수 있을 텐데, 그 분수를 넘어서서 과욕의 길로 들어서니 패가망신의 지름길로 곤두박질치는 것이다. 사라질 때가 되면 발버둥치지 말고 그냥 사라질 줄 좀 알았으면 좋겠다. 추한 노욕을 그만 좀 보이고......


이제 좀 진짜 부자로 살았으면 좋겠다. 뱃속에 거지가 가득 찬 부자가 아니라 진짜 깨끗한 부자 말이다. 부자가 되는 길은 아주 쉽다. 남을 위해 봉사하고 희생하면, 시간을 쪼개주고 금전을 쪼개주고, 나누어주면 저절로 부자가 될 수 있다. 아무리 가졌다고 한들 제 혼자 잘 먹고 잘 사는 사람은 부자가 결코 될 수 없다. 진짜 부자는 가진 것을 나누어 주는 자 아니겠는가?


전순영 시인의 시 한 편을 소개한다. “지하철역이 가까워오자 동양란 한 송이가 출입문 앞으로 나오는데, 저쪽 칸에서 머리가 하얀 할머니가 껌을 팔며 오고 있는데 문이 열리자 동양란이 밖으로 한 발을 내딛다가 되돌아왔는데 다시 지하철은 달려가고 동양란이 할머니 껌을 사주고 다음 역에서 내리자 지금까지 있는지 없는지 몰랐던 그 동양란의 향기가 객실 안에 잔잔히 물무늬 질 때 냉냉한 얼굴들이 너도나도 꽃봉오리가 되어 방긋방긋” - (전순영, 동양란, 전문, 시집 시간을 갉아먹는 누에에 발표).


전순영 시인은 아마 목적지 지하철역에 도착하여 내리려고 하던 젊은 처녀가 껌 파는 할머니가 다가오는 것을 보고 그 껌 한 통을 사 주기 위하여 일부러 내리지 않고 껌을 한 통 산 후에  다음 지하철역에서 내리는 모습을 보고 감동을 받고 이 시를 지었나 보다. 껌 한 통에 천 원 정도 할 것이다. 피곤하고 지친 상태에서 지하철을 타고 가던 대부분의 승객들은 껌을 사달라며 껌을 내미는 그 할머니가 아주 귀찮게 느껴졌을 것이다. 왠지 껌 한 통을 사면 슈퍼에서 사는 것보다 비싸게 사는 것 같아 손해 본다는 느낌이 들었을 것이고, 남루한 옷차림의 할머니로부터 사는 그 껌이 조금은 불결하게 느껴져 그냥 외면하고 싶었을 것이다. 사자니 손해 보는 것 같고, 안 사자니 인정머리 없는 사람으로 보여질 것 같아서 순간적으로 아주 많은 갈등을 겪었을 것이다. 지하철을 이용하지 않고 승용차만 이용하는 사람들이야 별로 이런 경험이 없겠지만, 지하철이나 버스 등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매일 이런 일을 반복해서 겪으면서 껌 파는 할머니의 모습에 면역이 되어 아예 오는지 가는지 의식도 안 하고 있을지도 모르지만, 그 동양란으로 지칭된 한 젊은 처녀의 모습은 그 무의식의 냉냉한 공간에 진한 향기를 발하였음이 분명하다. 그 가여운 할머니의 껌을 사 주기 위하여 내리던 발걸음을 멈추고 껌을 사주는 그 착한 마음씨를 접한 많은 승객들 역시 전순영 시인 못잖게 잔잔한 감동을 받았을 것이다.


요즘은 아이들 과자 값도 올라 천 원으로는 브라보 콘도 사 먹지 못한다. 어느새 1,500원으로 올라 있다. 하지만 전순영 시인에게 포착된 아주 작은 돈 천 원의 힘은 재벌 갑부의 천만원보다, 천억원보다 훨씬 값진 부자의 힘을 느끼게 했음이 틀림없다. 이처럼 시인은 아주 사소한 것에서 상징을 낚아 올린다. 자주는 아니더라도, 아주 간혹이라도, 껌 한 통 사서 씹어보자. 나쁜 짓 하는 부자들, 나쁜 짓 하는 고관대작들 씹듯이 질겅질겅 씹어보자. 이빨도 좋아지고, 부자도 되어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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