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시험 단축' 운운은 무지의 소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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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시험 단축' 운운은 무지의 소치
  • 법률저널
  • 승인 2008.07.11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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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가 변호사시험법 제정안의 국회 제출을 앞두고 각계 의견을 듣기 위해 4일 개최한 공청회에서는 대학 교수와 변호사, 시민단체 관계자 등이 참석해 시험 응시기간 및 횟수 제한 등을 놓고 토론을 벌였다. 역시 예견대로 참여자 대부분이 특별분과위원회에서 활동을 했거나 여러 토론회에서 주장한 내용들이라서 특히 관심을 끌만한 내용은 없었다. 질의응답도 시간에 쫓겨 충분한 토론없이 맥없이 끝났다.

'로스쿨 졸업 후 5년 내 3회'라는 응시기간과 응시횟수 제한과 관련해 이정한 대한변협 기획이사는 주제발표에서 "계속 변호사시험 응시를 허용할 경우 초래될 국가인력의 낭비와 응시인원 누적으로 인한 시험 합격률 저하 등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며 입법 취지를 설명했다. 그는 "응시기간도 함께 제한한 것은 로스쿨 졸업 후 상당 기간이 지나면 교육 효과가 미약해지는 것을 고려한 것이다. 대부분 외국에서도 응시횟수에 제한을 두고 있고 시험 합격률을 비교적 높게 유지하면 횟수 제한에 따른 위헌 소지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는 의견을 내놨다.

반면 최준선 성균관대 법대 교수는 "국가의 고급인력 낭비를 막아보자는 입법취지는 이해하지만 자격시험에 응시횟수를 제한하여야 하는가는 지극히 의문"이라며 "직업선택의 자유와 공무담임권 등을 제한한다는 반발을 살 여지가 있고, 이로 인해 3년간의 공부를 무위로 돌리는 것은 학생의 권리를 지나치게 제약하는 것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90% 이상 합격 보장'을 조건으로 3회 응시제한 제도를 유지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우리는 이번 공청회에서 더욱 관심을 가진 대목은 사법개혁추진위원회(사개추위) 기획추진단장을 지낸 김선수 변호사의 '사법시험 유지기간'에 관한 발언이다. 변호사시험이 최초 실시되는 해로부터 5년간(2012∼2016년) 사법시험을 병행 실시하는 제정안에 대해서 김 변호사는 "사법시험 유지기간이 길수록 법학전문대학원의 정착에 장애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농후하므로 3년간 정도로 단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2007년에 법과대학에 입학한 법과대학생들은 사법시험 응시기회뿐만 아니라 법학전문대학원 입학기회도 부여받으므로 사법시험 유지기간을 단축한다고 해서 법학부 입학생들의 기본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하지만 김 변호사의 주장은 현실을 모르는 허무맹랑(虛無孟浪)한 소리로 일고의 가치도 없어 보인다. 그의 주장대로라면 사법시험은 2014년, 즉 앞으로 5년만 존속해도 합격하기에 충분하다는 것이다. 물론 김 변호사처럼 머리가 좋은 사람은 2년 이내에 합격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가 사법시험을 볼 때와 지금과는 완전히 다르다. 우선 응시자격부터다. 법학과목 35학점을 이수해야 하고 공인영어시험 기준도 통과해야만 시험에 응시할 수 있다. 응시자격을 갖추는데만 족히 2년이 소요된다. 공부의 분량도 그 당시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많다. 본지가 지난해 2차시험 합격자 1008명 가운데 91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 의하면 사법시험 입문에서 2차시험 합격까지 평균 4년 5개월이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남자의 경우 군 문제도 걸려 있어 2016년도 부족할 판이다.

또한 사법시험뿐만 아니라 로스쿨 입학기회까지 주어지기 때문에 단축해도 큰 피해가 없다는 그의 논리는 해괴하다. 완전히 조건이 다른 두 시험을 같다 붙이는 것은 무슨 논리인가. 사법시험은 3만원이면 누구나 응시할 수 있는 반면 로스쿨은 3년의 과정에다 엄청난 돈이 들어가는 제도다. 둘 중 어느 하나를 맘대로 선택할 수 있는 사항이 아니다. 문턱이 없는 것과 턱없이 높은 문턱을 갖다놓고 기회가 있으니 선택해 갈 수 있다는 그의 주장에 어안이 벙벙할 뿐이다. 힘없는 수험생을 희생시켜서라도 로스쿨 안착이 우선이라는 그의 사고에 비애감마저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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