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보노(pro bono), 공공서비스, 공익인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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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보노(pro bono), 공공서비스, 공익인권
  • 성낙인
  • 승인 2008.07.04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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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낙인 서울대 교수·헌법학

 

10 여년 전 동경에서 개최된 정보공개법 국제학술대회에서 만난 미국의 여성 변호사 사이크스(Sikes)는 명문 하버드 로스쿨 졸업생으로서 랠프 네이더(Ralph Nader)가 주관하는 인포메이션 클리어링 하우스(Information Clearing House)의 책임자로서 일하는 전형적인 공익변호사이다. 필자가 그녀에게 왜 연봉 5만 달라도 되지 않는 박봉에도 불구하고 이와 같은 정보공개업무에 매달리느냐고 질문하였을 때 그녀는 나는 더 이상의 돈이 필요하기 보다는 보람 있는 인생이 필요하다는 답변이었다.


한국형 로스쿨의 가인가 과정에서 각 대학들이 제시한 특성화 프로그램이 얼마나 심사과정에서 반영되었는지 알 수 없지만, 적어도 각 대학이 제시한 프로그램을 살펴보면 로스쿨의 장밋빛 미래가 약속되어 있다. 기업금융, 국제법무, 지적재산권, 조세와 같은 전형적인 분야에서부터 의료, 물류, 문화에 이르기까지 매우 다양하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공익인권분야다. 서울대를 비롯해서 전남대와 영남대도 공익인권을 로스쿨의 중점 프로그램으로 제시하고 있다. 지난 5월에 서울대 공인인권법센터는 “로스쿨과 공익인권법, 전망과 모색”이라는 주제로 국제심포지엄을 개최한 바 있다. 한인섭 소장은 가진자, 못가진자, 사회, 국가라는 틀에 기초하여 기업변호사, 관료형 변호사, 공익변호사, 인권변호사로 법조인의 기본모델을 설정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공익인권법이라고 지칭하고 있지만 성균관대 죄드(Goedde) 교수에 의하면 프로 보노(pro bono)는 라틴어의 “공익을 위하여”라는 의미에서 비롯된 것으로서 변호사들이 자발적으로 무료 법률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한편 공공서비스(public service) 프로그램은 보다 넓은 개념으로서 프로 보노 활동뿐만 아니라 비법적인 서비스까지 포함하는 넓은 의미를 갖는다. 미국 로스쿨에서 이 분야의 프로그램이 발달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미국변호사협회(ABA)도 윤리강령으로 채택하고 있다.


사실 로스쿨은 미국식 시장경제원리에 입각한 인재를 배출하는 산실이다. 학부에서 우수한 학업성취도를 이룩한 이후에 진입하는 대학원과정인 로스쿨 졸업생은 으레 유명 로펌에 취업하여 금전적 이득과 더불어 사회적 입신양명(立身揚名)을 구가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로스쿨에서 공익법(public interest law)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이들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많은 법률가를 배출하고 있다는 사실이 어쩌면 미국 사회의 건강함을 보여주는 징표이기도 하다. 로스쿨이라는 신흥 특권층을 위한 제도에서 국가적 혜택을 입은 영재들이 사적 동기에 몰입하기 보다는 공동체적 가치에 관심을 가지고 다함께 하는 사회 건설에 헌신한다면 그 이상의 보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리 녹록치 않다. 로스쿨에 진입한 학생들은 비싼 학비를 감수하고 있기 때문에 그들에게 부과된 금전적 보상이 로스쿨 졸업 이후에 커다란 과제다. 미국 로스쿨 졸업생 중 상당수가 재학 중에 대여 받은 등록금을 졸업 후에 되갚기 위해 거대 로펌에 취업하여 경제적 정신적으로 여유가 없는 실정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로스쿨 예비인가대학들이 처음 제시한 액수보다 훨씬 높은 등록금을 제시하여 논란이 일고 있다.


미국식 자본주의의 총아로 등장한 학교가 바로 로스쿨과 MBA스쿨이다. MBA 학생들은 그들의 전공 자체가 시장이라는 정글에 기초해 있기 때문에 로스쿨학생들보다는 공공영역에 대한 관심과 이해가 떨어지기 마련이다. 하지만 로스쿨의 경우는 반드시 같지 않다. 사적 시장에 투입되는 것이 당연한 MBA 졸업생들과는 달리 로스쿨 졸업생들은 한편으로 자본주의사회의 법질서의 첨병이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사회적 정의의 실현이라는 사명을 동시에 안고 있다. 바로 여기에 로스쿨 졸업생들의 공적 부문 진출과 사적 부문 진출이라는 이중의 갈등이 존재한다.


경제적 부의 성취를 통한 로이어스 드림(lawyers dream) 못지않게 공동체적 삶에 가치를 부여하는 법률가가 있는 한 한국적 로스쿨도 새로운 지평을 열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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