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시영의 세상의 창-조롱박에 갇힌 신과 인간 - 바보들의 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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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영의 세상의 창-조롱박에 갇힌 신과 인간 - 바보들의 축제
  • 법률저널
  • 승인 2008.07.04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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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영 숭실대 법대교수/변호사/시인

 

이명박 정부가 경제안정종합대책을 지난 2일 발표하였다. 성장을 통한 분배에 역점을 두고 있던 기존의 경제정책을 바꾸어 물가관리와 민생 안정에 초점을 두겠다는 것이다. 제일 먼저 물가안정을 최우선으로 하여 통화공급과 환율정책, 재정지출 등의 거시경제 정책을 대폭 수정하겠다는 것이다.


747인지 뭔지 무슨 보잉사 비행기 이름 같은 경제정책을 대선공약으로 내어 놓을 때부터 막가파식 경제운영정책을 펴겠구나 싶어, 아 죽어나가는 국민 많겠다 하는 기우를 하게 만들더니, 아니나 다를까 막상 칼자루를 쥐자마자 하는 일이 1960년대에나 통했을 개발정책으로 뒤돌아서서 뛰기를 한참, 불과 넉 달 남짓 뛰어보더니 아차 아니다 싶었던지 이제 정책을 다시 바꾸겠다고 한다.


제일 먼저 하겠다는 경제정책 수정안으로 나온 것이 지난번에도 필자가 강하게 지적한 바 있는 최대경제 실패 요인 중의 하나였던 고환율정책을 포기하겠다는 것이다. 얼마나 다행스러운 발상의 전환인지 모르겠다. 아니 시대가 어느 시대라고 억지춘향식의 고환율정책을 써 수출을 늘리고, 그 늘린 수출로 벌어들인 돈으로 국가경제를 회생시키겠다고 하는 것인지, 그 발상 자체가 제일순위로 떠오르는 자를 경제부수장으로 쓰는 것 자체가 이명박 정부의 비극의 시작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두 번째 잘못이 대운하정책이었는데, 이는 이미 국민의 의사를 받들어 포기하겠다고 했으니 그 말을 믿어보겠지만, 그 속에서 용트림하고 있는 욕망이라는 전차의 시동을 어떻게 완전히 끌 수 있을 것인지 지켜볼 일이다.


이명박 정부는 고환율정책으로 벌어들인 돈으로 대운하건설을 꿈꾸었는지 모른다. 환율이 오르면 외국자본이 몰려오게 되어 있다. 자국의 돈가치가 예전에 950원에서 1050원이 되면, 그게 1100원, 1200원이 되면 가만히 앉아서 100원, 200원의 이익을 보니 어떻게 외국 자본이 한국금융시장을 넘보지 않겠는가? 한국 돈 거덜 낼 일이 눈에 뻔한 그 잘못된 정책을 거두겠다니 천만 중 다행이다.


대운하건설을 한답시고, 전국이 들썩거릴 거니 여기도 술판, 저기도 술판이 벌어지지 않겠는가? 어이, 김 서방, 자네 동네 잘 살게 되었는가? 우리 동네 여기 저기 공사판 벌어져서 돈이 흥청망청일쎄, 자네 술 한 잔 하시게 하면서 여기도 막걸리, 저기도 막걸리판이 벌어지지 않겠는가? 잘 살아 보이겠지, 사흘은 잘 살아 보여. 그러다 공사를 마치면 살 판이 죽을 판이 되어 모두들 제정신이 아닐 것이 뻔한 대운하공사, 그나마 그 공사를 하지 않겠다니 다행이지만, 그러한 60년대식 개발경제정책이 세계 아이티 1위 국가에서 발상된다는 것 자체가 이해가 되지 않더니 그나마 정말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많은 이들은 대운하와 관련하여 환경문제를 걱정하지만, 사실 환경문제는 그리 심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좋아졌으면 좋아졌지 환경문제는 나빠질 것이 없다. 치수정책만 잘 세우면 오히려 전국에 공평하게 물 보존시설이 갖추어지게 되어, 상하류가 적당한 수량을 보유할 수 있게 되고, 식수 및 농업용수 등의 공급이 원활하게 이루어질 것이다. 또한 빈번하게 발생하던 홍수 등의 재난을 통제할 수 있게 되어 오히려 환경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 것이 분명하다. 다만 대운하를 통해 물류수송을 하겠다는 발상, 하다하다 안 되니 관광자원화 하겠다는 발상 자체는 넌센스 중의 넌센스임은 분명하다.   


이처럼 고환율정책으로 당연지사 돈이 넘쳐나게 되고, 이로 인해 국민들은 심각한 인플레이션에 직면하게 되고, 물가는 덩달아 오를 수밖에 없고, 상대적으로 근로임금에 대한 심각한 자괴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게 되고, 예금 금리가 오르게 되니 가진 자들은 가만히 앉아서 엄청난 이자 수익을 가질 수 있게 되고, 은행에서 대출받아 근근이 살아가는 서민들은 고이자 부담에 허리띠를 졸라매다 못해 허리가 두 동강 나게 되고, 대부분의 원자재를 수입해야 하는 우리로서는 비싼 원자재 값 부담으로 밀가루 값이 오르고, 쌀값이 오르고, 기름 값이 오르고, 국민의 약도 오르고-그러면 약국의 약값도 오르고, 하여튼 모든 것이 오르니,  학부모들까지 덩달아 아이들 학교 성적도 오르지 않을까 하고 엉뚱한 기대를 하게 될지도 모른다. 헐... 지금 무슨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소리 하냐고? 내 말 어디 틀린 것 있습니까?


스스로 정당하지 못하면, 누구에게도 권위가 서지 않는다. 무슨 말을 해도 웃기고 있네라고 듣는 이가 조롱을 한다. 우리는 이렇게 조롱의 세월을 살고 있다. 참으로 긴 시간 동안 조롱의 세월을 살면서, 인격이 조롱받고, 경제가 조롱받고, 먹고사는 문제가 조롱을 받고 있다. 그러니 덩달아 모두가 조롱 속에 갇힌 새처럼 파닥거리다가 스스로 지치고, 스스로 조롱박 신세가 되어 아무 것도 하지 못하는 한심스러운 존재가 되고 만다.


요즘 세상을 가만히 보면, 하나님까지 땅바닥에서 뒹굴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하나님으로 상징되는 각종 종교 - 불교, 기독교, 유교, 도교, 이슬람교 등등... 세상의 모든 신들은 스스로를 낮춰(?) 땅으로 내려와 인간과 삿바를 잡고 씨름 중이다. 아니 종교지도자들이 그렇게 신을 격하시켜버렸다. 자기 자신의 영달과 이익을 위해 신은 스스로 땅으로 내려와 진흙구덩이 속에서 뒹굴게 한다. 불쌍한 신... 나는 요즘 신이 불쌍해 어쩔 줄 모르겠다.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잘 되게 해달라고 신에게 기도를 하니, 그 모든 기도를 듣느라 얼마나 피곤하실까? 그러면서 이 신이 저 신을 잡고, 저 신이 이 신을 잡으니, 이러다 나도 죽겠다 싶어 신마저 스스로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을 치고 있는 듯싶으니 어찌 불쌍하고 측은하지 않겠는가? 신에게 신 라면이라도 한 그릇 끓여드리며 위로를 해야 할까 보다. 신이여, 우리 맨날 이렇게 맵디 매운 신 라면 먹고 삽니다, 당신도 한 번 드셔보시지요 라고 말씀드려야할까 보다.


우리는 신에게 기도하기 전에, 우리 스스로에게 먼저 기도해야 한다. 아침마다 거울을 보고, 오늘 하루 착하게 살아야겠지? 하고 물어야 하고, 저녁마다 거울을 보고, 오늘 하루 착하게 살았니? 하고 위로해야 한다. 우리 몸뚱아리에게 물어야 하고, 우리 마음에 물어야 한다. 경제, 물론 중요하다. 그렇지만 이 지구상의 곡식이 절대 부족해서 굶어죽는 사람이 있는 것인가? 결코 아니다. 주먹만한 딸기를 볼 때마다 이런 감탄을 한다. 아... 엄지 한 토막하던 딸기가 주먹만해졌구나, 우리가 사랑의 끈을 놓지 않으면, 사랑의 유대를 강화해 나가면 문제가 너무 쉽게 해결되지 않겠는가?


탐욕... 요즘 내가 가장 혐오하는 말이다. 당신은 탐욕스럽지 않은가? 나는 탐욕스럽다. 내 스스로 가장 혐오하는 저 말을 과연 내가 나의 삶 속에서 언제쯤 완전히 놓아버릴 수 있을까? 당신은 언제쯤 놓아버릴 자신이 있으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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