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쿨, 행동하는 법률가 길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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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쿨, 행동하는 법률가 길러야
  • 문재완
  • 승인 2008.06.27 11: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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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완 교수 ·헌법학/법학박사· 미국변호사

 

1980년대 초 법과대학에 입학한 학생들은 소중한 꿈을 간직하고 있었다. 하트처럼 되고 싶은 것이다. 당시 인기 TV 시리즈 ‘하버드대학의 공부벌레들’(Paper Chase)의 주인공 하트처럼 법학을 공부하고 싶은 마음에 다른 전공은 거들떠 보지도 않고 법과대학을 선택한 친구들이 많았다.


킹스필드 교수의 날카로운 질문, 소위 소크라테스식 문답법에 절절 매던 학생들의 모습이 30년 가까이 지난 지금도 눈에 선하다. 특히 사진기 같은 기억력을 가지고 있다던 한 학생의 퇴학은 충격적이었다. 그는 어떤 책을 읽어도 사진기 찍듯이 다 기억할 수 있는 머리를 가지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그는 킹스필드 교수의 소크라테스식 강의에 적응하지 못했다. 킹스필드 교수는 그에게 말한다. 법률가에게 필요한 것은 사진기같은 기억력이 아니라고. 그렇지 않아도 기억력이 좋지 않던 나에게 이 말은 천군만군을 얻은 것 같은 자신감을 불어넣었다.


하지만 우리나라 법과대학은 드라마 속 하버드대학이 아니었다. 킹스필드 교수처럼 강의하는 교수는 커녕, 책이나 강의안 줄줄 읽지 않는 교수를 만나면 그나마 다행이었다. 교수들은 리걸 마인드(legal mind)를 이야기하지만, 무엇이 리걸 마인드인지 감도 잡지 못한 채 대학을 졸업했다.


우리나라에도 내년부터 로스쿨이 시작된다니, ‘하버드대학의 공부벌레들’을 연상하는 사람들이 많다. 킹스필드 교수처럼 소크라테스식 강의를 하고, 과제물을 해결하기 위하여 도서관 구석구석을 찾아다니며 자료를 찾고, 끼리끼리 스터디 그룹을 결성하여 토론하고 공부하는 모습들. 우리가 부러워하던 법학교육의 이상이 국내에서도 실현되는 것처럼 생각한다.


하지만, 지금 미국 로스쿨의 모습도 30년전 킹스필드 교수가 강의하던 그 모습 그대로일까?


2001년 리즈 위더스푼이 주인공으로 나온 ‘금발이 너무해’(Legally Blonde)는. 지금 하버드 로스쿨이  30년전과 확연히 다르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 영화는 풋내기 학생이 캘러한 교수의 법률사무소 인턴으로 채용되어 젊은 여성 피고인의 살인죄 변호를 맡는 내용이다. 법학교육의 장소는 강의실에 한정되지 않고, 법정도 추가되었다. 학생은 소크라테스식 문답법을 통하여 법을 이해할 뿐만 아니라, 직접 소송을 수행하면서 법을 공부한다.


요즘 미국의 법학교육은 변호사처럼 생각하기(thinking like a lawyer)에서 변호사처럼 행동하기(doing like a lawyer)로 바뀌고 있다. 1992년 미국변호사협회(ABA)가 내놓은 미국 법학교육개혁서인 맥크레이트보고서(MacCrate Report)는 개혁의 필요성을 역설한다. 개혁의 핵심은 변호사로서 지녀야 할 가치(value)와 필요한 기술(skills)을 로스쿨에서 가르치라는 것이다. 


법학전문대학원 개원이 1년도 남지 않았다. 걱정하는 사람들도 많다. 교육제도는 혁명적으로 바뀌었지만, 이를 추진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도 혁명적으로 바뀌었는지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도 있다. 시행착오는 분명히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희망을 본다. 그 이유는 방향성에 있다. 현재의 사법시험제도로는 세상이 요구하는 인재를 키울 수 없기 때문이다. 다른 나라는 변호사처럼 생각하기에 이어 변호사처럼 행동하기를 가르치고 있는데, 우리는 옛날 고시제도를 유지할 수는 없는 일이다.


모든 정보를 인터넷으로 검색하는 세상에, 무엇을 아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고, 내가 필요한 정보가 무엇인가를 아는 것이 중요하다. 즉 법적 지식이 중요한 것이 아니고, 지금 이 상황에서는 어떠한 법적 지식이 필요한가를 아는 것이 중요하다. 이것이 미국 로스쿨에서 강조하는 변호사처럼 생각하기의 핵심이다. 또 요즘처럼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한 사회에서는 자기가 아는 지식을 잘 정리하여 전달하는 능력이 중요하다. 이것이 미국 로스쿨이 요즘 강조하는 변호사처럼 행동하기의 요체다. 우리 법학전문대학원도 이런 교육을 지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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