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로스쿨 도전과 비전-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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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로스쿨 도전과 비전-7
  • 법률저널
  • 승인 2008.06.27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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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Casebook 학습법, 그 배경과 효용성

 

미국 로스쿨 교과과정은 법적 사고력을 강조하여 체계적인 법 공부보다는 변호사처럼 생각하는 (to think like a lawyer) 훈련 중심이다. 판례법의 국가라고도 불릴 정도로 판례가 가장 중요한 법인 미국의 법률체계에 걸맞게 미국 로스쿨의 학습방법도 판례 위주이다. Casebook이라고 불리는 미국 로스쿨의 교과서는 이론적인 설명 등의 기타자료들을 배제하고 판결문만을 편집해 놓은 판례집이다. Casebook을 통한 학습법은 국내 학생들에게는 다소 낯설 수 있으나 그 배경을 안다면 미국 로스쿨의 취지를 이해하는데 좀 더 도움이 될 것이다.

 

현재의 판례집 위주의 미국 로스쿨 교육 방식이 미국에서 정착되기 시작한 건 불과 1800년대 말부터이다. 하버드 로스쿨의 랭델 (Christopher Columbus Langdell) 교수가 학장이 된 1870년까지만 해도 미국의 법률학습은 블랙스톤 (Blackstone)이 1765년에 저술한 영국법 주해 (Commentaries on the Laws of England)를 주 교재로 이루어졌다.

 

총 4권으로 이루어진 블랙스톤의 이 책은 판례 위주가 아닌 영국의 보통법 (common law)의 원칙을 체계적으로 설명한 체계서의 형식을 띄고 있다. 이 책은 미국으로 건너오면서 더욱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하게 되는데 1900년대까지 미국 로스쿨 교육은 블랙스톤의 책을 통한 강의 형식으로 이루어졌다. 그러나 랭델 교수가 하버드 로스쿨 학장으로 임명되면서 미국 로스쿨 학습 방식에 대대적은 변화가 일어났다. 가장 대표적인 변화는 블랙스톤의 영국법 주해를 기초로 강의 형식의 수동적인 법률 지식 습득에서 벗어나 판결문을 주 교재로 질문과 응답 형식의 능동적인 학습법인 소크라틱 메소드이다. 초기에는 많은 논란을 야기했으나 1920년대에 이르러서는 이러한 학습법이 미국 로스쿨의 대표적인 학습체계로 자리를 잡았다.

 

랭델식 학습법이라고도 불리는 casebook 위주의 미국 로스쿨 학습법의 목적은 법규범을 단순히 외우는 것에서 벗어나 원칙과 논리에 입각해서 작성된 판결문을 토대로 비판적 분석력과 법적 사고력을 향상 시키는 것이다. 랭델 학장은 분석력과 사고력을 최대화 시킬 수 있는 방법으로 casebook 학습법 외에도 질문과 응답을 통해서 스스로 논리적 결론에 도달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것에 중점을 둔 소크라틱 메소드를 채택했다. 물론 오로지 사법부의 판결만을 의지한 랭델의 학습법이 초기 많은 우려와 반대에 부딪쳤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랭델식 학습법은 미국의 정부체계의 특성과 잘 융합되어 미국 법학을 대표하는 학습법으로 인정받게 됐다. 미국은 50개의 독립적인 주정부와 연방정부로 이루어져 있어 통일된 법이 없다. 따라서 법의 원리가 아닌 법규범을 공부하는데에는 한계가 있다. 이러한 미국의 정부체계가 원리와 논리적 분석을 지향하는 과학적 접근을 통해 굳이 해당 법규를 알지 못하더라도 원칙에 입각해서 분석하고 적용하는 방식을 가르치는 랭델식 학습법을 습득한 변호사들이 활동하기에 더욱 유리하게 작용했다.

 

판례 국가인 미국에서 변호사에게 요구되는 필수요건은 체계적인 법적 원칙을 시시때때로 변하는 현실에 자유자재로 적용할 수 있는 능력이고 랭델의 casebook과 소크라틱 메소드를 접목한 이 학습법은 미국 변호사의 역량을 향상시키기에는 최적의 학습법으로 평가되고 있다. 미국 로스쿨이 casebook 위주의 학습체계를 유지할 수 있는 이유는 우리나라 판결문과 달리 미국의 판결문은 해당 사건의 사실관계와 논쟁점들을 아주 상세히 다루고 있어서 읽는것 만으로도 변론 당시 다루어진 쟁점들에 대한 사법부의 판단을 자세히 공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국내의 법학 교과과정 역시 판례가 추상적 법규범을 이해하는 필수 구성요소로 자리잡고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우리나라의 판결문의 경우 상대적으로 간결하게 작성되어 학생들이 법원의 해석을 온전히 이해하는데 한계가 있다. 3년의 교과과정 중 약 90% 이상이 casebook 위주로 이루어진 미국 로스쿨 학습법이 법전을 중심으로 만들어진 교과서로 공부하는 것에 익숙한 국내 법학생들에게 낯설 수 있다. 하지만 랭델의 판례 위주의 학습법이야 말로 높은 수준의 법적 사고력을 요구하는 미국 법 체계에 가장 부합하는 학습법이라고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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