겸손(謙遜)이란 - 유재복 판사의 세상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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겸손(謙遜)이란 - 유재복 판사의 세상 보기
  • 법률저널
  • 승인 2008.06.20 1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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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 남을 존중하고 자기를 내세우지 않는 태도가 겸손이다. 자신감과 용기가 있는 사람이 아니면 진정으로 겸손해질 수가 없다고 본다. 겸손이란 그저 고개나 숙이고 자세를 낮추는 것만은 분명 아니다. 겸손도 지나치면 교만이 된다고 했다. 겸손이란 상대가 부담 없이 받아들이고 좋아하고 호감을 가질 수 있어야 하므로 적당하여야 하고 무엇보다 진정성을 갖춰야 한다.

 

  유사 이래 ‘겸손의 왕’은 누가 뭐래도 예수다. 예수께서 손수 제자들의 발을 씻겨 주시고 ‘내가 너희에게 한 일을 너희도 그대로 하라고 본을 보여준 것이다’(요한 13:1-15)라고 말씀하셨다. 겸손을 가르치시기 위함이다. 예수가 보이고자 한 본보기는 겸손이요 그 원천은 사랑이다. 그리하여 ‘너희 사이에서 높은 사람이 되고자 하는 사람은 남을 섬기는 사람이 되어야 하고, 으뜸이 되고자 하는 사람은 종이 되어야 한다’(마태오 20:26-27)라고 말씀하시며 섬김을 아울러 가르치시었던 것이다.

 

  성 프란시스코는 인간으로서 가장 지키기 힘든 덕이 겸손이라고 하면서 ‘겸손이야말로 완덕(完德)으로 나가가는 마지막 관문’이라고 하였다. 겸손하면 형통한다. 겸손하면 높은 지위에 있는 사람은 빛이 나고 낮은 자리에 있는 사람은 남이 업신여기지 못한다. 겸손은 미덕이요 오히려 남으로 하여금 진심으로 따르게 하는 힘이다. ‘몸을 낮추는 자만이 남을 다스릴 수 있다’(명심보감)는 말은 깊이 새겨 두어야 할 금언이다.

 

  윗사람이나 가진 자이거나 강자에게 고개를 숙이거나 몸을 낮추는 것은 그다지 어렵지 아니하나, 아랫사람이나 가진 것이 적거나 약자에 대하여 고개 숙이거나 스스로를 낮추는 것은 쉽지가 않다. 윗사람, 가진 자, 강자에게 지나치게 겸손해 보이는 사람은 그 보상심리인지 몰라도 아랫사람, 없는 자, 약자에 대하여 오히려 더 오만하거나 교만해지기 십상인 것이다.

 

  공자는 ‘부자가 되어서 교만 없기가 가난하여서 원망 없기보다도 더 어렵다’고 했고, 예수도 또한 ‘부자가 하느님 나라에 들어가는 것보다는 낙타가 바늘귀로 빠져 나가는 것이 더 쉬울 것이다’(마태오 19:24)라고 했다. 두 성인의 말씀에 비추어 보면 가진 자일수록 겸손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를 미루어 짐작할 수 있는 것이다.

 

  겸손하고 친절한 사람은 누구나 좋아하나 대하기 편하면서도 감히 함부로 하지는 못한다. 겸손의 마력에 대하여는 누구나 알면서도 그러나 막상 겸손해지기는 정말 어렵다. 사람에게는 남보다 나은 구석이 조금만 있더라도 이를 자랑하거나 과시하거나 ‘조자룡 헌 칼 쓰듯’ 휘두르고 싶어 하는 속성이 있다. 겉으로는 그러하지 않은 척하면서도 속으로는 응당한 대접을 받으려 하고, 그렇지 못한 경우에는 서운해 하는 경향이 있는 것이다.

 

  겸손은 저자세의 비굴이 아니다. 키가 큰 사람이 몸을 낮춘다고 키가 작아지는 것이 아니고, 잘나거나 가진 것이 많거나 지위가 높은 사람이 자랑하거나 굳이 과시하지 않는다고 하여 가지고 있는 능력이나 힘이나 지위가 줄어들거나 없어지거나 낮아지는 것도 아니다. 겸손이란 용수철과 같은 것이다. 낮출수록 더 높아지는 것이다. 그게 겸손의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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