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격수기]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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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격수기]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는 없다
  • 법률저널
  • 승인 2002.02.06 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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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현지
95년 서울대 경영학과 졸업
현 서울대 법학과 4년
제29회 공인회계사시험 합격·제43회 사법시험 합격

 

 

 

1. 들어가며

 

  얼마 전 일이 있어 신림동 고시촌에 다녀왔다. 공부 중에는 그렇게 지겨워하던 곳이었다. 내가 시험 붙으면 이 근처에는 얼씬거리지도 말아야지 다짐했던 곳이었다. 그러나 힘든 시간들도 한순간에 불과했던지, 독서실과 고시식당을 오가던 그 고단했던 시간들이 벌써 내게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아 있음을 깨달았다. 부지런히 오고가는 고시생들의 활기찬 표정에서 이제 곧 봄이 올 것임을 느낄 수 있었다. 그들 모두가 불과 몇 달 전의 나였다. 어느덧 나는 마음속으로 화이팅을 외쳐대고 있었다.     

 

  사법시험 준비를 시작하게 된 동기는 단순하다. 법이라는 것이 일하는 데 많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97년 여름, 당시 사법고시를 공부하고 있던 남자친구와 결혼할 때 쯤 나는 로펌에서 회계사로 근무하고 있었다. 조세팀에 속해있으면서 법적 문제들이 직간접적으로 연루된 일들을 다루었다. 그러다 보니 아무리 경영학과 졸업생이지만 임대차와 전세의 차이조차 모르는 내가 한심스러웠다. 법을 체계적으로 공부하고 싶었고, 사법고시라는 목표를 세워두고 공부하는 것이 좋겠다 싶었다. 얼마간의 고민 끝에 98년 9월 직장을 그만두었다. 26살이라는 나이가 부담스러웠지만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했다.

 

  공부기간 중 수시로 나 자신의 강점과 약점이 무엇인지를 짚어보았다. 나는 암기력과 집중력은 다른 사람들의 반 밖에 안 된다. 눈은 책을 보고 있어도 멍하니 공상을 하고 있을 때가 많아도 너무 많다. 아무리 고치려고 해도 안되었다. 그러니 책 진도가 늦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 대신 전체 체계를 잡는 것에 능숙하고 이해력이 빠른 것은 나의 장점이다. 또 한가지 단점으로는 잠이 많다는 것이었다. 일찍 일어나면 그만큼 꼭 낮잠을 자야했고 안 그러면 머리가 하루종일 멍했다. 최소한 하루 7시간 반은 자거나 졸았다.

 

  애초에 공부 시작할 때 수험기간이 3년 정도만 되길 희망했다. 그러나 나처럼 집중력이 떨어지고 잠도 많은 이가 대충대충 공부한다면 3년이 아니라 30년이 지나도 안될 것 같았다. 그래서 될 수 있는 한 책상에 앉아 있는 시간을 늘리려고 노력했다. 집중이 아무리 안되어도 그냥 책상에 붙어있었다. 책상 앞에 앉아 이 생각 저 생각 하다보면 어느덧 책이 눈에 들어오곤 했다. 일요일에 내가 하는 일은 잠을 실컷 자거나, 산에 가거나, 밀린 공부를 하거나 셋 중 하나였다. PC방을 가는 일, 친구들을 만나서 수다떨거나 좋아하는 영화 보는 일 등은 아예 나와 관계없는 일이라고 생각하고 살았다. 볼 책은 많고 시간은 짧다. 어차피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없는 일 아닌가. 


 
2. 수험생활

 

  직장을 그만두고 98년 10월경부터 본격적으로 공부를 시작했다. 99년 2월의 시험에 붙을 가능성은 희박했지만 그냥 치는 시험이라도 최선을 다하고 보자는 생각에 우선 남편이 듣던 강의테이프와 교재를 중심으로 반복해서 들었고, 시험 한 달 전쯤 해서 문제집을 보고 시험을 쳤다. 물론 터무니없는 점수로 낙방했다.

 

  99년도의 봄, 여름에는 공부도 잘 되지 않았고, 왠지 그 다음 해 2월까지는 시간이 아주 많이 남은 것처럼 느껴졌다. 호기심에 그해 여름은 후사법을 한번만 훑기로 마음먹고 기본서와 강의 테이프를 중심으로 해서 한번 내지 두 번쯤 보았다. 그러고 나니 가을이 되어 있었고, 학원가에서는 벌써 2000년도 1차 시험 대비 모의고사까지 보고 있는 것을 깨닫고 갑자기 마음이 급해지기 시작했다. 남들 1차 공부하는 동안 기본삼법도 제대로 되어있지 않은 상태에서 후사법을 보았던 터라 1차 공부에 필요한 시간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실력으로는 학원 모의고사까지 보는 것은 시간상 무리라고 판단하고 보던 문제집만 보기로 하였다. 1차 시험 전날까지 진도 때문에 애를 먹은 기억이 난다. 2000년 2월에 본 시험은 커트라인 보다 두 문제 정도 더 맞은, 낮은 점수로 합격하였다. 비슷한 시기에 법대에 편입하여 학교수업과 시험공부를 병행하게 되었다.

 

 

  1차 시험 친 후 일주일 쉬고 바로 2차 시험 공부를 하였다. 동차로 붙을 생각을 한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이왕 치는 시험, 합격가능성은 아주 조금이라도 만들어 놓고 싶었다. 남들이 많이 보는 기본서 및 요약서를 골라 '대충' 두, 세번 보고 나니 42회 2차 시험일이 되어 있었다. 쉬운 문제들이 나온 것 같았다. 최선을 다한다고 하였지만 역시 실력이 너무 부족해서 기대할 바는 못되었다. 그렇지만 평균 50점 몇에 과락이 없었으니 선방한 셈이다.

 

 

  1차 시험을 끝낸 후 별로 안 쉬고 2차 공부를 한 탓이어서 그런지, 42회 2차 시험 치고서는 너무 지쳐 확실하게 쉬고 싶었다. 그래서 보름이 약간 넘게 유럽 배낭여행을 다녀왔다. 다녀오니 8월 중순이었다. 여기저기서 스터디를 짜고, 학원에서는 1순환이 시작된 지 오래였다. 나는 원래 강의 테이프 듣는 것을 좋아했던 터라 학원강의에는 별 미련이 없었지만, 스터디를 짜서 공부하는 사람들을 보니 혼자 공부하는 게 불안해졌다.

 

  8월 중순이라 조금 늦기는 했지만, 부지런히 신림동학원의 1순환 진도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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