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시영의 세상의 창-당신 말이야, 나 자존심이라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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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영의 세상의 창-당신 말이야, 나 자존심이라고 !
  • 법률저널
  • 승인 2008.06.13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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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영 숭실대 법대교수/변호사/시인

 

세상이 시끄럽다. 세상이 언제 조용한 때 있었을까만 해도 해도 너무 할 만큼 세상이 시끄럽다. 촛불로 상징되는 2008년 여름은 “믿은 자에 대한 배신감”으로 국민을 분노케 한다. 아예 믿지 않았다면 사람들은 분노하지 않는다. 분노할 거리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다는 옛말처럼 철썩 같이 내 편이라고 믿었던 사람이 알고 보니 내 편이 아니더라는 배신감을 느끼게 되면 이는 참을 수 없는 분노가 되어 무서울 정도로 반발하게 된다.


이명박 정부는 많은 이들이 노무현 정부에 등을 돌린 결과로 탄생했다. 일종의 어부지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많은 국민들이 노무현 정부를 싫어한 반사적 효과로 손쉽게 정권을 인수할 수 있었다. 그런데 막상 정권을 잡은 이명박 정부는 결정적 실수를 몇 가지 저질렀다. 혼자 앞서 나가면 된다는, 나를 따르라 라는 한 마디 던져놓고 막무가내로 밀어붙이는 만행에 가까운 독선을 보였다.


우선 제일 먼저 눈에 가치처럼 와서 박힌 잘못은 임기가 보장된 기관장들을 억지로 갈아치운 사실이다. 그들이 법이 보장한 임기를 채우겠다고 하자, 감사라는 극약처방을 써서 비리를 들추겠다고 협박을 했고, 그러한 치사한 짓거리가 지겨워 스스로 물러난 이들도 있지만, 못 물러나겠다고 버티는 기관장이 속한 기관에 대하여는 어김없이 감사원의 감사를 실시했고, 미주알 고주알 건수를 잡아 그들을 압박해 스스로 옷을 벗게 만들었다. 그 자리에는 당연히 자신들이 그리도 공격의 대상으로 삼았던 코드인사들을 발령하였다. 가장 무서운 사실은 감사원장의 임기 만료 전 옷을 벗도록 한 것이다. 세상 사람들은 무심히 지나갔을지 몰라도, 내가 그 소식을 들었을 때는 암담하다 못해 참담함을 금할 수 없었다. 감사원장의 임기는 대한민국 헌법에 명시되어 있다. 헌법사항인데도 불구하고 이명박 정부는 헌법기관의 장인 감사원장의 임기를 보장해 주지 않았고, 강제로 옷을 벗기다시피 사표를 종용했다. 헌법기관의 장조차 그럴 정도였으니, 법이 보장하는 임기를 잘라 먹는 것은 새발의 피였을 것이고, 각 기관의 내부규정에 의한 임기는 식은 죽 먹기보다 더 쉬웠을 것이다. 나는 그러한 무소불위의 생각이 통용되는 사람들을 보고 있으면, 60년대, 70년대를 풍미하던 중앙정보부의 음험한 독재정권의 모습이 크로즈 업 되어 온몸에 살기가 뻗혀 온다.


다음의 큰 문제는 인사권의 남용을 통해 도덕적 하자가 많은 사람들을 정부 요직에 앉힘으로써 국민들이 지난 10여 년 동안 애써 가꾸어왔던 도덕적 향상성을 하루 아침에 무너뜨려 도덕적 공백상태를 자아내는 잘못을 범한 것이다. 이제 도덕적으로 올바르지 않으면 국민은 지도자로 인정하지 않는다. 일을 아무리 잘해도, 능력이 뛰어나도 도덕적으로 정결하지 못한 자에 대한 비난을 할 수 있을 정도로 국민들은 성숙해지고 말았다.


세 번째 잘못은 국민의 자존심을 어김없이 무너뜨리고 말았다는 점이다. 옛말에 사흘 굶으면 담 넘지 않을 사람 없다고 했지만, 우리 국민들은 이제 당장 밥은 굶어도 자존심이 짓밟히고는 살 수 없다는 인격의 고결함을 유지하고 싶어한다. 그 사실을 망각한 이명박 정부는 호되게 당할 수밖에 없다. 1960년대의 가난했던 시절에는 배만 부르면 예의염치를 몰라도 무방했지만, 이제는 기본적 기아는 벗어난 상태이기 때문에 자존심을 상처받고는 도저히 견디지 못하겠다는 긍지와 자부심을 알게 되어 버린 것이다. 무엇보다도 국민들의 교육수준이 높아졌다는 사실을 망각해서는 안 된다. 예전처럼 맹목적으로 “돌격 앞으로”라는 구호가 먹혀들어가지 않는다는 사실, 어떤 상황에서도 스스로 판단해서 이익과 불이익을 계산할 줄 알고 비판할 줄 아는 영악한 국민들이 되어 있다는 사실을 망각한 잘못을 범한 것이다.


네 번째 잘못은 환율조작을 통한 수출증대를 도모하려고 한 점이다. 노무현 정부 때 930원대에 머물던 환율이 1050원대로 치솟고, 거기에 세계 유가가 천정부지로 치솟으니 국내물가가 망둥이 뛰듯이 뛰어오르고, 서민들의 경제가 된서리를 맞게 된 것이다. 기름 값 폭등에 국민들은 곧바로 허리띠를 졸라매는 고통을 감내하라고 강요하는 것은 지난 10년 동안 못사네 못사네 하면서도 점차 향상되어 온 경제수치들을 한꺼번에 곤두박질치게 만들었으니 국민들이 저항하는 것도 당연한 것이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이나 영어 교육의 수월성이나 한반도 대운하는 오히려 지엽적인 것이다. 그러한 것들은 가지치기에 불과하다. 무엇보다도 국민의 자존심을 짓밟는 정부를 국민도 역시 거부한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부랴부랴 뒷수습을 하려고 해보지만, 되돌리기에는 너무나 많은 에너지를 낭비해야 하게 생겼으니, 이 고통을 어떻게 추스려야 할지 모르겠다.


문득 한 편의 시가 떠오른다. 장순금 시인의 “엉뚱한 하나님”이라는 제목의 시 - “벼락 맞을 사람들은/모두 다 내버려두고/애꿎은 대추나무만 후려갈겨서/도장목이나 만들어내는/나의 하나님!”  (전문) -이다. 벼락 맞을 사람들은 모두 다 내버려두고, 왜 착한 서민들만 뱃가죽이 달라붙어야 하는지, 정말 하나님,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어찌합니까, 엉뚱한 하나님, 우리 좀 살려 주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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