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시영의 세상의 창-무한민주주의를 요구하는 백성들의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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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영의 세상의 창-무한민주주의를 요구하는 백성들의 나라
  • 법률저널
  • 승인 2008.06.06 1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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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영 숭실대 법대교수/변호사/시인

 

나는 오늘 우리 대한민국을 “무한민주주의를 요구하는 백성들의 나라”라고 정의하련다. 21세기 대한민국은 1인민주공화국 시대가 되었다. 건국 이래 군사독재정권이 폭압정치를 하던 때를 1인독재공화국시대라고 한다면, 디지털문화천국으로 발전한 오늘은 1인민주공화국시대라고 정의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기 때문이다.


컴퓨터와 인터넷으로 상징되는 디지털문화는 광장문화를 모르던 우리 국민에게 밀실정치가 아닌 광장문화를 가르쳐주었다. 그 광장의 크기는 모니터 화면의 크기가 변화하는 것만큼 변화의 폭을 넓혀 왔고, 인터넷의 속도만큼 변화의 속도를 높여 왔다.


2500년 전 고대 그리스 도시국가에는 도시마다 Agora라는 광장이 있었고, 그 광장에서 이루어진 토론과 담론은 아테네를 고대민주정의 꽃으로 만들었고, 그 힘으로 아테네는 그리스의 중심국가로 발전할 수 있었다. 이 광장에서는 도자기 조각에 독재자의 이름을 적어내는 도편추방제를 실시함으로써 6천명 이상의 시민 결의가 있으면 그 독재자는 10년간 국외로 추방되어야만 했다. 유럽이나 미국 등 서양제국은 그 광장의 문화를 전통으로 이어옴으로써 민주주의를 일찍 꽃피웠지만, 골방과 밀실의 야합을 일삼던 동양각국은 이러한 광장문화를 허용하지 않았던 까닭에 민주주의가 늦게 뿌리를 내리게 되었다고 볼 수도 있다.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연일 촛불잔치가 벌어지고 있다. 어떤 이는 촛불시위라고 하기도 하고, 어떤 이는 촛불문화제라고 하기도 한다. 이명박 정권의 미국산 쇠고기 무한 수입 협상타결에 성난 민심은 촛불을 들고 활활 타오르고 있고, 그 촛불은 또 다른 횃불이 되어 국민의 마음을 하나로 모으고 있다.


서울시청 앞 광장은 이명박 대통령이 서울민선시장 재임시 차량들이 소통하던 로터리를 과감하게 제거하고 시설한 것으로 청계천 복원공사 및 서울교통체계 개편과 더불어 최대 치적으로 자랑하는 것 중의 하나이다. 서울시청광장이 조성되면서 우리는 세계가 깜짝 놀란 2002년 월드컵응원을 그 광장에서 전개할 수 있었다.


이러한 모든 변화는 광장이 있기 때문에 가능하게 되었다. 우리 대한민국은 인터넷 보급률 세계 1위이다. 인터넷은 현대판 광장이다. 이 광장을 통해 우리는 의견을 수렴하고, 결집하고, 행동한다. 모든 이들의 손에 쥐어진 손전화기는 실시간 동영상을 전달하는 수단이 되고, 모든 이들에게 보편화된 디지털카메라 역시 인터넷과 결합하여 실시간 1인 방송국 기능을 수행함으로써, 공권력과 주요 언론사의 오도된 독점적 정보 제공을 거부하고, 비웃는다.


시위가 축제가 되어버린 세상에서 아날로그 정부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몰라 갈팡질팡이다. 시위군중의 손에 들린 것은 예전의 쇠파이프, 각목, 보도 블록을 깬 돌멩이, 화염병이 아니다. 쇠파이프와 화염병이 사라진 두 손에 들린 것은 약한 바람에도 꺼질 것 같은 촛불이고, “수입쇠고기 반대”, “국민의 건강권을 보장하라”, “정부는 각성하라”라는 취지의 글들이 쓰여진 종이쪽지 한 장뿐이다. 비폭력 무저항의 저항 앞에 전경들의 군홧발 공격과 방패찍기, 물대포는 오히려 희화적이다. 그들의 폭력적 진압은 곧바로 동영상으로 편집되어 인터넷에 올려지고, 온 세계가 감상(?)하는 통제불능의 세상이 되어버렸다.


1987년 6월, 박종철군에 대한 고문치사사건이 도화선이 되어 반정부시위가 격렬하게 전개되었던 곳, 결국 전두환 군사독재정권이 6.29 항복 선언을 할 수밖에 없었던 그 광장에서 국민들은 웃으면서, 노래하면서, 춤추면서 시위를 벌리고 있다. 물대포를 쏘면 미리 준비한 천막으로 물대포를 막고, 전경들이 바리케이드 대용으로 길 한복판에 세워놓은 전경들의 수송용버스에 “무단주차”라는 노란색 벌금딱지를 수십 장 덕지덕지 붙여놓고 환호한다.


이번 촛불집회는 우리에게 새로운 문화적 충격과 가능성을 안겨주고 있다. 월드컵응원을 마치고 손수 주변청소를 했던 그 성숙한 시민의식이 이번 촛불집회를 통해서 무저항 비폭력의 시위문화를 탄생시켰고, 스스로 시위진압측에 반격의 빌미를 제공하지 않기 위해 자제하고 절제한다. 시위진압의 수위가 지나치면 주먹으로 대항하지 않고 멀찌감치 떨어져 디지털카메라로 동영상을 촬영하고, 그냥 그것을 인터넷에 올릴 뿐이다. 그 동영상을 통해 세상이 잘못된 이들을 징벌하고, 경찰청장이 스스로 잘못을 행한 자를 찾아내 징계하겠다고 읍소한다.


서울시는 광화문광장 복원공사에 들어갔다. 시청 앞 광장보다 훨씬 넓은 광화문광장이 복원되면, 우리는 얼마 후에는 광화문 앞 잔디밭을 뒹굴 수 있을 것이고, 세종문화회관의 문화를 즐길 수 있을 것이다. 광장이 넓어지면 넓어질수록 우리의 민주주의는 더욱 크게 성장할 것이다. 이처럼 디지털혁명을 통한 1인민주공화국시대에서는 마음만 먹으면 모두가 여론 주도층이고, 모두가 인터넷 1인 방송국을 갖게 되어 각자의 주장을 피력하게 된다. 그들은 과감 없이 자신들의 의견을 피력하고, 여론을 형성한다. 소위 메이저언론이라는 조중동의 처지가 난감하다 못해 측은하다. 시대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는 꼴통들의 사고는 경직의 정도를 넘어 아예 콘크리트처럼 단단히 굳어있다.


정부는 미국과 재협상에 들어가지 못하고 있다. 국가간 체결된 협약을 일방적으로 파기할 수 없다는 논리이다. 그러한 외교적 마찰을 일으키면 국제사회로부터 왕따를 당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미국 축산업체의 자율규제약정이 있으면 그것으로도 충분히 재협상의 실효를 얻어낸 것으로 볼 수 있다는 황당한 논리를 전개하여 우리를 또 분노케 한다.


우스갯소리지만 약속은 깨어지라고 있는 것이다. 특히 국가간의 협약은 반드시 깨어지고 만다는 것을 역사가 증명해 왔다. 오죽하면 합종연횡이라는 고사성어까지 나왔겠는가? 이번 쇠고기파동처럼 국민의 열화 같은 지지(?)를 정부가 받아본 적이 있는가? 국민의 성원을 등에 업고 미국과 당장 재협상에 들어가야 한다. 법률행위는 착오를 이유로 취소할 수 있다. 정부는 국민의 뜻을 취합하여 실행하는 곳이고, 그 국민의 뜻을 잘못 취합했다면 이는 정부가 착오에 빠진 것이고, 따라서 상대국에 대하여 종래의 협상을 실행할 수 없다며 재협상을 해야 한다. 칼자루는 우리가 쥐고 있다. 파는 놈이 큰소리치는 세상은 이제는 없어져야 한다. 고객이 왕이고, 사는 분이 상전이지, 어디에 파는 양반이 큰소리친단 말인가? 어디 쇠고기가 독과점상품이란 말인가? 캐나다도 있고, 호주도 있고, 쇠고기 팔겠다고 두 팔 걷어붙이고 나오는 나라가 한 두 군데인가? 재협상 안 하면 못 사겠다고 버티면 미국이 별 수 있겠는가 말이다. 그렇게 되면 다른 나라가 우리를 우습게 보지 못하게 되고, 우리를 오히려 존중하게 된다. 함부로 한국정부와 흥정했다가는 엄청난 국민적 반발을 가져온다는 점을 알게 된 외국들이 미리 조심할 것이어서 무리한 주장을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래저래 1인민주공화국 시대에 촛불공장 사장님이 싱글벙글 웃으며 돈 세고 있을 모습이 떠오르니, 아, 이 난국 속에서도 웃는 백성이 있겠구나 싶어 한편으로 안심이네, 안심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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