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로스쿨 전철 밟을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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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로스쿨 전철 밟을텐가
  • 법률저널
  • 승인 2008.05.23 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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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시험법(안) 입안이 드디오 확정됐다. 이미 본지가 보도한 대로 법무부에서 입안한 변호사시험법이 현재 사법시험이나 일본의 신(新) 사법시험과 별반 다른 게 없어 우려되는 대목이 한 두가지가 아니다. 로스쿨 교육을 황폐화시킬지 아니면 로스쿨 도입의 취지를 잘 살릴지는 변호사시험제도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변호사시험법제정 특별분과위원회가 만든 변호사시험법안의 내용대로 확정되면, 공익인권분야는 물론 기업법무나 국제법무, 금융법무 등 다양한 분야의 교육이 사실상 로스쿨에서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우선 시험과목을 보면 암담하다. 객관식으로 헌법, 민법, 형법, 행정법, 상법, 민사소송법, 형사소송법, 법조윤리 등 8과목에다 논술형 시험의 과목으로 공법(헌법 및 행정법), 민사법(민법, 상법 및 민사소송법), 형사법(형법, 형사소송법), 선택과목 1과목 등 총 4과목이 예정되어 있다. 로스쿨에서 다양한 분야에 걸친 교육을 받은 변호사를 양성하겠다는 제도 도입의 취지를 달성하려면 변호사시험과 사법시험은 근본적으로 달라야 한다는 게 우리의 판단이다. 변호사시험은 교육과 선순환의 연계관계에 있어야 하고 로스쿨의 전문분야 교육성과를 충실히 평가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초안에는 시험과목이 기존 사법시험 체계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어 로스쿨의 교육이 기존의 법과대학 교육과 어떤 차별성을 보여줄지 의문이다. 결국 변호사시험이 로스쿨 교육의 주체인 학교가 특성에 맞는 교육을 하지 못하도록 하고, 특성화 과목의 비중이 낮아 사회적인 다양한 수요에 부합하는 변호사를 배출하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 게다가 과목별 과락과 평균 과락을 인정함으로써 변호사 배출 수를 통제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될 개연성도 상당히 있다.

따라서 객관식 시험을 폐지하거나 과목의 수를 대폭 줄이는 게 바람직하다고 본다. 객관식 시험과 논술식 과목을 중복해서 치를 필요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똑같은 과목을 놓고서 객관식과 논술식의 평가 목적을 확연히 드러낼 묘안이 있는 것이지 묻고 싶다. 일본의 경우도 1차시험을 통과하기 위해 객관식 문제집 풀이에 몰두하는 바람에 정상적인 로스쿨 교육이 이루어지지 않아 1차시험 폐지를 주장하는 의견이 대두되고 있는 현실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합격률이 턱없이 낮다보니 각 로스쿨마다 합격률 올리기에 급급해 기대했던 판례 위주의 공부보다 과거의 암기식 공부에 치중하고 있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특성화 교육은커녕 학생들이 사법시험 과목에만 치중하게 되고, 심지어 사설 고시학원의 특강을 로스쿨 안에 끌어들이고 있는 상황이다.

평가방식도 절대평가로 바꾸고 공인회계사시험처럼 부분합격제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 변호사시험은 자격시험이므로 '출구'를 어렵게 하기보다는 일정한 수준에 이르렀다고 판단되면 모두 합격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 어느 한 과목에서 과락으로 탈락했다는 이유로 모든 과목에 걸쳐 다시 시험을 치르는 것은 제도의 취지와 맞지 않고 사회경제적으로도 자원낭비를 초래하는 것이다. 객관식이든 논술형 시험이든 부분합격제를 도입할 경우 합격률이 급격하게 떨어지는 것을 어느정도 막을 수 있고, 나아가 위헌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5년 내 3회에 한하여 응시할 수 있다'는 응시횟수 제한도 무의미하게 된다.

우리보다 앞서 도입한 일본에서 이미 로스쿨이 신사법시험의 예비교로 전락하고, 로스쿨의 절반 이상이 정원을 채우지 못해 문을 닫을 처지에 직면하고 있다는 현실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변호사시험제도가 로스쿨의 존폐를 결정한다는 인식에서 앞으로 더욱 치열한 논의가 확산되고 지속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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