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성태 칼럼 - 공무원이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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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성태 칼럼 - 공무원이나 할까?
  • 법률저널
  • 승인 2008.05.13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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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전쟁!
노량진은 찌라시(광고전단지) 천국이다. 모든 고시학원들이 이 광고
홍보에 미쳐있다. 노량진의 대 혈투(血鬪)는 광고전으로부터 시작된다. 고시학원들의 아침특강이 7시 30분에 시작이 된다. 학원마다 아침특강을 하기 때문에 학원가를 주변으로 7시부터 학생들이 모여들기 시작한다. 수강생들이 모이는 곳은 어디든 광고가 횡행(橫行)한다. 노량진 고시학원의 가장 빈번한 광고가 홍보 전단지이다.
 
홍보전은 아침, 점심, 저녁 하루 3번 진행이 된다 (이중 아침 7~9시와 저녁 6시 ~7시 사이가 가장 활발하다). 이 광고전이 밀리면 끝장임을 그들은 안다. 비록 이 찌라시가 별 효과가 없을지언정 학원들마다 이 전투에 기꺼이 참여한다. 어느 전투에서든 초기 기선제압이 우선이다. 세몰이에는 찌라시보다 간단하고 확실한 것이 없기 때문이다. 전쟁이 시작되면 무조건 참여해야 한다. 이기고 지고는 나중 문제이다. 광고지 배포는 일종의 선전포고에 해당한다. 광고의 결과로 단 한명만이 오더라도 그들은 최선을 다한다. 이 광고전에 소홀한 고시학원은 언젠가 문을 닫는다. 이 기막힌 소비전은 노량진의 빅4가 눈이 벌겋게 살아 있음을 고지(告知)하는 것이다.
 
우리학원은 이러이러한 컨텐츠로 하니 수강생들이여 보라는 식이다. 전단지 배포는 본 게임을 향한 탐색전이다. 우리가 이번 달에 이런 저런 교육과정으로 진행을 하니 당신들도 이런 과정을 개설하여 맞짱을 떠보자는 것이다. A고시학원이 개설한 강좌를 빅3은 반드시 개설한다. 어느 학원이 먼저랄 것 없이 내용이 비슷하다. 주로 월 초에 이 전쟁은 한층 더 치열하다. 월초 중에도 홀수 달이 클라이막스(climax)이다. 고시학원들의 교육과정은 주로 2개월 과정으로 진행이 되므로 홀수 달의 월 초의 찌라시 광고가 제격이다. 어느 지역에 시험공고가 난다면 그때는 월 초고, 중간이고, 주중이고, 주말이고 상관이 없다. 그냥 뿌려댄다. 아무 생각도 없이 마구잡이식이다. 전단지 광고는 타이밍이 중요하다. 이 시점을 놓치면 말짱 도루묵이기 때문이다. 지극히 순발력이 필요하다. 월 초의 노량진은 형형색색의 전단지로 물결친다. 고시생들은 이들 전단지를 짜증 반 기대 반으로 받아든다. 찌라시는 단순한 배포가 아니라 학원들 간의 잔머리 머리싸움이다.

노량진역과 바로 연결돼 있는 육교를 건너면 위쪽(노량진 경찰서)과 아래쪽(맥도날드) 양편으로 나뉘어 진행된다. 전단지 배포의 주역(主役)은 다름 아닌 40~60대 아주머니들이다. 전투의 정찰병들이다. 그들은 한번에 10명에서 20명이 횡(橫)으로 줄로 서서 배포한다. 어느 쪽으로 내려가든 광고지를 나눠주는 아주머니들의 대열과 마주치게 된다. 묘한 조화 속에서 그들의 손은 분주하게 움직인다. 그들은 모자를 깁게 눌러쓰고 지나가는 인파에게 무조건 던지듯 떠 맡긴다.

받지 않으려고 해도 눈이 마주치거나 움찔했다가는 어느새 광고지를 손에 쥐게 된다. 아주머니들의 솜씨는 이미 프로수준이다. 한번에 4~6장식 움켜쥐고 지나가는 수험들에게 정확히 전해진다. 이 홍보지들은 흑백지(A4 용지), 색지(연 분홍, 연 청색, 연 노랑색지), 칼라(총천연색) 등의 다양한 색깔을 띤다. 크기도 B5, A4, B4, 4절지 등 다양하다. 이 대열을 50여 미터를 지나오면 어느새 십여 장의 알록달록한 광고지가 수강생들의 가슴에 안겨진다.
 
받아든 전단지의 내용은 이러하다. ○○ 아침무료특강!!, 한자무료특강!!, 9급공무원개강!!, 7급 공무원개강!!, 세무직개강!!, 교육직개강!!, 법원·검찰개강!!, 임용고사 ○○○팀!!, 농업직 ○○ 특강!!, ○○○ 교육학!!, ○○○행정학!!, ○○○행정법!!, ○○○소방학!!, ○○○사회복지학!!, ○○○세법, ○○○회계학!!, ○○○영어!!, 기초영어잡기!!, 맨투맨 영어!!, 일일특강!!, 경찰회원제!!, 경찰영어!!, 기술직특강!!, 드림팀!!, ○○○올스타팀!!, 전공특강!!, 공인중개사!!, 주택관리사!!, 정보처리기사 특강!!, 다집기 특강!!, 족집게 특강!! 일반상식특강!! 등 광고내용은 다양성의 극치를 보여준다.
 
인터넷에서 모든 자료를 구하고, 인터넷 카페가 홍수인 요즘 시대에 학원광고지 전단지 홍보는 그야말로 한물간 구닥다리이다. 그 런 구닥다리가 어느새 노량진의 문화가 되어버렸다. 그 천덕꾸러기 전단지 홍보가 별로 광고효과도 크지 않은 듯 하지만, 학원들(고시학원과 입시학원이 어우러져 있음)은 굳이 70~80년대식 배포광고를 한다. 학원들이 현금을 써가며 아주머니를 고용(시간 당 2만원)해 광고지를 뿌리는 이유는 무엇인가? ‘학원들 간의 기(氣) 싸움 때문’이라는 게 주변의 E고시학원의 신길남(52)관리 이사의 진단(診斷)이다. 이는 광고효과가 있고 없고를 떠나 정기적으로 하지 않으면 허전하다. 노량진 고시학원의 존재가치를 암묵적으로 알리고 있는 것이다. 비록 무가치(無價値)로 판명이 날지라도 이 전단지를 날려야 한다.

언제 올지 모를 희미한 희망을 품고 말이다. 노량진의 강사들도 전단지에 자신의 이름과 사진이 실리면 힘이 난다. 상대 학원의 경쟁강사가 전단지에 올려져 돌면 당장 학원의 홍보영업팀이 어필을 한다. 전단지 홍보는 십수년간 진행해 온 일상적이 되어버렸다.

사실 노량진의 오프라인(off-line) 광고전쟁은 3파전이다. 첫 번째가 광고전단지 배포이고, 두 번째가 각종 홍보 포스터(poster) 붙이기이다. 세 번째는 홍보용 현수막이나 유리창을 활용한 홍보이다.

이중 두 번째와 세 번째는 노량진 구청의 벌금부과, 심지어 경찰 고발까지 하는 등의 강력한 단속 때문에 뜸해진 듯하다. 그러나 그 단속이 1년 내내 진행될 수는 없는 관계로 광고주와 구청의 단속 숨바꼭질은 오늘도 현재 진행형(~ing)이다. 고시학원 건물에는 플랭카드만 붙여도 경쟁학원에서 사진을 찍어서 고발한다. 얼마 전 한 학원은 건물 유리창에 붙인 대형 광고시트를 경쟁학원의 고발 때문에 떼어 내 버리기도 했다. 완전경쟁이 부른 자율정화의 차원으로 가져다준 본보기이다. 구청의 단속을 그마나 피할 수 있는 오프라인 광고전이며, 홍보전이고, 전통적 방법이 홍보전단 배포이다. 이는 상대적으로 단속의 허점을 이용하기 때문이다. 직접 현장이 아니면 단속할 길이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구청의 단속을 피할 수 있는 아침시간대와 저녁 시간대를 주로 활용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노량진에서만 십 수년째 광고지를 돌리고 있는 한 아주머니는 “ 수강생의 모습이나 얼굴만 봐도 어떤 시험을 준비하는지가 보인다.”고 한다. 거의 ‘쪽집게’, ‘점쟁이’ 수준이다.  배포 아주머니들은 처음에는 광고지 돌리는 일이 창피해서 고개를 들 수 없었다고 한다. 단속 나온 구청직원을 피해 도망가다가 넘어지기도 했었단다. 다른 학원 아주머니들과의 자리경쟁이 주먹다짐으로 이어진 적도 여러 번 있었다. 단속 경찰만 보면 도둑놈처럼 가슴이 철렁했던 시절도 있었다. 필자가 이 광경을 사진으로 담자 갑자기 4~5명이 달려들어 다짜고짜 고함을 지르기도 하였다. 이런 사연들을 뒤로하고 어느새 이들의 하루가 노량진의 문화가 되어 버렸다. 그들 아주머니들은 이렇게 억척스럽게 번 돈으로 아들, 딸을 대학까지 보냈고, 이미 손자 손녀를 본 사람들도 있다고 한다. 이제 그들도 엄연히 노량진의 구성원인 것이다. 노량진의 하루는 광고로 시작하여 광고로 끝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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