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통죄와 사회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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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통죄와 사회현상
  • 김영철
  • 승인 2008.05.09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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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철 건국대 교수 형법학/법학박사

 

우리 형법 제241조 제1항의 간통죄는 어느 형법조항보다도 화제가 무성하고, 세인의 이목을 끈다. 언론보도에 의하면 오는 5월 8일 어버이날에 헌법재판소는 4번째로 위헌여부의 심판을 위해 간통죄에 대한 공개변론을 개최할 예정이라 한다. 다 알다시피 헌법재판소는 1990년도에 간통죄의 위헌여부에 대하여 재판관들 간의 진통 끝에 다수의견으로 간통죄 합헌을 선고한 이래 1993년도와 2001년도에 다시 간통죄의 합헌을 선고해야했다. 그럼에도  이 죄에 대한 위헌시비는 가라않지 않고 이번에 다시 유명탤런트 O양 등이 신청한 3건의 위헌법률심판 사건을 공개변론을 통하여 심리하게 된 것이다. 이러한 현상의 근저에는 간통죄 폐지론을 지지하는 성향의 재판관 다수가 새로 임명된 것도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거슬러 올라가 보면 1953년 현행 형법이 제정될 당시부터 간통죄의 운명을 놓고 업치락 뒤치락 하는 사태가 연속되었다. 해방 후 최초 법안을 기안한 법전편찬위원회에서는 격론 끝에 간통죄 조항을 제외키로 하였었는데, 이 안을 정부가 검토하는 과정에 간통죄 조항을 추가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정부초안”이 제정되어 국회에 제출되었고, 이것을 심사한 국회법사위는 원래대로 간통죄조항을 삭제하기로 하는 의견을 붙여 국회본회의 심의에 회부하였다. 1953년 7월 3일에 열린 제16회 국회임시회의 제16차 회의에서는 (1)간통죄 쌍벌죄 처벌안(현행조항), (2) 간통죄 삭제안(법사위수정안), (3) 유부(有夫)의 부녀만 처벌하자는 안, 반대로(4)유부(有婦)의 남자만 처벌하자는 안 등 5개안이 제시되어 국회표결 끝에 쌍벌죄를 규정한 정부안을 제적112명 중 57명의 찬성으로 아슬아슬하게 과반수를 넘겨 통과시켰다.


이렇게 우여곡절 끝에 탄생한 조항이지만 현실에서는 어마어마한 위력을 발휘하였다. 징역2년 이하의 비교적 가벼운 형으로 규정되었지만, 10여년 전인 1996년 한 해에만도 15,000여명이 간통죄로 입건되고, 그 중 약 4,000여명이 기소되었다. 구속되는 경우도 많았다. 벌금형이 없으므로 일단 유죄판결이 나면 공무담임권 등이 제한되므로 단순히 사회적 망신을 당하는 데서 그치는 것이 아니고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어야 하는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였다. 당시 사회적·경제적 약자로 비춰진 여성의 보호에 일정 기능을 했다. 간통죄로 기소된 남자으로서는 유죄판결을 면하기 위하여 고소하기 전이나 고소 후에라도 피해여성이 원하는 충분한 경제적 보상을 해주고 고소를 포기하게 하거나 고소취하를 받아야만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오늘날에는 사정이 많이 달라졌다. 법의 개정으로 가사만 전담하던 부녀자에게도  기여도에 따라 남편의 재산을 일정비율로 분할하는 제도가 생겨나고, 맞벌이 부부도 많이 늘어나 여성의 사회적 지위가 뚜렷이 향상되었다. 2006년도 대검찰청의 범죄분석에 의하면 1년간 발생한 간통죄의 수가 남성 3247건, 여성 3262건으로 거의 동수를 이루었다. 이러한 세태를 반영함인가. 간통죄 폐지문제만 나오면 반대일색으로 나오던 여성계가 이번에 헌법재판소에 제출한 의견은 간통피해자를 실질적으로 보호할 대안을 마련할 것을 조건으로 했지만, 폐지안에 “찬성”이다. 놀라운 변화라 아니할 수 없다. 이 사건 간통죄 위헌심판을 청구한 사람도 여성이다. 머지않아 사회적 지위가 약화된 남성들이 거꾸로 “남성보호”를 외치며 간통죄 유지를 주장할 날이 올지도 모른다. 1989년에 형법개정안으로 간통죄 폐지안을 냈다가 실패했던 법무부가 이번에는 합헌론을 바탕으로 간통죄 유지를 주장하고 나선 것도 아이러니칼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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