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들 관례의 굴레에서 벗어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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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들 관례의 굴레에서 벗어나야
  • 법률저널
  • 승인 2008.05.02 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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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정부 부처들이 앞다퉈 변화와 경쟁을 외치고 있다. 정권 초기엔 으레 공공개혁 구호가 횡행하지만 반짝하다가 말았다. 하지만 이번에 그럴 것 같지 않다는 기대감을 갖게 한다. 이명박 대통령은 27년간 기업인으로서 공무원들을 상대하면서 이른바 '을(乙)의 경험'을 톡톡히 체험한 탓에 누구보다 공무원의 문제점을 절절히 느꼈고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 경험이 현재 이 대통령이 갖는 공무원관(觀)의 모태(母胎)가 되었다고 본다.

그래서인지 이 대통령은 당선자 시절부터 공무원들의 철밥통에 대한 경고를 시작으로, '얼리 버드(early bird)'라며 공무원들에게 새벽 출근을 종용했고, '머슴론'을 설파했다. 특히 공무원의 탁상 행정과 규제 남발에 대한 질타는 입에 달고 다녔다. 5년 동안 풀리지 않던 대불산업단지의 전봇대가 이틀 만에 뽑혔다. 이렇게 쉽게 할 수 있는 일을 5년씩이나 끌어왔다는 사실이다. 대불공단만의 일도 아니다. 최근 한우 농가를 돌아본 이 대통령이 축사에 적용되는 까다로운 소방법을 질타했다. '소가 불이 나면 비상구 표지판(유도등)을 보고 나가겠나'며 혀를 찼다. '접시를 깨지 않으려고 아예 접시를 닦지 않는' 공무원 사회의 '무사안일'과 '복지부동'의 극치를 보여준 것이다.

남한 맨 북쪽 접경에 위치한 조용한 동네였던 파주가 요즘 뜨고 있다. 3년간 300개 기관, 4천명이 파주에 와서 배워갔다고 한다. 95개 부문에서 받은 상금이 41억원에 달했다. 파주가 이처럼 주목을 받는 이유는 시민들이 가려운 곳, 불편한 것, 원하는 것을 들어주는 '시민주의 행정'을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유화선 파주시장은 29일 법무부 강연에서 민원처리기간을 단축하려면 '관료주의', '늑장행정'이라는 보이지 않는 규제를 없애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늑장행정은 공무원들이 뇌물을 먹는 것보다 나쁘다"고 했다. 공무원이 뇌물을 안 받고 법과 규정을 제대로 지키는 것만으로는 충분치 않다는 것이다. 유 시장은 "행정에서도 시간은 돈이다는 개념을 분명히 해야한다"고 했다. "공기, 납기의 개념에서 민원을 봐야 시민의 기회비용을 줄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가령, "땅값만 수백억원인 공장 설립허가 과정을 1∼2년 단축시킨다면 민원인은 수십억원의 이자비용을 줄일 수 있다"고 했다.

파주는 공무원들이 달라지기만 하면 민원인이 얻는 기회비용이 얼마나 큰 지를 보여주는 살아있는 실례(實例)다. 파주가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시민은 옳다'는 시민주의 행정의 모토(motto)를 내걸고 철저한 경쟁원리와 인센티브 도입이다. 발탁도 탈락도 없는 연공서열(年功序列)의 새장처럼 답답한 공직 사회를 깨고, 탁상에 앉은 계획과 전략보다 적극적인 실천에서 비롯된 것이다. 일 잘하는 공무원에게는 매월 포상금으로 한달치 본봉을 주는 등 경쟁원리를 철저하게 적용하고 인사에서도 패널티와 인센티브를 확실히 한 탓이다.

때마침 정부가 국민이나 기업의 민원을 법정처리기간보다 신속하게 처리한 공무원에게 앞당겨 처리한 기간만큼 인사, 급여 등의 혜택이 있는 마일리지를 부여하겠다고 밝힌 것은 뒤늦은 감은 있지만 팔을 걷어붙이겠다는 의지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민원처리 건별로 법정처리기간 대비 신속하게 처리한 날짜를 누적하여 마일리지를 부여하고, 지체하거나 잘못 처리한 경우에는 차감하는 방식의 '민원처리 마일리지 제도'가 도입되면 공무원의 형태·의식이 상당히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규제개혁 또는 민원처리 우수자를 특별승진 및 특별승급 대상으로 추가하고, 중앙부처나 시·도 전입할 때 우대하도록 권고하는 등 다양한 인센티브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이번 조치가 정착되고 확산되기 위해서는 첫째 '고객이 옳다'. 둘째도 '고객은 항상 옳다'는 일선 공직자들의 의식 전환이 중요하다. 그 첫 단추는 '관례'라는 굴레를 과감히 벗어 던지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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