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시영의 세상의 창-회개와 용서, 삼성 특검의 결과를 지켜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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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영의 세상의 창-회개와 용서, 삼성 특검의 결과를 지켜보며
  • 법률저널
  • 승인 2008.04.25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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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영 숭실대 법대교수/변호사/시인

 

자신의 잘못에 대하여 용서를 구하는 것은 참으로 어렵다. 잘못을 범하는 사람은 자신의 잘못을 잘못으로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비슷한 잘못을 반복해서 범한다. 그러니 그의 의식구조 속에 아예 자신의 잘못에 대하여 용서를 빌어야겠다는 개념 자체가 자리 잡을 공간이 없을 수밖에 없고, 그러니 용서를 구한다는 것은 참으로 어렵고 지난한 일이다. 선하게 사는 사람은 잘못을 잘 범하지도 않지만 잘못을 깨닫게 되면 그 즉시 사과하고, 다시는 동일한 잘못을 범하지 않으려 노력한다. 이처럼 잘못과 용서는 처음과 마지막인 것처럼 느껴지지만 동전의 양면처럼 같은 것일 수도 있다. 따라서 진정한 회개를 하지 않는 자는 결코 진정한 용서를 구하지 못한다. 이는 다시 가까운 시일 내에 동일한 잘못, 아니 더 깊어진 잘못을 범하겠다는 사전예고나 다름 없다. 많은 사람을 변호하는 과정에서 깨닫게 된 사실은 잘못을 범한 자들은 진실한 용서를 구하는 경우가 별로 없다는 점이었다. 어떻게든 법망을 피해서 빠져나가려고 한다. 변호사가 다 알아서 해 주겠지 하면서 변호사 수임료를 지불한 것으로 자신의 모든 잘못은 용서되었고, 자신의 반성은 완결되었다는 듯한 태도를 보이는 대부분의 피고인들을 보면서 그들을 변론해야 하는 변호사로서 고민을 했던 적이 여러 차례 있었다.


이명박 대통령이 대통령 취임 후 첫 해외순방길로 미국과 일본을 다녀왔다. 캠프데이비드별장에 초대받은 최초의 한국 대통령이라는 언론의 호들갑 속에서 미국 부시 대통령과 함께 카트를 운전하는 등 한미지도자 사이의 우의를 다지고 왔다는 보도를 접한다. 우리 언론보도와는 달리 중국 인터넷에는 부시의 운전기사 노릇을 하러 미국을 다녀왔느냐, 중국 국가 지도자는 아무리 영어를 잘 해도 공식석상에서는 중국어로 말하지 영어로 말하지 않는다는 등 이 대통령의 방미 순방을 비아냥거리는 댓글이 올라오고 있다고 한다. 후꾸다 일본 수상을 만났을 때 이명박 대통령은 일본의 과거침략사에 대하여 “만날 사과를 요구하지 않겠다.”라고 했다. 한일관계에서 발목을 잡는 미래보다는 한일 양국의 미래에 대한 발전지향적 견해를 내세우면서 말이다. 마치 노무현 대통령이 일본을 처음 방문했을 때 “더 이상 사과하라고 말하지 않겠다.”라고 했던 것처럼 이명박 대통령의 일본에 대한 시각은 우호적이다. 그렇지만 노무현 대통령의 그러한 대일정책은 얼마 지나지 않아 독도 문제와 역사 교과서 왜곡 문제로 한일관계가 냉각되고 말았는데, 이번에는 그런 일이 없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부시 대통령을 만나기 하루 전, 한미 통상협상을 통해 한국은 미국산 쇠고기를 사실상 무제한 수입하겠다고 합의를 해 주었다. 노무현 정권 당시 그렇게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억제하며 한우 축산 농가를 보호하려고 했던 정책은 하루아침에 “전 국민에 대한 값싼 양질의 쇠고기 먹을 수 있는 권리보장”이라는 정책으로 전환되었다. 한쪽 정책은 축산농가를 보호하겠다는 것이고, 다른 한쪽은 전 국민의 싼 식품비를 보장하여 가계 부담을 줄여주겠다는 것이다. 어느 쪽이나 국민이 존재하고, 어느 쪽도 포기할 수 없는 우리의 가치이다. 단지 어느 쪽을 택하는 것이 전체에게 보다 더 이익이겠는가 하는 판단의 문제만 남아 있을 뿐이다.


삼성특검 결과 김용철 변호사의 내부고발에 의해 이루어진 삼성비자금을 둘러싼 범죄사실은 대부분 사실로 밝혀졌고, 삼성 이건희 회장을 비롯한 10여명의 주요 핵심 멤버들이 불구속기소되었다. 범죄사실로 보면 모두 구속기소되어도 시원찮을 엄청난 범죄인데도 불구하고 기업경영의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불구속기소했다는 특검의 발표는 듣는 이를 황당하게 만든다. 물론 더러는 삼성 특검을 비난하는 이들도 있겠지만, 법원의 일반 범죄자들에 대한 구속기준의 형평성에 비추어보면 그들 역시 당연히 구속기소되는 것이 맞다. 그게 법의 정의이다. 그렇지만 삼성 특검에 대해 내부적으로 애를 많이 쓴 점은 인정하더라도 그 마지막 처리의 타당성을 인정하기에는 많이 부족하다고 본다.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이 고발한 일부 사실에 대하여는 무혐의 결정이 나기도 했다. 이를 두고 어떤 이들은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이 없는 사실을 부풀려 과장했다며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고 말았다는 여론도 있지만, 나는 그러한 여론을 조성하려는 자들을 비난하려 한다. 모든 것을 양비론적으로 몰고 가려는 자들은 비겁하기 때문이다. 양비론을 주장하는 자들에게는 철저한 자기 성찰을 기대하기 힘들다. 특검기간 내내 삼성은 한 번도 스스로 잘못을 인정한 전례가 없다. 천편일률적으로 그러한 사실이 전혀 없다는 부인으로 시작하여 증거를 들이대면 마지못해 이를 시인하였을 뿐이다. 그것도 몇 번씩 소환되어 부인할 수 없을 만큼의 증거가 있다고 인정될 경우, 대한민국에서 가장 막강한 법무법인의 담당 변호사들로부터 수없이 법적 자문을 받은 후 빠져나갈 방법의 진술을 하여 법망을 피하면서 우회적으로 시인하는 방법을 사용하였기 때문이다. 무혐의 결정 부분이 증거가 없다는 것이지 하늘이 알고 있는 역사 속의 범죄사실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은 아니지 않는가 말이다.


이번 특검의 가장 큰 하이라이트는 삼성 전ㆍ현직 임원인 이수빈 삼성생명 회장 3.74%, 현명관 전 삼성물산 회장ㆍ이해규 전 삼성중공업 부회장ㆍ김헌출 전 삼성생명 사장 각 1.4%, 이학수 부회장ㆍ이용순 삼성정밀화학 사장 각 0.47%, 강진구 전 삼성전기 회장 2.81%, 홍종만 전 삼성코닝정밀유리 사장 1.56%, 이형도 삼성전기 부회장 1.25%, 미확인(2명 추정) 1.72% 등 모두 16.2%가 삼성 이건희 회장의 차명주식임이 밝혀진 점이라고 생각한다. 더 큰 압권은 이 차명주식이 이병철 전 회장의 상속재산이었을 뿐으로 4조 5천억이 넘는 어마어마한 돈이 삼성 비자금이 아니라는 삼성의 거짓말이 특검에 의해 받아들여졌다는 점이다. 그 돈이 이병철 회장의 상속재산이었다는 거짓말 하나로 삼성은 비자금에서 완전히 자유로워져버렸다. 횡령, 배임 등 모든 범죄 피의사실로부터도 벗어나게 되었다. 더 황당한 것은 이미 21년 전의 상속이었기 때문에 상속세도 10년의 납부시효가 완성되어 세금 한 푼 내지 않아도 되게 되어 추징이 불가능하게 되어버렸다. 즉 이병철 회장의 상속재산이라는 거짓말 하나로 삼성은 특검으로부터 피해나가 버렸고, 오히려 차명계좌로 되어 있어 금융실명법을 위반한 사실을 스스로 고백하지 못해 전전긍긍하던 이건희 회장 일가에게 일정한 과태료 등을 납부한 후 이를 자신들 명의로 정당하게 전환할 수 있는 전화위복의 길을 제시해 주었고, 그동안 비밀리에 조심조심 삼성 그룹을 지배해오던 것에서 벗어나 명시적으로 대주주가 되어 의결권을 행사하게 됨으로써 이제는 내놓고 세상을 지배하게 되었으니 이번 삼성 특검은 삼성에게 닫힌 문을 열어준 대도무문의 특혜(?)를 주고 말았으니 황당의 극치를 보고 있는 듯 해 어안이 벙벙해진다. 위와 같이 이병철 회장의 상속재산으로 몰고 가자는 아이디어를 낸 변호사가 도대체 누굴까? 같은 변호사로서 그의 아이디어가 소름이 끼칠 정도로 부러우면서도 소름이 돋을 만큼 가증스럽기도 하다.


지난 22일 삼성 이건희 회장이 기자회견에서 언급한 사과는 진실해 보이지 않는다. 구체적 행위에 대한 언급 없이 이루어진 사과는 마치 일본이 일제 강점기 침략에 대한 사과문을 반복해서 낭독하였음에도 우리 국민 대부분이 아직 일본은 진심으로 사과하지 않았다는 느낌을 받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느낌이다. 그의 퇴진은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여전히 그는 대주주로서 막후에서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고, 지주회사로의 전환 없이 순환출자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는 그룹 지배의 악순환은 되풀이될 것이다. 내가 적은 월급 쪼개 가입한 삼성생명주식회사의 보험금, 내가 불입한 그 불입금을 이용하여 삼성생명 회사 명의로 사들인 삼성 계열회사의 주식이 이건희 회장 일가가 삼성그룹 경영권을 행사하는 것을 합법화시켜 주고 있다는 사실이 자괴스럽기조차 하다. 하지만 어쩌랴, 그게 법인 걸. 모든 유죄의 증거는 공소권의 행사주체인 검사가 밝혀야 하는 걸, 이를 밝히지 못한 특검을 비난할 수도 없는 게, 하늘이 우리 인간에게 준 한계인 것을 어쩌랴. 7개월 이내에 종결될 특검 재판을 지켜볼 수밖에, 자, 제2라운드의 종은 언제 울리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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