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법학의 세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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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법학의 세계화
  • 박훤일
  • 승인 2008.04.25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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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훤일 (경희대 법대 교수, 상법 국제거래법) <http://onepark.khu.ac.kr>

 

 

[장면 #1]
몇 해 전 인하대학교에서 비교사법학회 학술대회가 열렸을 때 국내 법학자들이 외국의 법이론을 받아들이고 연구하는 것 못지않게 한국법을 외국에 소개하는 데도 힘써야 한다는 논의가 있었다. 당시 학회 차원의 대응책을 마련하지는 못했지만 해외에서 한국의 법제나 판례를 알려고 하는 수요가 늘어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실제로 대법원과 헌법재판소에서는 주요 판결문을 영어로 번역하여 인터넷은 물론 책으로도 출판하고 있는데 국내외에서 많은 인기를 얻고 있다고 한다.

 

[장면 #2]
작년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타결되어 현재 국회의 비준동의를 기다리고 있다. 그럼에도 FTA의 주요 내용을 우리의 관점에서 설명해 놓은 영문 자료를 찾기가 어려웠다. 이미 여러 학회에서 학술대회를 열어 분야별로 심도 있게 논의를 한 것은 알지만, 신문기사 수준이나마 한국의 입장에서 법적으로 분석한 영문 자료가 없다는 것이 놀라웠다.


 이에 관한 영문 자료가 있다면 일반 학생이나 시민들도 외국인들을 만나 한국 경제의 앞날을 좌우하게 될 한미 FTA에 대해 영어로 설명도 하고 토론도 할 수 있을 텐데 아쉬운 생각이 들었다.

 

로스쿨에 주어진 과제


위의 장면에서 느꼈던 아쉬움은 많은 젊은이들이 외국으로 조기유학을 떠나 현지에서 학위도 받고 변호사 자격도 취득하고 있으니 조만간 해소될 전망이다. 국내에서도 내년 3월부터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이 전문대학원 과정으로 학생들을 가르치기 시작한다.


예비인가를 받은 많은 로스쿨들이 영어 강좌를 많이 개설할 예정이므로 한국법을 영어로 설명하고 외국에 소개할 수 있는 인적 자원은 크게 늘어나게 될 것이다. 그러나 로스쿨 졸업 후에는 변호사 시험을, 그것도 응시횟수의 제한을 받는 가운데, 반드시 통과해야 하므로 얼마나 많은 학생이 선택과목으로 개설되는 영어 강좌를 수강할지는 의문이다.


이것은 로스쿨의 교수와 학생들이 어떻게 준비하느냐에 달려 있지만 영어 강좌를 듣는 학생들은 교수로부터 1대 1에 가까운 지도를 받게 될 것이다. 효과적인 수업을 위해서는 영어로 되어 있는 강의 자료와 교재가 절대 필요하다.


그런데 현재 이 문제는 영어 강좌를 담당하는 로스쿨의 교수 개인에게 거의 전적으로 맡겨져 있는 실정이다. 외국 로스쿨의 영어 교재를 써도 되지만, 한국의 현실에 맞지 않을 수도 있으므로 자체적인 교재개발이 급선무이다. 그러나 학교마다 차이는 있어도 아직은 영어 교재 작성이나 영문 저술에 커다란 인센티브가 주어지는 것 같지 않다.


요즘 학교마다 해외 석학을 초빙하여 국내 연구 및 교육의 수준을 높여야 한다는 바람이 불고 있다. 그러나 눈을 안으로 돌린다면 국내 법학교수들도 직접 쓴 영어 교재를 가지고 외국에서 온 학생들을 가르칠 날이 멀지 않았다고 생각된다. 석학은 해외에만 있는 게 아니며 국내에도, 이미 국제기구에서 활동하고 계시지만, 박춘호 교수, 송상현 교수 등 세계에 알려진 저명한 학자들이 많이 있다.


그러므로 국내 법학연구의 성과물을 좀더 적극적으로 영어로 소개함으로써 한국의 법학연구수준을 세계에 알리고 외국 학생들이 배움의 길을 찾아오게 할 필요가 있다. 이것은 조만간 개원할 로스쿨에 주어진 과제이자 사명이기도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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