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학도의 공직 진출 확대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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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학도의 공직 진출 확대가 필요하다
  • 성낙인
  • 승인 2008.04.04 1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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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낙인 서울대 교수·헌법학

 

법학전문대학원 제도를 왜 도입했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에서부터 그 장래에 대한 불안감이 아직 불식되지 않고 있다. 미지의 세계에 대한 두려움도 오버랩 된다. 대학 4년에 로스쿨 3년까지 공부한 법률가들이 그리는 남들과 다른 밝은 미래에 대한 기대감을 충족시켜야 한다. 로스쿨 졸업생에 대한 사회적 수요를 확대해야 한다는 데에는 이의가 없다. 사법시험 합격자 1천명시대에 접어들면서 송무 중심의 변호사 업무는 한계에 이르렀다. 로펌에서의 섭외사건 업무도 제한적이기는 마찬가지다. 공공 영역과 사적 영역에서의 인 하우스 카운슬러도 결국 법률가로서의 역할에만 한정되어 있다.


이제 법률가이기는 하지만 그 활동범위가 법적 영역에 한정되지 않고 관리자로 확대돼야 한다. 로스쿨 재학 중에 이러한 영역을 개척할 수 있는 동기가 부여돼야 한다. 사회적 지도자로서 쌓아야 할 기본적인 소양을 함양할 수 있도록 교과과정에도 반영돼야 한다. 로스쿨에 법학강의만 개설할 것이 아니라 경세(經世)와 관련된 정부학, 정책학, 행정학, 경제학, 경영학뿐만 아니라 공학관련 강의도 개설할 필요가 있다. 만약 비법학과목의 개설이 불가능하다면 법학관련 과목의 진행에 필수적인 사항을 해당 법과목 강의에서 병행지도가 이루어져야 한다. 학부에서 수학한 다양한 전공을 최대한 살릴 수 있는 정책적 배려도 필요하다.


미국 로스쿨에서는 비법학과목 강의가 원칙적으로 개설되지 않는 대신, 박사학위(Ph. D.) 과정과 연계해서 로스쿨과정(J.D.)을 이수함으로써 다양한 학문적 백그라운드의 장점을 살린다. 최근에는 경영학(M.B.A.)과 법학(L.L.M.)을 연계하는 프로그램도 개설되고 있다. 프랑스에서는 대학 위의 대학이라는 그랑 제콜(grandes ecoles) 중에서 이공계를 대표하는 에콜 폴리테크닉(polytechnique)에 법?정치?경제?경영과 같은 경세학문에 대한 기본 강좌를 개설하고 있다. 그랑 제콜 출신들은 그 학문적 전공과 관계없이 졸업 후 짧은 기간 안에 관리자가 되기 때문이다.


로스쿨을 졸업한 법률가들은 사적 영역보다는 오히려 공적 영역에서 일할 수 있는 기회가 더 많이 보장돼야 한다. 무엇보다도 법률가의 행정부 고위직 진출은 법치행정의 외연을 확대한다. 과거에는 법대 출신이 행정고시를 통해서 정부에 많이 진출하였으나 시법시험 합격자 숫자의 증가에 따라 법대생들의 사법시험 편중 현상이 가속화되어 행정부 진출이 현저하게 줄어들었다.


이명박 정부의 첫 고위직 인사에서는 법대 출신들이 주요보직을 차지하고 있다. 행정안전부, 외교통상부, 법무부, 재정기획부, 노동부, 국가정보원, 국민권익위원회, 국가인권위원회, 감사원의 장관, 원장, 위원장은 법학도들의 몫이다. 하지만 실?국장급 이하로 내려가면 법학도를 찾아보기 어렵다. 그나마 다행스럽게도 최근에 사법연수원 출신 사무관 특채가 비교적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어 행정부 내 법학도의 새로운 수혈 창구로 발전하고 있다. 앞으로 로스쿨 졸업생들의 행정부진출의 길이 활짝 열려야 하며 또 그들이 법무행정 보다는 오히려 일반행정 분야에서 능력을 인정받을 수 있는 교육여건도 제공돼야 한다.


행정부 쪽에 법학도의 진출이 주춤하는 사이에 법조인의 의회진출은 괄목할 만하다. 서울대 법대 학부 졸업생이 항시 50명을 넘고 있는데, 과거에는 고위공직자 출신이 주축을 이루었다면 근래에는 젊은 법조인이 지역구를 누벼서 의정단상으로 진출하고 있다. 제18대 국회의원후보자 가운데 법조인의 숫자는 더욱 증대하고 있다. 전체 법조인출신 후보자가 99명이다. 한나라당 지역구 후보자의 5분의 1이 법조인이다. 의회의 주된 업무가 입법작용이기 때문에 법조인의 의회진출은 법치주의의 정립을 위해서 바람직하다. 하지만 다변화된 현대사회에서 법률가들의 법실증주의적 사고는 자칫 사회적 아젠다를 법기술적 판단으로만 몰고 갈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정부와 의회에 진출하는 법률가들은 사회의 다양한 목소리를 수렴할 수 있는 열린 자세를 가져야 한다. 국민들과 함께하는 공동체를 구축함으로써 법률가공화국이라는 비아냥거림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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