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시영의 세상의 창-트로이의 목마는 말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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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영의 세상의 창-트로이의 목마는 말이 없다
  • 법률저널
  • 승인 2008.03.28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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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영 숭실대 법대교수/변호사/시인

 

오늘 또 다시 확률의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세상이 시끄러운 것은 확률의 진실을 믿지 않는 이들이 많기 때문이다. 거대한 확률은 소리가 없다. 봄이 오면 목련이 흐드러지게 피고, 개나리가 병아리 떼처럼 피어난다. 봄빛이 부끄러운 듯 우리의 볼을 만지작거릴 때 진달래꽃이 얼마나 부끄러운 자태를 드러내는지, 우주만물의 섭리는 확률의 법칙에 따라 조용히, 그러면서도 거대하게 움직이고 있다. 거대한 확률은 속도가 없다. 아니 없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못 느끼는 거다. 못 느끼는 것은 내 마음이 좁기 때문이고, 내 마음 홀로 부끄럽기 때문이다. 함께 앉은 이의 마음을 읽지 못하고, 나의 마음만을 말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거대한 항공모함이 느린 듯 움직이지만 얼마나 빨리 움직이는지는 절대거리를 놓고 보면 알 수 있다. 수많은 입들이 살아서 움직인다. 그들이 공동으로 내세우는 것은 나는 너를 사랑한다는 것이고, 그 사랑한다는 말이 얼마나 공허하게 들리는 것인지 모르고 계속 사랑한다며 말을 이어간다. 사랑한다는 것은 이해한다는 것인데, 사랑을 부르짖는 자들은 이해할 줄 모른다. 거대한 확률은 소리가 없다. 땅이 우리가 무너지지 않도록 우리의 서 있는 자리를 지탱하듯 도도한 침묵은 확률의 정확성 속에서 온다. 그 확률의 소용돌이 속에서 우리 모두는 제대로 돌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너무나 많이 헛돌고 있다.


농심 노래방용 새우깡에서 쥐머리 같은 이물질이 나왔다고 세상이 한바탕 시끄러웠다. 어느 회사 제품은 빵에서 지렁이가 나왔다고 야단이다. 만두파동이 있으면 애꿎은 다른 만두공장이 망해버리고 김치에서 해충이 나왔다면 아무도 김치를 사먹으려 하지 않는다. 조류독감이 유행하면 어느 누구도 닭요리를 먹으려 하지 않고, 선무당의 유행은 싹쓸이를 좋아한다. 나는 조류독감이 유행하면 삼계탕을 즐겨먹고, 만두파동으로 세상이 시끄러울 때 만두가게를 찾는다. 그냥 그게 더불어 사는 세상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작은 적선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잘 익혀 먹으면 무탈하다는 전문가의 말을 믿기 때문이고, 문제가 된 만두의 만두속용 재료들이 내가 먹는 만두에는 쓰이지 않았다는 사실, 내가 먹고 있는 만두는 깨끗하다는 평범한 진리를 믿기 때문이다. 구제역이 위험하다며 쇠고기를 먹지 않을 때 나는 그래도 수입한 쇠고기로 만든 요리를 먹고, 아직까지 무탈하다. 강물은 끊임없이 흘러가고, 조금 전 발 담갔던 물은 지금의 물이 아니라는 사실이 진실하기 때문이다. 호들갑을 떠는 인간만이 그냥 아주 우스운 존재일 뿐이다.


옛말에 近墨者黑이라는 말이 있다. 까마귀 노는 곳에 백로야 가지마라고 하면서, 우리는 검은 묵 가까이 가면 덩달아 검어질 것이라며 주의하라는 말을 수없이 들으며 세뇌되어왔다. 하지만 세상을 풍미했던 위대한 인물들은 모두 근묵자흑을 실천한 사람들이 아니었을까? 책을 가까이 했기에, 묵을 가까이 했기에 위대한 학자가 될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확률은 보편성과 희소성을 우리에게 동시에 가르쳐준다. 확률은 거짓이 없다. 근묵자흑은 맞는 말이다. 하지만 그 속에서 군계일학의 위대한 학자가 나오는 것도 또한 확률이 우리에게 안겨주는 선물이다. 그러한 확률을 믿는다면 확률의 법칙에 맞춰 살면 되기에 염려할 것이 별로 없다. 염려해서 해결될 문제라면 염려하지 않아도 해결이 되고, 염려해서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면 염려하지 않아도 해결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물에 물 탄 듯 술에 술 탄 듯 하는 말 같지만 그것은 맞는 말이다. 그게 확률의 게임에서 펼쳐지는 진실이니까 말이다.


요즘 한나라당은 친박연대라는 단체 앞에서 좌불안석이다. 이제 겨우 정신이 들었는지,  친박연대 소속의 정치인들이 18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당선되더라도 한나라당에 복당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경고성 발언을 할 정도가 되었지만, 그 친박의 대상인 박근혜씨는 여전히 한나라당 안에서 발언권을 강화하고 있다. 그러한 그녀에게 대놓고 끽소리 못하는 다수의 한나라당 사람들이 참으로 웃긴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친박연대와 한나라당의 관계를 지켜보면서, 트로이목마가 연상되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트로이의 목마는 트로이전쟁에서 그리스의 계책으로 목마가 사용된 데에서 유래하는 말이다. 트로이전쟁의 승리자는 그리스이지만 전쟁 이름은 그리스전쟁이라고 하지 않고 트로이전쟁이라고 한다. 마치 트로이가 승리한 것처럼 말이다. 사랑하는 아내 헬레네를 빼앗긴 그리스의 메넬라오스는 형 아가멤논과 함께 트로이 원정길에 나서 10년 넘는 전쟁을 치르게 되고, 결국 아킬레우스와 오디세우스의 계책으로 거대한 목마를 만들어 그 속에 그리스군을 숨겨놓은 채 패한 듯 위장철수하자, 승리에 도취한 트로이군의 헥토르와 아이네아스 등이 그 목마를 스스로 성안으로 옮겨가 승리의 잔치를 벌이고 있을 때 목마에서 나온 그리스군이 수많은 공격으로도 열리지 않던 견고한 성문을 열어 결국 트로이가 멸망하게 되었다는 신화인지 역사인지 알 수 없는 이야기가 트로이 전쟁이다. 이긴 자에게는 역사가 될 것이고, 패배한 자에게는 잊혀질 신화처럼 들릴 저 이야기, 트로이의 목마는 요즘은 컴퓨터 바이러스로 남의 컴퓨터에 침입하여 망가뜨림으로써 여전히 그 유명세를 톡톡히 하고 있다. 결국 외부에서 들어온 요인에 의해 내부가 무너지는 현상을 말하는 트로이목마는 절세미모의 한 여자, 헬레네를 놓고 벌어졌던 두 남자의 사랑이야기이기도 하며, 그리스와 트로이 두 국가의 땅따먹기 이야기이기도 하다. 트로이 전쟁은 호메로스의 일리아스와 오디세이아를 통해 우리에게 신화처럼 전해져 왔다. 하인리히 슐리만이 1870년부터 트로이 유적지를 발굴함으로써 두 나라 사이에 충돌이 있었다는 역사적인 근거를 얻게 된 이래 사학자와 고고학자들은 트로이 전쟁 유적지를 확인하기 위해 지금도 노력하고 있다고 한다. 신화를 역사로 재창조하기 위해 말이다.


한나라당과 친박연대의 내홍을 보면서 트로이목마처럼 트로이가 망할지, 아니면 트로이목마쯤이야 하며 지혜로움을 발휘하는 누군가가 트로이 내부에 있어 트로이를 더 강하게 할지 모르겠지만, 박근혜씨를 놓고 벌리는 양쪽의 정치세력 역시 확률의 게임을 벌이고 있는 자들에 불과하고, 그 확률의 게임에서 승리할 자가 누구인지 확률의 시각에서 바라보면 다 보이지만, 여전히 로또 당첨의 확률에 사로잡혀 있는 이들에게는 오리무중일 게다.


거대한 확률은 소리가 없다. 지구가 초속 30킬로 가까운 속도로 자전과 공전을 함께 하며 우주를 항해할 때 내는 그 굉음이 얼마나 크겠는가? 시속 100킬로로 달릴 때에도 차창을 열면 엄청난 파열음을 우리가 듣게 되는데, 초속 30키로나 되는 빠른 속도로 지구가 회전할 때 내는 굉음이야 얼마나 클까? 하지만 우리는 그 소리를 듣지 못한다. 세상의 봄꽃들이 흐드러지게 필 때 꽃봉오리 하나가 내는 소리가 얼마나 클까? 아이러니하게 소리가 너무 크면 우리는 듣지 못한다.

 

그러면서도 다 듣는 듯, 다 아는 듯 요란법석이다. 하나도 모르면서 말이다. 오늘도 확률의 법칙은 계속된다. 나는 그 확률의 몇 퍼센트 계단에 서 있는 걸까? 그대는 높은 곳에 있는가? 아니면 낮은 곳에 있는가? 높은 곳에 있으면 멀리 바라보는 기쁨이 있겠지만 곧 무너질 것이요, 낮은 곳에 있다면 떨어질 염려야 없겠지만, 멀리 보는 기쁨이 없지 않겠는가? 그래서 세상은 공평한 거고, 확률은 공평한 것 아니겠는가?  거대한 확률은 여전히 처음처럼 소리가 없다. 귀를 아무리 쫑곳 세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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