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ET 논술] 비판적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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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ET 논술] 비판적 읽기
  • 법률저널
  • 승인 2008.03.21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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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동민 연구위원

- 15년 경력 논술 전문가
- 시인, 번역가, 지피지기 논술연구소 운영
- 저서 <지피지기 논술> <쑤저우의 연인> <명상이란 무엇인가> <히치콕 서스펜스 걸작선> 등 30여 권
- 현, CTI 연구위원


 논술 강사들 중에는 수업 시간에 학생들이 감탄할 정도로 풍부한 지식을 쏟아내는 강사가 있다. 그런데, 사실은 학생들이 그 수업을 듣고 원고지에 단 한 줄도 제대로 쓰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왜 그럴까? 이는 학생이 아니라 강사 탓이다. 문법도 잘 모르면서 잡다한 지식을 쏟아낸다면 그것은 학생들에게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수다일 뿐이다. 자기 과시적인 강의는 처음에는 강사, 학생 둘 다 만족시키지만 나중에는 둘 다 좌절하게 만들고, 심지어는 서로 상대방을 비난하게 만든다. 문법 수업이 없는 유창한 논술 강의는 강사의 자학적이거나 목적의식 없는 수업 준비의 결과일 뿐, 학생들의 합격과 연관되지 못한다.
  이는 수험생들이 글을 읽을 때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어느 부분’을 ‘어떻게’ 읽어야 할지 분명하게 모른다면, 그리고 ‘왜’ 그렇다고 주장하는지를 비판적으로 읽지 않는다면 아무리 많은 글을 읽는다 하더라도 이는 시간 낭비에 불과하다. LEET 논술뿐만 아니라 모든 논술의 기초는 문법과 글 읽기 훈련이다. 이러한 훈련을 하지 않거나 또는 배우지 않은 채 수험장에 가는 것은 만용일 뿐이다. 글을 잘 쓰기 위해서는 먼저 잘 읽어야 한다. 글을 잘 읽지 못하면 아무리 아는 게 많아도 주제에서 어긋난 글을 쓰거나 두서없는 전개를 하게 마련이다. 기름을 넣지 않은 자동차는 아무리 명차라 하더라도 달릴 수 없는 것처럼 비판적 글 읽기가 좋은 글쓰기의 시작이다.

 1. 시험지에서 ‘어느 부분’이 중요한가?
 논술 시험에서 수험생들이 보게 되는 첫 번째 글은 ‘논제’이고 ‘두 번째’가 제시문이다. 현재 LEET를 준비하는 학생들에게 ‘읽기 수업’ 전에 글을 써보게 한 결과, 대부분 제시문에 집중하느라 ‘논제’ 분석을 소홀히 했다. ‘대중에 대한 두 가지 관점을 분류하라.’는 문제를 냈을 때 잘못 쓴 답안 중 다음 세 가지 유형이 가장 많았다.

 (1) 대중의 의견에 대한 관점
 (2) 소수의 의견과 다수의 의견
 (3) 대중의 관점

 논제에서 분명히 ‘대중에 대한 관점’이라고 명시했음에도 불구하고 글을 명확하게 읽지 않기 때문에 답안지 내용이 엉뚱한 내용이 되고 말았다. 이러한 현상은 특히 제시문 부분에서 더 심각하게 나타난다. 여러 편의 제시문을 요약하건, 논증·분석, 추론을 하건, 적용·발전을 하건 제시문을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하면 좋은 글을 쓸 수 없다. 1월 26일 모의시험 이후 시험이 쉬웠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지만, 채점 결과는 참담하게도 70점을 넘은 학생이 단 한 명도 없었다. 논제와 제시문을 정밀하게 파악하지 못한 결과가 아닐까 생각한다. 논제 분석에 대한 설명은 LEET 논술 문제 유형을 설명할 때 하도록 하고, 이 글은 제시문을 읽는 방법에 국한하기로 한다.
  글을 읽고 쓰는 과정은 다음 도표로 정리할 수 있다. 제시문을 읽을 때 먼저 핵심어에 주목해서 중심 문장과 개념을 요약·정리해 나가는 과정을 따르면 글 전체의 핵심 내용을 쉽게 파악할 수 있다. 그리고 글을 쓸 때는 이와 반대 과정을 따라서 주제문을 먼저 작성한 다음에 개요를 짜고 쓴 다음, 퇴고하면 된다. 

도표- 글 읽기와 쓰기 순서

    읽기
    과정            →         요약  (핵심 내용 파악)
                    (생략, 선택, 일반화, 구성 규칙)
  핵심어 ->
 중심 의미->
  중심 문장->
  요지->
 주제(핵심내용)       단위
(글의 구조)   단어-->  구·절-->   문장-->  문단-->     글,
     이야기,
     담화         쓰기
    과정   단어    <--호응     <--쓰기<-개요짜기
 <-주제문 작성
            퇴     고        ←
           

  제시문을 무작정 읽어나가기만 한다면 핵심 내용을 찾을 수 없다. 위 도표에서와 같이 핵심 단어와 구·절, 그리고 중심 문장들이 모여서 주제를 이룬다는 원리를 이해하고, 이를 중심으로 읽어나가면 아무리 어렵고 낯선 글이 나와도 필자의 의도와 제시문 사이의 연관성을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 단어가 모여서 구와 절이 되고, 구와 절이 모여서 문장이 되고, 문장이 모여서 단락이 되고, 그리고 단락이 모여서 한 편의 글이 된다는 글의 구조를 이해하면 한 편의 글에서 ‘어느 부분’이 중요하고 중요하지 않은지를 판별하는 능력이 갖춰진다. 그 다음에 어느 부분이 중요한지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를 이해해야 한다.


2. ‘어떻게’ 읽어야 하는가?

  어떤 단어가 중요하고 중요하지 않은지, 그리고 어떤 문장이 중심문장이고 어떤 문장이 중심 문장이 아닌지를 구분할 수 있다면 제시문을 오독(誤讀)할 가능성은 없다. 일반적으로 중심문장은 일반적 진술 부분이고, 뒷받침 문장은 구체적 진술 부분에 해당한다고 말한다. ‘일반적’이라는 개념은 일반화를 이해해야 하기 때문에 비교적 까다롭다. 하지만 ‘구체적’ 진술에 해당하는 뒷받침 문장은 쉽게 찾아낼 수 있다. 그러므로 뒷받침 문장을 제외한 나머지가 중심문장이라고 생각하면서 읽는 방법이 글의 핵심 내용을 파악할 때더 효율적이다. 정리하면 뒷받침 문장에 해당하지 않는 문장이 중심 문장이다. 
 구체적이라는 말은 고유명사, 물질명사, 숫자와 같이 ‘감각기관을 통해서 인식할 수 있는’ 대상을 의미한다. 다음 예문을 중심 문장과 구체적 진술에 해당하는 뒷받침 문장으로 나눠보자.

 

 

 불안정함은 정상과학의 수수께끼들이 좀처럼 제대로 풀리지 않는다는 데서 발생한다. 그리고 기존 규칙의 실패는 새로운 규칙에의 탐사를 향한 전조가 된다.
                                                                 -중심문장
패러다임 변화에서 특히 유명한 경우인 (코페르니쿠스 천문학의 탄생을 살펴보자. 그 전 체계인 프톨레마이오스의 지구중심 체계가 최초로 기원전 2세기부터 기원후 2세기까지에 걸쳐 전개되었을 때, 그것은 항성과 행성의 변화하는 위치를 예측하는 데에 신통하리만큼 성공적이었다. 그러나 하나의 과학이론으로서, 놀랄 만큼 잘 맞는다는 것이 완벽하게 성공적이라는 뜻은 결코 아니다. 행성의 위치와 세차 운동 두 가지에 대해서는 프톨레마이오스 체계에 근거한 예측치는 당시에 얻어진 가장 훌륭한 관측과는 잘 들어맞지 않았다.)
-뒷받침 문장
- 토머스 쿤 <과학혁명의 구조>
 앞 두 문장은 중심 문장이고 괄호 속에 넣은 뒤 문장들은 뒷받침 문장이다. ‘코페르니쿠스’와 ‘항성’, 그리고 ‘2세기’처럼 고유명사, 물질명사, 숫자 등이 있는 문장은 대부분의 경우 뒷받침 문장에 해당한다. 중심 문장과 뒷받침 문장을 이용하면 한 편의 글을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 그리고 이렇게 하면 제시문 파악하는 시간도 당연히 많이 절약된다.

 도표-중심문장과 뒷받침 문장
중심 문장뒷받침 문장특징일반적, 포괄적, 추상적, 관념적 
상위 개념, 상위어, 가치 명제,
정책 명제, 소견 논거
전문적, 학술적 용어 
구체적, 하위 개념, 하위어, 사실 명제,
사실 논거, 고유 명사, 물질 명사, 숫자, 예시, 비유, 인용, 부연·상술, 심화·발전, 열거   
현상, 실태  

 위 도표에 들어 있는 개념들을 이해하면 하나의 단락이나 글을 어떻게 중심문장과 뒷받침 문장으로 구분할 수 있는지 알 것이다. 이와 같은 과정에 따라서 위 단락의 핵심 내용을 파악하면 기존의 과학이론으로 어떠한 현상을 설명할 수 없을 경우에 새로운 과학 이론을 모색하게 된다는 ‘패러다임의 변화 원인’이 핵심 내용임을 쉽게 정리할 수 있다.


3. 왜?

  위에서 말한 ‘어느 부분’을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 정확성이 비판적 읽기의 출발점이다. 그리고 그러한 과정을 통해 글의 핵심 내용을 파악한 다음에 그러한 사실이나 주장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거나 반론을 이끌어 내는 ‘발산적 사고’가 비판적 읽기의 도착점이다. 출발점과 도착점 모두 여행 경로에 해당하는 것처럼 정확성과 발산적 사고가 논술 답안지에 담겨야 하는 핵심 내용이다. 텍스트를 기계적으로 읽어나가는 수준에 그친다면 답안지 역시 평범한 수준일 수밖에 없다.
  비판적 읽기는 내용을 이해하고 끝나는 정도의 읽기가 아니라 필자의 주장이 과연 타당한지, 또는 그 근거가 적절한지, 그리고 이를 현재 사회 현실에 적용할 수 있는지 등을 판단하는 과정이다. 즉, 텍스트의 내용이 과연 타당한지, 그리고 필자의 주장은 합리적인지를 검토하며 읽는 과정이지 무조건 부정하려는 목적은 아니다. 비판적으로 읽기 위해서는 나 자신이 어떤 편견이나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을 먼저 인정해야 한다. 수많은 텍스트를 읽고도 ‘새로운 지식’을 얻었다고만 생각하면 이는 이성적 판단이 결여되었다는 증거이다. 몇 가지 기준을 설정하면 이러한 무비판적인 접근에서 벗어날 수 있다.
 
1) 핵심 용어 이해 - 정확성 (명확성, 중요성, 개념, 정보)

  읽은 내용이 객관적 사실의 일부를 지나치게 일반화하는 오류에 빠지지는 않았는지, 또는 현재의 사회 현실과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 등을 판단해 본다. 그리고 핵심 개념을 정의하는 부분에 비논리적 내용이나 주제를 강조하기 위한 의도에서 왜곡한 내용은 없는지를 의심해볼 필요도 있다. 이 부분은 예시나 부연·상술, 인과관계 등을 주제와 연관해서 읽어나가는 과정이다.

 2) 쟁점 파악 - 관련성 (심층성, 목적, 주제 )

  글의 핵심 내용을 파악했다면 이제는 필자의 주장이 무엇인지, 그리고 타당한지를 비판적으로 고려해 보아야 한다. 설명문이나 논설문이라면 주제를 파악하는 데 큰 어려움은 없지만 동양고전이나 문학 작품이 제시문으로 출제되면 수험생들은 주제를 찾아 놓고도 그 이상의 사고는 중단해 버리는 경우가 많다. 공자나 맹자의 말이라면 무조건 옳다는 조선시대 학자들의 편협성을 어느새 답습하고 있기 때문일까? 仁, 義, 禮, 智가 춘추전국시대에 살아남기 위해서 절실하게 필요했던 처세술은 아닐까 생각할 수 있을 정도면 된다. 그리고 어떤 필자는 어느 특정한 관점에 치우쳐서 보편성을 잃는 경우도 있고, 권력에 영합해서 자신의 권익을 보전하기 위해 글을 쓰는 경우도 있다. 텍스트는 진리가 아닐 수도 있다고 생각하며 읽으면 된다.


 3) 주장과 근거 - 관점 (논리성)

  글의 주제를 비판적으로 읽었다면 이제는 그 주장이 어떤 근거에 바탕을 두고 있는지, 그리고 근거와 주장 사이에 논리적 오류가 없는지 비판적으로 생각해 본다. 핵심 용어 이해 부분에서의 사고 과정과 유사하지만 필자의 주장과 근거의 논리적 타당성에만 집중해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특히, LEET 논술의 논증·분석형 문제는 이 부분에 집중되어 있어서 어느 정도는 논리학을 공부해야 하기 때문에, 공부 수준과 비판적 읽기 수준이 비례하게 된다.


 4) 비판과 근거 - 다면성 (공정성, 추론)

  ‘태양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는 말과 같은 말투로 ‘이 세상에 절대적으로 옳은 관점은 없다’고 단언할 수 있다. 심지어는 기독교 지도자가 ‘하느님만이 유일신이다.’고 말한다 하더라도 불교와 이슬람교 지도자 또는 수행자들은 똑같은 논조로 자신의 신이 유일하다고 주장할 것이다. 역사가 뚜렷하게 보여주는 것처럼 다양한 관점은 학문 차원에서는 더욱 각양각색이고 그 변화와 부침(浮沈) 역시 극심하다. 필자의 주장을 극명하게 비판할 수 있는 주장은 필자의 주장만 명확하게 정리하면 의외로 단순하다. 그리고 필자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다른 면이나 요소를 이끌어내면 역시 쉽게 비판할 수 있다.

 5) 구체적 사실 또는 이론과의 연관 - 종합적 사고 (합의, 반성적 사고)

  필자의 주장과 그에 담긴 약점이나 모순을 찾아냈다면 이는 곧 텍스트를 읽는 사람의 주장이 된다. 하지만 아직 여기서 그쳐서는 안 된다. 좀 더 나아가 이를 어떤 사회적 사실이나 자연적 현상 또는 이와 관련된 학자의 이름이나 이론과 연관시킬 수 있는지 생각해 보는 발산적 사고를 하면, 텍스트는 이제 그야말로 무궁무진한 이야기의 출발점에 불과하다. 꽃 한 송이에 불과한 짧은 글을 읽는다 하더라도 독서자는 이제 광대무변한 지식의 정원을 산책할 수 있다. 그리고 텍스트를 읽으면서 자동적으로 일어나는 구체화, 일반화, 추상화와 같은 연상 작용을 통해 독창적인 글감이나 의견을 도출해낼 수도 있다. ‘다섯 수레의 책을 읽어야 한다.’는 말의 진의는 여기에 있다.  
 이를 정리한 것이 다음의 비판적 읽기 과정이다. 이 순서에 따라 글을 읽어나가면 좋은 글을 쓸 수 있다.
핵심 용어 이해 (명확성, 중요성, 정확성, 개념, 정보)쟁점 (관련성, 심층성, 목적, 주제)주장과 근거 (논리성, 관점)비판과 근거 (다면성, 공정성, 추론)구체적 사실 또는 이론과의 연관
(스키마, 함의, 반성적, 종합적 사고)


 
비판적 읽기가 만점 글쓰기의 기본이다. 수험생 여러분께서 부디 효율적으로 응용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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