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시한의 쉽게 배우는 LEET -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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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한의 쉽게 배우는 LEET - 24
  • 법률저널
  • 승인 2008.03.14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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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한 (주)리트스터디 대표

 

 격세지감입니다. 박명수 같은 캐릭터가 인기를 끄는 날이 오다니요. 물론 밑도 끝도 없이 ‘버럭~’ 소리를 지르는 캐릭터가 아주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이경규 같은 캐릭터 말이죠) 말도 잘 못하고, 버벅대는 캐릭터가 시청률 1~2위를 차지하는 프로그램의 주 출연자가 될 줄 누가 알았겠습니까.


 어쨌거나 비난도 개그라니 그런가보다 하는데, 여기서 한 가지 궁금함이 듭니다. 비난과 비판은 뭐가 다를까요? 유재석이 하면 비판이고 박명수가 하면 비난일까요? 실제로 <무한도전> 같은 프로그램에서는 그렇게 갈립니다만 그건 누가하느냐의 문제는 아니지요.


 박명수의 비난이 뜬금없이 이루어진다는 데에서 그 비밀을 찾을 수가 있습니다. 뜬금이 없으면 그것이 바로 비난이지요. 무슨 말인가하면 정당한 비판은 상대방의 말에 대하여 정확하게 반대하는 효과가 나야 하는데, 상대방의 말을 무시하고 자기 편한대로만 말하면 그것은 ‘비판’으로서는 자격미달이라는 말입니다.


 가령 토론회에 나온 토론자가 ‘앞서 말한 사람의 주장에 대해 반론해 달라.’는 사회자의 말에 말문을 여는데, ‘그건 그렇고’ 따위로 서두를 연다면 그것은 틀림없는 ‘뻘소리’가 됩니다. 반론이라는 것은 ‘앞서 말한 사람의 주장에 대해 잘못된 점이 무엇인데, 그것에 대한 보완은 어떻다.’라는 식으로 이루어져야 합니다. 그런데 앞서 말한 사람과 관계없는 말로 일관한다면 자신의 주장을 펼치는 것은 될지 몰라도 반론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반론에서 중요한 것은 상대방의 논거에 대해 부정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 영화 재미있으니까 꼭 보라.’는 말에 대해 비판하려면 ‘그 영화 재미없다고 소문이 파다하던데.’라든가 ‘<출발 비디오 여행> 같은 데서 잠깐 봤는데 재미없어 보이더라.’든가 하는 식으로 말해야 합니다. ‘나는 거기 나오는 배우 마음에 안 들더라.’든가 ‘그 영화감독은 내가 싫어하는 사람이라서’라든가 하는 말은 안보고 싶은 이유는 될 수 있을지언정 앞선 사람의 말에 대해  비판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비판을 하라는 말은 결국 앞선 사람의 논증에 대해 논거와 주장을 정확히 분리한 다음 논거를 공격해서 그 사람의 주장이 왜 옳지 않은지 보이라는 말이죠. 논거에 대한 부정이 정확하게 이루어지지 않으면 비판으로서 큰 효과가 없게 됩니다.


 이런 방식으로 정확하게 이루어지지 않은 비판, 그러니까 앞선 주장에 대해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그와는 상관없는 영 다른 말을 하거나 앞선 사람의 논거를 무시하고 엉뚱한 이유로 앞선 사람의 말을 부정하면 그것이 바로 비난이 되는 것입니다. 박명수가 하는 말이 비난인 것은 바로 다른 사람의 말을 무시하고 뜬금없이 제 편한대로만 말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런 현상은 어느 정도 토론 훈련이 되어있는 사람들이 나온다는 <100분 토론> 같은 곳에서도 자주 보게 됩니다. 비판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제 하고 싶은 말만 실컷 하고 나오는 ‘구호’만이 난무할 때가 있습니다. 


 우리가 문제에서 이러한 비판의 영역을 대할 때는 사실 <언어이해>와 <추리논증>에서 약간의 차이가 있습니다. 두 과목 다에서 ‘비판’이라는 부분은 분명히 중요한 영역을 차지합니다. 그런데 <언어이해>는 정보에 대한 이해다 보니까 정보를 정확히 이해했는지가 중요하겠지요. 그래서 ‘다음 글을 비판한 것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이라는 문제에 대해 답이 되는 것은 정확하게 글의 주제를 비판하는가 하는 문제일 가능성이 많고, 아니면 글에서 말한 논거에 대해 부정하고 있는가를 체크하라는 문제일 가능성이 많습니다. 그러니까 씌어 있는 것을 정확하게 이해해야 풀 수 있는 비판문제라는 것이지요.


 반면 <추리논증>의 비판 문제는 정보의 이해도 중요하지만 실제로 어떻게 비판을 하는가하는 비판의 실제적 기술도 중요하기 때문에 이 외에도 전제에 대한 부정이라든가, 반례나 반증을 통한 부정 등 다양한 방식으로 비판이 이루어지게 됩니다.


 그래서 우리는 비판이라는 부분을 각 영역에서 다 다루게 되는데 (법조인이야말로 생각해보면 늘 남을 비판해야 하는 직업인 셈입니다.) 각 과목의 특성에 맞게 그 형태는 조금 다르다는 말입니다. 하지만 비판이 이루어지는 과정이나 원리는 같기 때문에 우리는 비판에 대해 정확히 알아서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두어야 하겠습니다. 나중에 논술이나 면접 같은 곳에서도 정확한 비판의 구사는 중요합니다.


 비단 시험뿐만 아니라 더 멀리 보면 ‘법조계의 박명수’가 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비난이 아니라 비판하는 기술과 방법을 정확하게 익혀야 하겠습니다.

 

이시한 (주) 리트스터디 대표
02.577.6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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