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시영의 세상의 창- 언제까지 불통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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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영의 세상의 창- 언제까지 불통일까?
  • 법률저널
  • 승인 2008.02.29 1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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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영 숭실대 법대 교수/변호사/시인

 

죽음은 인간이 신과 나누는 최초의 소통이자 마지막 소통이다. 사람은 부모의 몸을 통해 세상과 소통하고, 이후는 자기의 몸을 통해 세상과 소통한다. 살아 생전 신과 소통을 꿈꾸는 이도 있고, 사람들과의 소통만을 꿈꾸는 이도 있다. 죽은 대상을 향한 소통의 의지는 그 대상을 살리고자 하는 인간의 의지이며 자기가 그 소통의 통로를 걷고 뛰며 살아가겠다는 다짐이기도 하다. 소통이 되지 않는 자는 이미 죽은 자이다. 객관적으로 살아있다 한들 소통되지 못한 자는 이미 낯선 타인일 뿐이고, 오히려 그의 존재로 인해 나의 존재가 고통을 받게 될지도 모른다. 까닭에 신은 인간에게 공평하게 죽음을 선물했고, 그 죽음을 통해 소통되지 않은 인간세계를 떠나 신과 소통할 수 있는 미지의 세계를 허락했는지도 모른다.


지난 26일,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동평양대극장에서의 첫공연이 성공리에 끝났다. 정치는 평양을 악의 축이라고 했지만, 음악은 평양에서 드보르작의 교향곡 9번 E단조 작품95 신세계를 연주했다. 제국주의 적이라며 맹공을 퍼부었던 미국의 국가가 울려 퍼졌고, 북한 관객은 모두 기립하여 그 국가를 경청하였다. 로린 마젤의 지휘봉은 때로는 물같이 고요하게, 때로는 불같은 열정으로 오케스트라를 하나로 만들었을 것이다. 그 음악 속에서 모두 하나로 소통되는 감격을 맛보았을 것이다. 더러는 팔짱을 끼고 생각에 잠겼을 것이고, 때로는 내일의 변화가 어떻게 전개될지 궁금해 했을 것이다. 언제나 산 자는 죽은 자보다 강하다. 죽은 자가 보지 못할 내일을 볼 수 있는 기회가 있기 때문이다. 아직은 살아 있기에 지켜 볼 일이다.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연주하는 아름다운 선율 속에 60년을 적대해 온 북미간에 소통의 물꼬가 트이는데, 여전히 대한민국의 곳곳에는 소통의 단절이 느껴지니 안타깝다. 100미터 높이의 절벽도 사람의 보폭이 허용되는 높이의 계단이 놓여 있으면 어린 아이라도 능히 걸어 올라갈 수 있다. 하지만 3미터 높이의 벽이라도 계단이 없으면 어느 누구도 오르지 못한다. 이처럼 100미터를 오를 수 있는 인간이 3미터의 높이를 오를 수 없는 것은 그 높이에 이르는 과정 속의 계단, 즉 소통이 없기 때문이다. 많은 이들은 세상에 계단을 놓아야 한다고 동분서주한다. 그 계단의 높이를 낮추기 위해 일생을 헌신하기도 한다. 모두가 100미터 정상의 기쁨을 맛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사회, 그 사회가 아름다운 사회이다. 더불어 함께 100미터 정상을 오르고, 더불어 함께 정상의 풍광을 관조하고, 더불어 함께 맑은 공기를 나누어 마시더라도 여전히 100미터 정상은 닳아지지 않고 그대로 존재한다. 100미터 높이를 위한 계단이 놓여진들 아무도 손해 보지 않은데도, 사람의 이기심과 탐욕은 3미터 높이의 절벽에마저도 계단설치를 거부한다. 손잡고 같이 오르기를 거부하고, 자기 혼자만 그 정상에 오를 수 있는 길을 모색하고, 자기만이 올라 부와 명예를 누리길 원하는 사람들이 더러더러, 아니 어쩌면 아주 많이 있다. 100미터 높이를 위한 계단이 놓여져야 한다고 야단치다가도 막상 자기가 그 곳을 선점하게 되면 다른 이들이 오르지 못하도록 계단을 망가뜨리거나 또 다른 3미터 높이의 절벽을 만들고자 혈안이 되기도 한다.


이명박 정부의 초대 총리 및 장관 후보자들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한창이다. 청문회를 지켜보며, 실용주의를 표창하는 이명박 정부의 초대각료들의 면면은 참으로 돈이 많은 부자로구나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그처럼 돈을 잘 버는 재주를 가진 사람들이니 그들이 내각을 구성하고 국민을 위해 봉사하면 국민 모두가 부자가 될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도 그들이 돈을 형성해온 과정들이 석연치 않음에 “어쩌지 저들이 또 다른 3미터의 절벽을 쌓는 이들이면” 하는 걱정이 앞서니 내가 의심이 많은 사람인가 싶어 되돌아보지 않을 수 없다.


흠도 탈도 많았다고 많은 국민들로부터 지탄을 받았던 노무현 정부는 지난 24일 자정을 기해 막을 내렸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고향인 김해 봉하마을로 낙향하였다. 다행히 앞 대통령들과 달리 자식을 감옥소로 보내지 않고서 말이다. 스스로 밝힌 바와 같이 부정과 부패 및 구시대의 잘못된 관행을 청소하는 마지막 쓰레기치우는 정부의 역할을 할 수밖에 없었던 노무현 정부는 후세에 좋은 평가를 받을 것이라는 생각을 나는 갖고 있다. 왜냐하면 노무현 정부는 100미터 높이의 절벽에 계단을 놓기 위해 노력해 왔다고 보이기 때문이다. 그들 스스로 1미터 높이의 세상에서부터 출발할 수밖에 없는 조건을 가진 사람들이었기에 100미터 높이에 오르기 위해서는 계단을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을 갖지 않을 수 없었고, 그를 위해 실천하지 않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의 구성원 면면을 보면 이미 3미터 높이에 올라와 있는 사람들이 대부분이고, 그들은 더 이상 100미터의 높이를 비상하기 위한 꿈을 꿀 필요성을 별로 느끼지 못하는 사람들일 수도 있다는 회의가 들기에 조금은 걱정스럽다. 인사청문회가 끝나기도 전에 이미 15명의 장관 내정자들 중 이춘호(보건복지부), 남주홍(통일부), 박은경(환경부) 후보들이 부동산 투기 및 기타 사유 등으로 야당 및 여론의 집중포화를 받자 견디지 못하고 스스로 사퇴하였다. 그런데도 여전히 논문표절 및 부동산 투기, 본인 및 자녀들의 이중국적 및 군복무면제 문제 등으로 여론의 지탄을 받는 후보들이 남아 있다. 그들이 인사청문회를 무사히 통과할지 아니면 또 다른 낙마자가 생길지 알 수 없지만, 새로운 출발을 위해 다짐하고 있는 이명박 정부로서는 커다란 정치적 타격을 받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어 안타깝기 그지 없다.


야당시절 김대중, 노무현 정부에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데 한 치의 주저함이 없었던 한나라당, 사소한 하자를 들어 앞 정부의 장상 총리후보부터 김병준 인적자원부장관후보까지 줄줄이 낙마시켰던 한나라당이 이제 여당이 되어 동일한 돌팔매질을 부메랑으로 당하는 것을 보면서, 이제는 다 함께 소통의 문제를 심각하게 생각해 보아야 하지 않겠나 하는 생각을 갖는다. 소통은 인간과 신마저도 통하게 하리라 믿는다. 하물며 함께 더불어 이 땅에서 살아가야 할 우리끼리 왜 이다지 소통이 어려운 문제인지 참으로 알다가도 모르겠다. 사심이 있는 곳에 소통이 있을 수 없다. 소통은 최소한의 공간을 필요로 한다. 막힌 공간을 뚫기 위해서는 욕심으로 채워진 나의 이기심부터 먼저 버려야 한다.


언제 들어도 좋은 드보르작의 신세계를 다시 한 번 들어야겠다. 소통의 신세계를 꿈꾸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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