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쿨 또 하나의 줄 세우기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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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쿨 또 하나의 줄 세우기 되나?
  • 법률저널 편집부
  • 승인 2008.02.29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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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쿨 도입은 한국의 법학교육의 바탕을 바꾸는 일대 혁명이라고 할 수 있는 시도이다. 많은 로스쿨 지지자들은 기존의 사법시험에서 제기되어왔던 대학서열화 고착이 해소되고 고시낭인이 사라진다는 등의 로스쿨 우위론을 들고 로스쿨 도입에 반대하는 이들을 설득했다.


하지만 최근의 로스쿨 도입과정을 보면 과연 로스쿨이 도입된다고 문제점들이 사라지고 새로운 법학교육의 토대가 마련될까 의구심이 든다.


예비인가 대학 선정 과정에서도 기존의 대학 서열을 그대로 반영한 것이 아니냐는 제기들이 줄을 잇고 있다. ‘올바른 로스쿨을 위한 시민인권노동법학계 비상대책위원회’가 개최한 예비인가 의혹규명 공개토론회에서 김한명 전교조 정책기획국장은 로스쿨 예비인가 선정대학이 최근 10년간 사법연수생 출신 대학별 순위와 맞아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실제 지역균형 배분을 위해 고려된 몇 개 지방대학을 제외하고는 공교롭게도 연수생 누적 수대로 정확하게 로스쿨이 선정됐다. 탈락대학들은 이렇다면 그동안의 평가과정이 무슨 소용이냐고 불만을 터뜨리고 있는 상황이다.


선정과정에서의 이런 줄 세우기는 학생 선발 과정에서도 고스란히 반복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지난 1월 치러진 법학적성시험(LEET) 예비시험의 결과가 27일 공개됐다. 예상보다는 적절한 변별력으로 수험생 간 차이를 검증할 수 있는 분포를 보였다고 평가되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그 뒤이다. 각 로스쿨이 입학전형을 통해 어떤 학생을 선발할 것인가는 이대로라면 최상위 득점자를 선발하게 될 것이라는게 자명하다.


이렇게 되면 한국의 로스쿨은 미국식 로스쿨과도 거리가 멀어진다. 실제 미국의 로스쿨 합격자를 분석해보면 LSAT시험에서 대체로 높은 점수를 획득한 수험생들이 합격하기도 하지만 LSAT시험에서 상대적으로 낮은 점수를 획득한 수험생이 언제나 불합격하는 것이 아니다. 즉, LSAT시험은 적성시험으로 작용할 뿐이고 다른 전형에서 상대적으로 나은 실력을 보이는 것이 중요하게 되는 것이다.


물론 우리의 로스쿨에서도 다양한 입학전형을 통해 한 사람의 응시자를 총체적으로 평가하는 검증체계를 확립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본다.


지난 22일 로스쿨 예비인가 대학 학장들이 모인 자리에서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를 구성하고 입학전형소위원회와 로스쿨발전소위원회를 꾸리기로 결정했다. 교육부와 협의회는 3월 안으로 입학전형을 마무리 짓고 8월 LEET 시험 실시와 2009년 로스쿨 개원을 맞추기 위해 속도를 높여야 할 처지이다.


하지만 촉박한 일정 때문에 자칫 중요한 고려 사항이 구체성이 떨어지지 않을까 우려가 되기도 한다. 새로운 길을 만들려면 사소한 것도 제대로 해내야 한 발짝 앞을 디딜 수 있다. 특히 법조인의 자격을 그 사람의 객관적 점수로만 환산해 평가하게 된다면 로스쿨이 도입하려던 진정한 의미를 퇴색하게 할 것이다.


법학교육의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는 당사자들이 이런 점을 놓치지 말고 앞으로 나아가길 기대한다.


고승우 desk@le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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