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과 경제 이야기>
한상영 변호사 법무법인 백석 dreamye@naver.com
“법과 경제 이야기”라는 제호하에 글을 쓴지도 벌써 2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이제 글을 마감하여야 할 때가 다가왔는데, 마지막으로 꼭 독자들에게 이야기 하고 싶은 것이 두가지가 있다. 하나는 가정의 소중함이고, 다른 하나는 꿈(비전)의 중요성이다. 이 중 마지막 호에서는 꿈(비전)에 대하여 이야기하기로 하고, 이번호에서는 가정에 대한 나의 생각을 독자들과 나누고자 한다.
변호사 사무실이 밀집된 서초동 일대를 둘러 보다 보면 수많은 변호사들의 간판을 볼 수 있는데, 그 가운데 특이한 것은 “사랑과 전쟁”이나 “이혼전문 여성변호사”와 같은 이혼관련 광고문구이다.
가정의 축을 이루고 있는 남녀 부부간의 갈등을 문학적으로 표현한 그 재치에 놀랍기도 하고, 아무래도 가정문제는 사회적 약자인 여성의 문제이고 이러한 분야에는 여성변호사가 보다 더 섬세한 측면이 있어서 여성변호사를 이혼전문가로 홍보한 것이 이해가 되기도 한다.
그러나, 남의 가정에 변호사가 개입되면 그 가정은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너간 것과 마찬가지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면서 가슴 한구석에 무거운 죄책감이 짓누른다.
왜냐하면 사실 가정문제에 있어서 변호사의 역할이라는 것이 재산분할, 위자료, 양육권 등 이미 파국난 가정의 뒷마당만을 청소하는 것이 주를 이루고, 갈등상태인 가정을 소중하게 지켜내거나 회복시키는 것과는 상당히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사랑과 전쟁”이 잘 표현하고 있듯이 가정을 이루는 부부사이에는 살아가면서 수많은 갈등은 당연히 예정되어 있는 것일 것이다. 그렇지만 갈등이 생긴다고 해서 이를 조화롭게 해결하지 않고 “전쟁상태”에 돌입하여 아군, 적군식으로 싸우기만 한다면 인생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갈등상태에서도 부부가 서로 협력하여 문제를 해결하고 자녀를 훌륭히 양육하여 미래를 향해, 차세대를 향해 발걸음을 내딛는 것이 진정한 인생의 의미일진대, 가정이 파괴된다면 이러한 소중한 인생을 위한 아무런 기초도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그런데, 나의 마음을 무겁게 하는 것은 나와 같은 변호사라는 직업이 이러한 가정파괴에 일조를 하지 않나 하는 생각 때문이다.
변호사가 이혼부부의 어느 한편을 위하여 그의 정당한 권리를 주장하는 것이 자신의 직무라고 보면 언뜻 정당성이 인정되어 보인다.
그러나, 갈등상태이기는 하나 아직은 이혼에 대하여는 생각해 본 적이 없는 부부가 있는데, 서초동 일대나 교대역을 지나치면서 “이혼전문 여성변호사”나, “사랑과 전쟁”이라는 광고를 보고 이혼결정에 큰 탄력을 받는 경우가 만약 존재한다면....
또는, 이혼당사자가 사실은 아직까지 이혼결정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변호사 사무실에 찾아 왔는데, 변호사의 상담을 받고 나서 변호사의 유도성 상담에 영향을 받아 이혼하기로 결정하는 경우가 있다면...
또는, 이혼소송 진행중인 사건에서 당사자인 부부는 화해를 통해 가정을 다시 회복하고 싶어 하는데, 성공보수를 기다리는 변호사는 암묵적으로 슬며시 이혼을 권유하는 경우가 있다면...
물론 위와 같은 가정들이 논리의 비약이 있을 수 있지만 약간이라도 실제로 그러한 가능성이 있다면 나를 포함한 변호사들은 심하게 말하면 또다른 '가정파괴범'일 수도 있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더욱 난감한 것은, 변호사가 기혼자라면 자신은 자신의 가정을 소중하게 지키면서 남의 가정을 파괴하는 업무를 전업으로 하는 전후모순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내 아내와 행복하게 오순도순 이야기 꽃을 피운 추억이나, 살면서 서로 자신이 옳다서 다투며 싸웠던 일들, 아이들이 태어나 자라면서 엄마 아빠의 손을 잡고 산책 나갔던 일들....
어찌보면 먼 훗날 뒤를 돌아볼 때 이러한 자그마한 추억들이 나의 가슴에 잔잔한 미소를 머금게 하면서 더할 수 없는 기쁨을 안겨줄 텐데...
나를 포함한 법조인들이여, 진심으로 바라기는 가정문제에서만큼은 “가정 지킴이”로서 최고도의 도덕성을 가지고 접근하기를... 수익성은 다른 분야에서도 얼마든지 낼 수 있으므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