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학전문대학원, 제대로 하자
상태바
법학전문대학원, 제대로 하자
  • 성낙인
  • 승인 2008.02.15 10:0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성낙인 서울대 법대 교수·헌법학

 

한국형 로스쿨인 법학전문대학원의 예비인가를 앞두고 논란이 많다. 전국 41개 대학이 인가신청을 했는데 2천명이라는 정원 상한선에 묶여 겨우 25개 대학이 당첨됐다. 98개 법대 중에서 57 곳은 신청도 못했다. 지역균형발전이라는 명제에 따라 수도권에서 다수의 대학이 고배를 마셨을 뿐만 아니라 정원에 대한 불만도 높다. 탈락 대학에 대해서 납득할 만한 해명이 있어야 한다. 이제 2009년에 로스쿨은 시작되고 로스쿨 인가를 받은 대학은 학부 법대생 모집이 금지된다. 첫 걸음을 내딛는데 너무 많은 문제점이 쌓여 있다.


첫째, 최대 150명에서 최소 40명의 규모로는 이상적인 전문대학원 법학교육이 불가능하다. 학부에서 다양한 학문적 소양을 익힌 학생들이 로스쿨에서 전문성을 살리면서 교육 받기 어렵다. 이 정도 단위로는 필수과목 이외의 선택과목은 수강생 부족으로 폐강될 위기에 처할 것이다. 결국 무늬만 로스쿨이지 정작 전문대학원 제도의 도입 취지인 조세, 지적재산권, 금융, M&A, 국제거래와 같은 분야에서 다양한 전문가 교육이 불가능하다. 학부를 존치한 채 로스쿨을 도입한 이웃 일본에서도 군소 로스쿨은 존폐 기로에 서 있음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한 학년에 500명에서 1000명에 이르는 미국식 대형은 아니더라도 최소한 ‘규모의 경제’에 부합해야 정상적인 교육과 수백억씩 투자한 대학재정도 안정시킬 수 있다. 궁여지책으로 석사(LLM) 과정이나 박사과정이라도 활성화하여 빈 공백을 메워야 한다.


둘째, 시험이 아니라 교육을 통한 법조인 양성이 로스쿨 도입취지라면 더 이상 진입장벽을 높게 세울 명분이 없다. 사회적 수요가 있는 한 공급은 계속돼야 한다. 2009학년도까지 법대 신입생을 선발한 이상 현재의 사법시험 선발인원 1000명은 당분간 유지돼야 한다. 사법시험이 폐지될 즈음에는 로스쿨 입학정원은 현재의 로스쿨 정원 2천명에 사법시험 1000명까지 합쳐서 3천명 이상으로 증원돼야 한다. 한국의 우수한 법학도들이 국내에서 보다는 오히려 미국에서 더 손쉽게 변호사가 될 수 있는 그 동안에 쌓인 적폐는 사라져야 한다.

 

셋째, 전국의 법과대학이 지난 몇 달 동안 예비인가 준비에 몰두하느라 탈진한 상태다. 이제 마음을 추슬러서 교육의 콘텐츠 개발에 매진할 때다. 성문법전 중심의 전통적인 대륙법계 교육방법과 판례법 중심의 영미법적 교육방법의 조화점을 찾아야 한다. 지난 60년 동안 우리 법학자와 법조인이 쌓아 올린 이론과 판례를 새롭게 접목시켜야 한다. 행정법처럼 단일의 성문법전이 없는 경우에도 프랑스나 독일은 이론과 판례를 바탕으로 추상적 이론체계를 형성하고 있다는 점도 귀감으로 삼을 수 있다. 그간 분리된 채로 진행된 이론 강의와 연습 강의를 통합하여 시너지 효과를 유발해야 한다. 추상적 이론 중심의 주입식 교육과 미국식 문답식 교육을 어떻게 조화시켜 나갈 것이냐는 앞으로의 과제다. 차제에 교육방법과 교재개발을 위해 전공 및 인접전공 교수들 간 또는 현역 법조인과의 사이에 협동체제의 구축도 필요하다.


넷째, 학생선발 방법 등은 예비인가 서류에 이미 적시되어 있지만 현실적으로 많은 어려움이 예상된다. 특히 3각분할이라 할 수 있는 자교법대생, 타과생, 타교생의 구도는 적어도 법대 신입생이 마지막으로 졸업하는 2013년까지는 완화되어야 한다.


다섯째, 지금과 같은 로스쿨 진입장벽이 계속되는 한 로스쿨 졸업생보다 훨씬 많이 배출되는 학부 법대생들의 교육 방향과 교육 목표도 새롭게 설정해야 한다. 로스쿨에 진학하지 못하는 법학도들에게 법조인이 아닌 다른 길을 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지금과 같이 법조인의 길이 제한적으로 봉쇄되는 한 학부 법대생의 사회적 수요는 계속될 것이고 법무사, 세무사, 감정평가사, 공인중개사와 같은 유사법조직도 유지돼야 한다.

xxx

신속하고 정확한 정보전달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 기사를 후원하시겠습니까? 법률저널과 기자에게 큰 힘이 됩니다.

“기사 후원은 무통장 입금으로도 가능합니다”
농협 / 355-0064-0023-33 / (주)법률저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공고&채용속보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