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시 및 공무원시험 문제유형, 이대로 좋은가
상태바
고시 및 공무원시험 문제유형, 이대로 좋은가
  • 최규호
  • 승인 2008.02.01 12:3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최규호 변호사 공학박사, 법무법인 세광

 

1. 들어가며
고시나 공무원 시험 합격발표가 난후, 매년 한 두 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일반인들은 이해할 수 없을지 모르나, 고시를 경험한 나로서는 이해할 만한 대목이고, 나도 자살 문턱까지 다녀온 적이 있었다. 시험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공정한 실력평가이다. 응시자들의 실력을 어떻게 하면 가장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는가가 시험출제가 지향할 점이다. 제대로 평가를 해내지 못하는, 실력 있는 사람이 떨어지고, 실력 없는 사람이 합격하는 일이 벌어지면, 이는 잘못된 출제며, 불이익을 당하는 사람들에 대한 죄가 된다. 

 

2. 고시 2차 시험의 문제점
고시 2차는, 문제는 있으되 정답은 발표되지 않는다. 정답이 무엇인지 수험생들은 학원 강사들이 내놓은 예시답안으로 참고하는 수밖에 없다. 세상에 정답이 없는 문제가 어디 있단 말인가, 여태까지 한 번도 정부는 2차 시험 문제에 대해 정답을 내놓은 적이 없다.

 

고시의 수석은 항상 점수가 100점 만점에 60점 정도에 그친다. 5,000명이 응시해서 그 중 1등이 60점 정도다. 도대체 출제위원들이 생각하는 모법답안은 어떻기에, 아무도 그 근처에도 못 간단 말인가. 합격커트라인은 40점대 후반이다. 이 정도라면 수석을 포함해서 모두 불합격시켜야 하는 것 아닌가? 출제위원들이 요구하는 정답의 반도 못 맞히는 사람들을 어떻게 합격을 시켜 그 중요한 법조인의 중책을 맡긴단 말인가. 과연 출제위원들이 원하는 100점짜리 모법답안은 그 내용이나 양이 어느 정도인지 정말 궁금하다. 본인들은 과연 그 시간 내에 그 답안을 써 낼 수 있을까.

 

또한, 일부 주관식 시험에서는 ‘논하라’ 등의 형태로 100점 만점에 문제 3개 내외가 출제된다. 이러한 형태의 시험은, 수험생들이 예상문제를 선정하여 그 부분만 집중적으로 외워 준비했을 때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고, 그렇게 하지 않으면 아무리 실력이 출중해도 합격하기 어렵다. 이런 방식의 시험에서는 예상문제를 100-200개 선정하여 집중적으로 공부하는 것이 합격자들의 공통점이다. 하지만 이래서는 공정한 실력평가가 되지 못한다. 예상문제 위주로 공부해서도 안 되지만, 이러한 형식의 문제 내용이 실무와 동떨어져 있는 경우도 많다.

 

3. 이상적인 시험 문제 유형
사법연수원에 입학하여 1학기 시험을 치르면서 가장 이상적인 시험 스타일을 알았다. 그 시험에서는 생각할 수 있는 모든 스타일의 문제들이 나온다. 선다형 문제, 0X 문제, 단답형 문제, 약술형 문제 등으로 아주 다양하게 구성되어 객관식 시험으로 부족한 점을 주관식으로 보충하는 것이며, 실력을 가장 정확하게 평가하는 문제스타일이라 할 수 있다.

 

여기에 오답을 썼을 때 감점하는 제도를 도입하면 금상첨화다. 이는 육군사관학교 등 사관학교 시험의 특징이다. 사관학교는 감독이 없고, 틀리면 감점이 있다. 확실하게 아는 것만 쓰라는 것이다. 공무원이나 법조인들은, 잘 모르는 것은 자기 임의대로 대충 판단해서 처리하면 안 된다. 모르는 것은 일단 멈추고 확인을 확실히 한 다음에 처리하는 습관을 가져야 한다. 이런 습관을 임용시험에서부터 익히게 하자는 것이다. 확실히 아는 것만 답안을 쓰고 모르는 것은 차라리 쓰지 말게 하자는 것이다. 또한 실력 평가에도 매우 도움이 된다. 정말로 아는 것만 답을 쓰게 되기 때문이다. 찍어서 맞히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사시 제도는 이렇게 바꾸는 것이 어떨까 한다. 1차에서 4과목, 2차에서 7과목을 치르는데 1, 2차 구분하지 말고 일 년에 단 한차례 시험을 치른다. 1차의 선택과목을 고려하고, 헌, 민, 형이 1, 2차 중복되는 것을 고려하면 모두 8과목이 되는데, 8과목에 대해 매년 2월에 단 한차례의 시험을 치르는 것이다. 그리고 문제는 위 사법연수원 시험과 같이, 100점 만점으로 할 때 2.5점짜리 5지선다형 문제 20문제, 1점짜리 0X 문제 10문제, 2점짜리 단답형 문제 10문제, 5점짜리 약술형 문제 4문제 등으로 출제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공부하는 사람들은 1, 2차 시험에 대한 부담이 없어진다. 그리고 진정으로 실력이 높아야 합격할 수 있게 된다.

 

4. 공무원 임용 시험의 문제
공무원 시험도 문제다. 9급 공무원 시험은 5과목을 치르며 매 과목 20문제의 4지선다 객관식 문제다. 5과목 합하여 100문제에 불과하다. 초등학교 시험과 유사하다. 7급 시험도 객관식으로 치르는 7과목이 섞여 있다. 객관식 시험만으로는 제대로 실력 평가를 할 수 없다. 따라서 주관식의 도입이 필요하다. 또한, 객관식 문제는 4지 선다보다 5지 선다가 적합하며, 문제수도 20문제는 너무 적다. 한 문제만 틀려도 5점이 감점되기 때문이다. 객관식 시험은 공부를 얍삽하게 하여 요령으로 합격이 가능하다. 지문을 보고 OX만 구별할 수 있으면 되기 때문이다. 단답형 내지 약술형 주관식은 공부를 확실하게 해야 풀 수 있다. 따라서 공무원 시험 역시 위에서 제시한 것처럼 다양한 형태의 문제로 출제되어야 한다.


5. 맺음말
고시든 공무원시험이든, 응시자들은 목숨을 걸고 공부를 한다. 소숫점 차이로 수백 명의 당락이 갈린다. 최소 1년을 노력한 결과가 하루의 시험으로 판가름 난다. 출제자 측은, 그들의 막중한 책임감을 제대로 알아야 한다. 그냥 해오던 방식이니까, 혹은 너무 깐깐하게 하면 안 되니까 라는 생각은 벌써부터 버렸어야 한다. 출제위원들은 신림동과 노량진에 한번 가봐야 할 것이다.

xxx

신속하고 정확한 정보전달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 기사를 후원하시겠습니까? 법률저널과 기자에게 큰 힘이 됩니다.

“기사 후원은 무통장 입금으로도 가능합니다”
농협 / 355-0064-0023-33 / (주)법률저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공고&채용속보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