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시영의 세상의 창-영어, 진정 꽃 같은 언어인가?
상태바
오시영의 세상의 창-영어, 진정 꽃 같은 언어인가?
  • 법률저널
  • 승인 2008.02.01 11:2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숭실대 법대교수/변호사/시인

 

언어를 지배하면 세계를 지배할 수 있다. 언어는 이미지를 만들고 사상을 만든다. 언어가 발달하지 않으면 인지가 발달할 수 없고, 인지가 발달하지 않으면 나라는 부강해질 수 없다. 언어를 상실한 자들은 나라를 잃고 궁극에는 민족과 자존을 잃는다. 까닭에 언어는 정신의 뿌리이고 자아정체실현의 기초이다. 일찍이 문자를 가진 민족은 민족의 역사를 기록으로 남겼고, 사상을 문자로 남겼다. 그 역사와 사상을 배우는 후손들은 그 사상과 역사를 한 단계 향상시켰고, 그 향상의 발자취가 누적되어 웅장한 민족정신으로 거듭 날 수 있었다. 언어를 가진 민족은 아무리 작더라도, 심지어 나라를 잃었더라도 면면히 민족정신을 이어갈 수 있다. 히브리어를 가진 유태인들은 2500년 국가를 잃은 채 유랑의 세월을 살면서도 언어 때문에 민족의 동질성을 유지할 수 있었고 종국엔 이스라엘을 건국할 수 있었다. 35년간 일본 압제 속에서도 우리 조선민족이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도 언어의 힘이 컸음을 부인할 수 없다.


영어 교육문제로 세상이 시끄럽다. 영어, 진정 꽃 같은 아름다운 말인가? 한글, 진정 큰 글인가? 한글을 창제하신 세종대왕은 訓民正音이라고 글자에 이름을 붙였다. 훈민정음, 백성을 가르치는 바른 소리라는 말이다. 나랏말씀이 중국과 달라 백성이 제 뜻을 편히 나타낼 수 없음을 안타까이 여긴 세종대왕의 애틋함을 훈민정음의 창제에서 찾아볼 수 있다. 세계 만국어가 되어 있는 영어, 그 영어 때문에 우리 한글이 몸살을 앓고 있다. 어떻게 하면 영어를 잘 할 수 있을까로 교육당국이 골치를 앓고, 이명박 대통령당선자 인수위원회에서도 최고의 화두가 되어 있다.


우리가 영어를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우리말과 영어의 어순이 다르기 때문이다. 주어와 술어를 제일 앞세우는 영어와 달리, 우리는 주어를 생략할 때가 많고 술어는 가장 마지막에 나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긍정의 결과에 대하여 항시 yes, 부정의 결과에 대하여 항시 no라고 대답하는 영어와 달리, 우리는 묻는 이의 질문방법에 따라 예와 아니오가 수시로 바뀌고 있다. 영어는 현상의 결과를 중시하는 데 반하여 우리말은 질문자의 의도를 더 중시하는 언어체계이기 때문이다. 수많은 이유를 댈 수 있겠지만, 우리 한글처럼 우수한 언어는 없다고 생각한다. 표현 못할 문자가 거의 없는 우리 한글의 우수성은 국력의 차이만큼 세상에서 존중을 받고 있을 뿐이어서 안타깝기 그지없다. 결국 언어의 힘은 국력과 비례하기 때문이다.


한국의 젊은이들은 학창시절 대부분을 영어공부로 소진하고 있다. 과외수업비의 대부분을 영어수강료로 소비하고 있고, 대학 4년간의 정력과 시간을 전공공부보다 영어공부에 더 많이 할애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외국인을 만나면 제대로 된 영어를 말하지 못하고 버벅거린다. 어제는 하도 답답해서 티비에서 EBS 중학생영어강좌를 30분 정도 시청하였다. 예쁘장한 여자 영어선생이 나와서 의문사가 들어가는 문장에 대하여 30분 동안 열심히 문법을 강의하고 있었다. 40여 년 전 내가 공부하고 있던 방법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었다. 조금 다르다면 영어 선생의 발음이 할아버지 영어선생님보다 조금 더 세련되었다는 것 정도라고 할 수 있을까......


영어는, 언어는 생활이지 학문이 아니다. 갓난아이가 제일 먼저 하는 말은 거의 대부분 엄마이다. 아이를 가져본 부모들은 아이가 처음으로 엄마라고 입을 떼던 순간을 잊지 못한다. 그 엄마라는 아이의 옹알거리는 소리는 엄마에게는 천둥같이 큰 소리로 들려오는 최대의 환희가 된다. 우리아이가 엄마라고 말을 했어요라는 자랑은 전화선을 타고 전국방방곡곡으로 퍼져나가기도 한다. 그럼 왜 엄마라고 어린아이가 처음으로 말을 했을까? 그것은 어린아이가 가장 많이 들은 말,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은 말이 귓가에 속삭이는 엄마의 엄마라는 말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아빠를 배우고 세상을 배우는 것이다.


나는 이런 꿈을 오래전부터 꾸어봤다. 어린이 동화책부터 한글과 영어로 함께 제작되는 것을. 그리하여 대부분 고등교육을 받은 엄마가 아이의 침대 머리맡에서 영어로 된 동화책을 읽어주는 것이다. 한 줄은 한글로, 그 바로 아랫줄에 똑 같은 내용이 영어로 되어 있는 동화책을 수십 번 반복해서 읽어준다면 어린 아이는 저절로 영어를 익히게 될 것이다. 엄마의 발음이 조금 부정확하다고 해서 무슨 대수인가? 동화 콩쥐팥쥐를 한글과 영어 두 언어로 들어온 아이는 어려서부터 우리말과 영어를 함께 구사할 수 있게 된다. 어려서부터 영어를 배우게 되면 우리말을 제대로 모르게 된다고 주장하는 사람은 틀림없이 바보다. 우리말뿐만 아니라 영어도 함께 하게 되니 언어표현능력이 높아지면 높아질수록 우리말도 더 잘 하게 되는 것이지 우리말을 못하게 된다고 생각한다니 얼마나 바보 같은가, 아니 틀림없이 바보다. 조선시대, 영어 몰랐던 그 시대에 우리 조상님들은 영어보다 더 어렵다는 중국말, 한자를 배웠고 그것으로 과거시험을 보았다. 한자를 잘 아는 아이는 신동이라 불리웠고 과거에 합격하여 상류의 지도층이 되었다.


초등학교 국어책도 앞서의 동화책과 같은 편제를 갖추면 된다. 우리 말 한 줄, 영어 한 줄 해서 우리말과 영어를 함께 배우고, 하루에 평균 두 시간 이상을 국어시간으로 수업시간을 편성하면 된다. 황당하게 들리겠지만, 그로 인한 다른 수업의 결손은 다른 수업과목수를 축소하면 된다. 수학, 과학, 사회 등의 과목 수업시간을 초급학년에서는 대폭적으로 줄여 국어와 영어 중심의 교육, 그 국어시간에 도덕이나 사회과목을 주제로 하여 가르치면 될 것이다. 초등학교 4학년 이상의 상급학년이 되면 이미 체화된 영어를 기초로 하여 수학이나 과학 등을 집중적으로 가르치면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게 된다. 우리말로 수학이나 과학을 배운 뒤 이를 영어로 표현하려고 하니 영어가 안 되는 것이지, 반대로 영어를 완전히 마스트한 다음에 그것을 기반으로 수학이나 과학을 배우려고 하면 그것은 어렵지 않다. 여태까지 공부를 거꾸로 해온 것이다.


영어선생을 영어를 상용어로 사용하는 외국인으로 대폭 채용해야 한다. 외국어를 제대로 못하는 것은 외국인과 영어로 대화할 기회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학원에 가서 영어강사를 만나야 겨우 영어를 할 뿐 일반사회생활을 할 때는 영어를 사용할 기회가 거의 없기 때문에 영어가 두려운 것이다. 까닭에 영어권, 반드시 미국이나 캐나다 또는 영국만을 고집할 필요가 없다. 필리핀이나 인도의 우수한 대학을 나온 동양계 엘리트들도 많고, 그들을 보다 저렴한 비용으로 영어교사로 활용할 수가 있다. 그들을 엄격한 심사를 거쳐 3년 또는 5년 정도의 계약직으로 채용하고, 다시 심사를 하여 재채용하는 식으로 활용하면 될 것이다. 그러다보면 미국이나 캐나다 출신의 고비용을 요하는 학원의 영어강사들 역시 단가를 낮출 수 있을 것이다. 학교에서 집중적으로 초등학교, 아니 동화책에서부터 영어를 생활화하면 영어가 일상어로 발전해 나갈 수 있게 되고, 그로 인한 사회적 사교육비는 대폭적으로 감축시킬 수 있을 것이다. 아마 영어회화를 배우기 위한 사교육비만 절감시켜도 우리 공교육은 큰 부분에서 정상화되리라 본다. 그리고 영어시험을 대학 수능시험에서 배제해 버리고 점수화하지 않게 되면 영어는 말 그대로 일상회화의 도구 정도로 인식되어지고 영어교육도 정상화되리라 본다.


교대와 사범대의 수업을 영어로 몰입수업하여야 한다. 선생이 되고자 하는 그들이 졸업한 후 영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할 수 있게 되면 초중고교 선생님들이 무슨 과목을 가르치든지 영어를 자유자재로 표현하게 되고, 당연히 학생들도 영어를 손쉽게 사용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선생님들의 영어가 딸리니 영어수업이 제대로 될 수 없었던 것이 여태까지의 현실이다. 이제 시작이니 새로 입학하는 교대와 사범대의 입학전형을 영어를 잘 하는 학생들 중에서 학업성적이 뛰어나고 능력 있는 학생들로 선발할 수 있도록 개편한다면 그 다음은 선순환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에 와 있다. 영어는 동화책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걸음마를 못하는 아이가 엄마를 옹알거리듯 어리면 어릴수록 영어공부하기 좋다. 스펀지처럼 끝없이 빨아들일 것이기 때문이다. A, B, C를 가르칠 필요가 없다. EBS 교육방송에서 영어문법 30분을 가르치고 있는 그 시간에 문법을 가르칠 것이 아니라 열 개의 회화 문장을 반복적으로 가르치는 게 낫다. 어린 젖먹이가 엄마를 문법으로 배우지 않듯 영어도 문법을 가르칠 필요가 없다. 그냥 언어로 사용할 수 있도록 반복 훈련시키면 족하다. 머리로 생각하기 앞서 그냥 혀와 입술이 움직여 영어가 튀어나올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한국어를 유창하게 쓰시는 그대, 우리말 문법 잘 아세요? 우리 한글, 큰 글이잖아요......

xxx

신속하고 정확한 정보전달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 기사를 후원하시겠습니까? 법률저널과 기자에게 큰 힘이 됩니다.

“기사 후원은 무통장 입금으로도 가능합니다”
농협 / 355-0064-0023-33 / (주)법률저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공고&채용속보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