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시영의 세상의 창-적법한 탐욕이 넘쳐나는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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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영의 세상의 창-적법한 탐욕이 넘쳐나는 사회
  • 법률저널
  • 승인 2008.01.25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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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영 숭실대 법대교수/변호사/시인

 

탐욕은 인간을 초라하고 비굴하게 만든다. 탐욕은 인간을 예의염치를 모르는 부끄러운 사람으로 추락시킨다. 자유민주주의체계에서 사는 우리는 적법하면 선한 것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런데 과연 적법한 것이 언제나 선한 것인가? 반대로 위법한 것이라면 악한 것일까? 스스로에게 묻는 저 질문에 그렇다고 선뜻 대답이 나오지 않는다. 적법한 것이 악할 수도 있고, 위법한 것이 선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지성이 발달한 현대인들은 적법을 선으로 착각하고 있는 듯하다. 현대자본주의를 잉태하고 지금까지 발전시켜 온 적법의 탈을 쓴 탐욕이 우리를 망가뜨리고 있고, 우리는 점차 그러한 몰락에 저항력을 상실해가고 있는 듯싶어 나는 혼자 연구실에서 불안해하고 있다. 나는 내게 주어진 나의 일을 열심히 하고 있는데, 왜 이렇게 타인의 행위결과에 무기력하게 무너져 내리고 함께 책임을 져야 할까? 공동체 안에 함께 사는 죄 때문인가? 미국발 경기침체로 인해 2000을 호가하던 주가가 1600선마저 방어하기에 벅찰 정도로 무너져 내리고 있다. 자본주의사회에서 주식시장은 기업의 자금을 공급하는 가장 주요한 돈줄이다. 개미투자자들의 호주머니를 털어 거대자본을 만들고, 그 자본으로 기업을 일으킨다는 초보적인 수준의 상식만으로도 주식시장은 적법하다. 하지만 그 개미들로부터 거대 기관투자자들에 이르기까지 주식시장을 향해 뛰어드는 모습은 제 죽을 줄 모르고 뛰어드는 부나방 같고, 탐욕으로 철저히 무장한 악인들 같은 생각이 들 때가 자주 있다. 불과 몇 달 전 1300대에 머물던 주식이 요동치기 시작하여 2000을 향해 치솟을 때 환호작약하던 그 탐욕의 발산은 이제 1600대로 주저앉는 주식시장에서 눈물과 회한으로 얼룩지는 통한으로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어쩌랴, 이미 큰 손들은 그러한 낌새를 미리 눈치 채고 다 빠져나가버린 후인 것을, 아무 것도 모르는 개미들만 옹기종기 마지막까지 버티다가 저렇게 땅을 치고 있는 것을. 그냥 탐욕에 대한 대가려니 생각하고 잊으라고 말하기에는 적법의 탐욕이 주는 폐해가 너무나 크다. 모두들 돈을 벌기 위해 혈안이다. 자본주의에서 살아남으려면 돈이 있어야 하니까, 그것도 다다익선이라 많으면 많을수록 좋은 거니까.


뉴욕타임즈는 강한 달러와 세계화로 표징되어 온 미국 중심의 신자유주의는 실패로 끝났다는 필립 블론드 영국 컴브리아대 경제학과 교수의 컬럼을 통해 미국자본주의의 몰락을 경고하고 나섰다. 영국 경제전문 일간지 파이낸셜타임스는 조지 소로스의 특별기고문을 통해 미국 중심 60년 슈퍼호황이 종말을 고했다고 보도하였다. 1940년대 제2차세계대전을 승리로 이끈 미국은 독일, 프랑스 등 다른 선진국들이 전쟁 후유증으로 몸살을 앓고 있을 때 물자를 팔고 전쟁보상금을 받아 세계최대경제강국으로 부상하였다. 구소련과 냉전체제를 유지하면서 세계경제의 한 축을 담당하다가 페레스트로이카로 구소련이 붕괴하자 명실공히 세계 유일의 최강국으로 지난 20여년 군림하여 왔다. 그러자 미국은 오만방자해졌고, WTO체제를 가동시켜 모든 방면에서 세계 유일의 것만이 경쟁을 통해 살아남을 수 있는 세계화를 추진하였다. 당장은 떡고물을 미국만이 먹는 듯했지만, 살아남기 위해 모든 나라들이 발버둥쳐 내실을 기하는 사이 미국은 서브프라임모기지를 통해 금융부실을 낳았고, 동시에 아프가니스탄전쟁, 이라크전쟁을 일으켜 수많은 사람을 죽이고 군비조달에 명목화폐인 달러를 찍어내는 잘못을 저질렀다. 그로 인해 세계금융시장에 달러는 넘쳐났고, 중국, 브릭스 4개국, 일본, 한국 등은 엄청난 미국 달러를 보유하게 되었다. 오일달러의 급등으로 중동국가 역시 돈방석 위에 앉게 되었다. 정작 이런 현상들로 인해 미국만이 빚더미 위에 앉게 되었고 이제는 국내경기를 부양시킬 의도로 금리를 인하하고 세금을 탕감해주고, 경기부양을 위한 엄청난 돈을 풀어도 부시 정권의 의도와는 달리 미국경제는 곤두박질치고 있다. 오죽하면 세계의 경제석학들이 “미국의 슈퍼붐은 끝났다”라는 극언을 서슴치 않겠는가?


그런데 더 큰 문제는 부자 망해도 삼년은 먹고 산다는 옛 속담이 그대로 실행될까 무섭다는 것이다. 미국발 경기불황이 세계를 1929년의 세계대공황으로 끌고 갈지도 모른다. 미국 중심의 네트워크가 무너지게 되면, 이를 대체할 다른 수단이 있어야 하는데, 미국이 만들어놓은 거미줄처럼 촘촘한 WTO경제체계는 그러한 대체수단을 허용하지 않고, 아직 세계는 그러한 대체수단에 대한 구체적인 대안을 가지고 있지 못하다. 까닭에 와르르 무너지게 되면 다 죽을지도 모르는데, 그래도 부자는 살아남는다는 점이다. 가난한 사람이야 당장 굶어죽지만 부자는 삼년은 먹고 살 수 있기 때문이다. 제 살 파먹고 살아도 그 정도는 산다니 우리나라처럼 대외무역의존도가 높은 나라일수록 어려움에 대처함에 있어 최대한의 순발력과 능동적 대처가 절실하게 필요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명박 대통령당선인이 추구하는 실사구시의 정신이 이러한 대외악조건을 해결해 나가는데 좋은 방향타가 되리라 본다. 그러나 만에 하나 보다 면밀한 계획을 보다 충실하게 설계해나가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 지나친 속전속결은 발아래 허방을 만들 수도 있고, 흐름을 잘못 타다가는 급류에 휘말려 죽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2013년부터 영어시험이 수능에서 빠진다는 입시계획안을 듣는 순간 앓던 이가 빠지는 듯한 통쾌함을 맛보게 된다. 영어는 언어일 뿐 학문이 아니다. 물론 영문학을 전공하는 이야 문학적 소양을 위한 학문적 연구를 아끼지 않아야겠지만, 영어는 의사소통을 위한 생활도구로서의 기능을 담당할 뿐이기 때문에 모든 사람들이 그 자체를 학문으로 연구할 필요는 없었는데도 우리는 일관되게 영어를 학문으로 배워왔다. 까닭에 학문으로서의 영어는 잘 하면서도 생활로서의 영어는 하지 못해 외국인을 만나면 회화를 하지 못하는 반벙어리 영어에 엄청난 돈을 쏟아부어온 것 또한 사실이다. 그리고 영어는 아주 어려서부터 생활화하는 것이 좋다. 초등학교 고학년이면 너무 늦다. 나도 우리 국어의 우수성을 인정하지만, 세계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영어를 갓난 아이 때부터 배워야 한다고 그냥 솔직하게 인정했으면 싶다.


우리는 적법이 악일수도 있는 세상에서 살고 있다. 적법한 탐욕, 삼성특검에 줄줄이 불려나온 차명계좌의 명의자인 삼성 임원들의 자기 돈이라고 주장하는 일관된 거짓말을 보면서 다시 한 번 생각해 보는 말이다. 적법한 탐욕에 길들여진 자들은 수치를 모르는 후안무치한 자들이라는 것을...... 그래도 살아남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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