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연수원을 나서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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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연수원을 나서며
  • 이경민
  • 승인 2008.01.18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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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민 제37기 사법연수원 수석 졸업

 

“기본 원리를 체득하는 것이 가장 중요”

 

기대보다 빨리 사법시험 1차 관문을 통과한 뒤, 2차 공부에 임하면서 저는 매일 새로운 것을 알아가는 것이 재밌고, 성취감을 느꼈습니다. 그런데 2차 시험일자가 점점 다가올수록 체력도 한계에 달했고, 좋은 성적으로 합격하고 싶다는 희망이 결국 부담이 되어, 2차 시험 직전 2~3개월은 정말 고통스러웠습니다. 이후로 저는 사법시험 합격자 모두를 존경하게 되었습니다. 모두가 법에 대한 열정으로 이런 고통을 극복한 진주 같은 분들입니다.


그렇게 고생 끝에 사법시험에 합격하자, 저는 ‘이제는 좀 편하게 공부할 수 있겠지’ 라는 기대를 가득 품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게 웬일입니까. 그 해 사법연수원을 수료하던 한 선배님의 글을 읽어보니, 온통 ‘연수원 생활은 고시공부보다 더 힘드니’ 한마디로 ‘각오하라’는 것이었습니다. 힘들게 사법시험에 합격했는데 또 2년을 각오하라니! 아주 짜증스러웠습니다.


그렇게 기대 반, 우려 반으로 시작했던 사법연수원 생활이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저는 연수원 생활과 동기들에게 깊은 애정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물론 이는 연수원의 교육과정이 예상보다, 주위에서 듣던 것보다, 힘들지 않았기 때문은 결코 아닙니다. 입소한 다음날부터 바로 시작되는 빡빡한 강의 일정, 엄청난 분량의 공부거리, 숨 돌릴 틈 없이 주어지는 과제물은 연수생의 심신을 지치게 하기에 충분합니다. 게다가 한 강의실에서, 한 도서실에서, 열심히 공부하고 있는 다른 연수생을 지켜보면서 주눅 들거나 강한 경쟁의식을 느낀다면, 연수원 생활은 사법시험 준비과정 보다 더 고통스러울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사법연수원은 치열한 경쟁만 있는 곳이 아니라 끈끈한 동료애도 있는 곳입니다. 대다수의 연수생들은 따뜻하고 순수한 마음으로 서로를 대한다고 저는 확신합니다. 앞으로 평생을 함께하고 든든한 울타리가 되어줄 동기들과의 사귐은 연수원 생활에서도 큰 힘이 될 것입니다.


사법연수원에서 성공적으로 생활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마인드 컨트롤이 중요합니다. 타인에 대한 경쟁의식보다는, 서로를 격려하면서 나 자신과의 싸움이라는 생각으로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2년의 연수원 과정은 장기전이라 할 것인데 무리한 공부 일정이나 조급한 마음가짐은 우리를 쉽게 지쳐버리게 할 것입니다.


그리고 연수원 시험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기준은 공식교재와 공식자료, 그리고 수업내용이므로 교수님의 강의를 경청하고 기본 원리를 체득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2학기 시험과 4학기 시험에서 몇몇 과목의 시험 시간은 여덟 시간입니다. 저는 여덟 시간의 일 분, 일 초도 아까울 지경이었답니다. 그만큼 사법연수원은 각 과목의 시험 자체도 장기전이므로 고도의 집중력과 침착함, 그리고 강한 체력을 요합니다. 따라서 평소 꾸준한 운동을 통해 체력을 기를 필요가 있습니다.


사법연수원에서의 교육은 판결문, 공소장, 소장, 변론요지서의 작성 등 우리의 법학 지식을 실무에 적용하는 것을 주축으로 하고 있습니다. 특히 2년차에 하게 되는 법원, 검찰, 변호사사무소 등에서의 실무수습을 통해 각 직역 고유의 매력을 느낄 수 있으므로 희망직역 선택에 참고할 수 있을 것입니다.


가끔 사법시험 공부가 어려운가, 연수원 공부가 어려운가라는 질문을 받을 때가 있습니다. 공부 자체는 양자 모두 만만치 않다고 할 것입니다. 특히 연수원 공부는 방학 등의 쉬는 기간이 있는 반면 짧은 기간에 치열하고 효율적으로 해야 합니다.


그렇지만 연수원 생활은 하나의 사회생활인지라, 공부를 최우선 순위로 두어야만 하는 사법시험 준비과정보다는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고, 짬짬이 다함께 어울려 놀며 추억을 쌓을 수도 있어 더 즐거운 시절이 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공부는 둘 다 힘들지만 연수원은 억지로라도 놀게 되니까 더 낫다’가 제 대답입니다.


연수원 생활이 아무리 즐거울 수 있다 한들 시험이 임박해오면 즐거움과는 한참 거리가 생깁니다. 산더미 같은 공부거리와 나만 공부를 어설프게 한 것 같은 느낌은 끝없이 가슴을 짓누릅니다. 그러나 도대체 끝날 것 같지 않은 연수원 시험도 반드시 끝납니다. 끝나는 그 순간까지 후회 없도록 힘내시기 바랍니다.


저도 사법연수원에 들어와서 많은 시행착오를 겪기도 하고, 심한 심리적 압박을 느끼기도 한 결과 운 좋게 수석의 영예를 안을 수 있었습니다만, 그렇다하여 제가 연수원 생활을 가장 성공적으로 했다거나 가장 법률지식이 뛰어난 것은 아닙니다. 부족한 저를 많이 도와주신 동기분들에게 감사합니다.


법률지식을 활용하여 정확하게 사건을 해결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내 이웃의 문제라는 따뜻한 시선으로 사건을 바라보면서 그들에게는 얼마나 절실한 문제일지를 헤아리는 마음은 더욱 중요할 것 같습니다. 좋은 법조인이 되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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