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고 어두운 터널을 벗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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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고 어두운 터널을 벗어나.....
  • 법률저널 편집부
  • 승인 2002.01.05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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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우
제43회 사법시험 수석합격
서울대 법학과 4년

 

길고 어두운 터널을 벗어나.....

 

1. 합격한 소감
 솔직히 수석이라는 사실이 실감이 나질 않습니다. 과분한 영광을 받게 되어 감개무량할 따름입니다. 작년 이맘때 갑갑해하며 정수진씨의 합격기를 탐독했던 기억이 새롭습니다. 제가 이제 그러한 글의 주인공이 된다니 운명이란 참 알다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무튼 주위에서 물심 양면으로 도움을 준 분들, 친구들에게 고마움을 표시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이 자리를 통해 공부에 매진하고 있으실 여러분들께 부족하나마 작은 도움을 드릴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개인적인 신변잡기보다 수험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내용을 중심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2. 수험공부의 시작과 끝
 (1) 첫걸음
 
즐거움과 아쉬움이 교차하는 1학기 새내기 시절을 뒤로 하고, 1학년 2학기에  '민법입문'과 민법총칙 교과서를 읽어나가면서 양창수 교수님의 강의를 들었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니 민법총칙은 1학년이 듣기에 상당히 어려움이 많을 것으로 생각이 듭니다. 개인적으로 그 시절은 다른 저서와 주석서를 참고해 보면서 법학에 대한 흥미를 갖게 된 점에 의의를 두고 싶습니다.


  2학년이 됨과 동시에 본격적으로 여러 과목의 전공과목을 수강하였습니다. 특히 신동운 교수님과 양교수님의 강의가 체계를 세우고 이해를 깊이 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저학년이라면, 그리고 법대생이라면 충실히 강의를 듣는 것이 기본적인 개념 형성과 문제의식을 키우는 데 유익하다고 생각합니다.


  3학년 초에 1차를 응시하려 하였으나, 그 해 겨울에 건강이 상당히 좋지 않았고, 개인적인 사정으로 인해 마무리를 잘 하지 못하였다고 판단하여 다음 해에 보기로 하였습니다. 4학년 동차를 노리되, 낙방하더라도 그 후의 재시는 비교적 여유 있게 대비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3학년 때 소위 후사법 과목을 학교 강의와 테이프를 들으면서 1회독하였고 기초적인 케이스도 일람하였습니다. 이 시기에도 학교 강의를 비교적 충실히 들어 두었던 것이 효과적이었다고 봅니다. 보통 1차에 계속 낙방할 경우 1차에만 급급하여 공부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만, 기본 3법의 입체적인 이해를 위해서도 2차 과목 전과목은 틈틈이 시간을 내서라도 일독하는 것을 권해드립니다.


 운이 닿았던지 이듬해 1차에 무난히 합격하였고, 바로 그 해 6월의 2차 준비에 들어갔습니다. 시험장은 한양대학교였는데, 무척이나 덥고 짜증나는 4일간이었습니다.


 약간의 휴식기간을 갖은 후 7월 말부터 1순환 학원 강의를 들으면서 대다수 수험생과 마찬가지로 전형적인 수험싸이클에 몸을 맡겼습니다.


 2순환에는 한 과목만 학원 강의를 듣고, 나름대로 단권화에 노력했습니다. 해가 바뀌고 3월달이 되자, 3순환의 모의고사를 보면서 답안작성연습과 암기에 주력하였고, 5월부터 4-2-1의 전략을 짰습니다. 이 계획은 이후 상당 부분 수정되기는 하였지만, 비교적 잘 실천했습니다. 시험 열흘 전까지도 매일 두 시간씩 모의고사에 응시하여 감각유지에 힘썼습니다.

 

(2) 나흘간의 시험기간
 
전체적으로 작년의 경향과 유사하여 당혹스러운 문제유형은 많지 않았습니다. 다만, 최신 판례와 밀접한 문제가 출제된 것으로 보였습니다. 다행히 예전에 이를 정리했던 탓인지 득점에 상당한 도움이 된 것 같았습니다. 전날에는 밤을 세워서라도 다음 날 과목을 1회독하고 가야 한다는 수험가의 정설은 제게 무의미했습니다. 나흘 내내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일찍 잠이 들고 말았습니다. 하지만, 오히려 상쾌한 컨디션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되었습니다.

 

(3) 긴 기다림과 발표
 
여름에는 그동안 만나지 못했던 친구들, 선배를 만났고, 음악감상과 독서로 소일했습니다. 계속 학교를 다녔으나, 발표가 다가옴에 따라 불안감에 약간 방황했다고 생각이 듭니다. 발표 당일엔 언뜻 머리를 스치는 예감이 있어 바로 인터넷에 접속했습니다. 합격자 명단이 발표된 것입니다. 명단이 화면에 떴음에도 차마 스크롤 바를 내리지 못했습니다. Ctrl+f키로 검색할까 등등 5분여 가량 갈등하다 우여곡절 끝에 제 이름을 확인하게 되었습니다. 여러 선배 수험생들의 말처럼 기쁨이라기 보다는 안도감이라는 표현이 정확한 듯 싶었습니다.

 

3. 교재의 선택
 (1) 들어가며
 
많은 분들이 교재선택으로 인한 부담감을 느끼시고 불안해하시는 것 같습니다. 적어도 현재의 출제경향이라면, 과거와는 달리 어떠한 교재를 선택하느냐보다는 어떻게 효율적으로 정리할 것이냐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저의 경우 2차의 경우 비록 인지도가 낮을지라도 색다른 내용의 저서를 소신을 갖고 나름대로 흡수했던 점이 큰 도움이 되었다고 봅니다. 따라서, 광고의 의도는 추호도 없지만, 선택의 편의를 위해 좀 자세히 소개하려 합니다. 마지막으로 덧붙이자면, 요즘은 늘어나는 자료에 대한 부담 탓인지 고시잡지의 활용에 있어 약간 소극적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최근 논의되는 분야가 어떠한 것인지 파악하고 교과서의 부족한 부분을 보충할 필요성이 있는 만큼, 적정 수준에서 활용한다면 좋을 것입니다. 개인적으로는 거의 매일 아침 민법 케이스를 한 개씩 풀어보는 방법을 택했습니다.

 

(2) 1차(존칭은 생략합니다)
1) 헌법: 헌법학원론(권영성 저), 고득점헌법(청웅 편저), 헌법재판소판례연구(김학성 저), 객관식문제집(민경식, 황남기)
2) 민법: 민법강의(곽윤직 저), 1차 민법의 맥(유정 편저), 객관식문제집(김형배, 법원사 4인공저)
3) 형법: 형법 총·각론(이재상 저), 형법요론(신호진 편저), 판례형법(서정욱 편저), 객관식문제집(김일수, 이재상 저)
4) 경제법: 이준길 편저, 객관식문제집(권오승 저), 모의고사집
5) 형사정책: 형사정책(3인공저), 법령집(이승헌 편), 객관식문제집(배종대 저)
6) 독일어: 고시독일어 Ⅰ·Ⅱ(조현숙 저)

 

(3)  2차(존칭은 생략합니다)
1) 헌법: 헌법강의(김남식 저), 고득점헌법(청웅 편저), 한국헌법론(허영 저), 사례집(김문현 저)
2) 민법: 민법강의(곽윤직 저), 민법의 쟁점 Ⅰ·Ⅱ(송영곤 저), 문제식 민법 (上)(서동우·오관석 등 편저), 사례집-민법사례(송영곤 편저), 민법 CASE의 맥(유정 편저) , 기타 고시잡지 교수님 CASE 등.
3) 형법: 형법 총·각론(이재상 저, 김일수 저), 광장 단문집, 사례집-사례형법(서정욱 편저), 이재상 저, 기타 고시잡지 교수님 CASE.
4) 민사소송법: 민사소송법(이시윤 저, 전병서 저), 신민사소송법(황승화·손범규 편저), 사례집-전병서 저, 김남근 저.
5) 형사소송법: 형사소송법(이재상 저), 증거법(신이철 편저), 광장 단문집, 판례연구 형사소송법(신이철 편저), 사례집-이재상 저
6) 상법: 상법강의 上·下(정찬형 저), 회사법(이태로·이철송 저), 어음·수표법(정동윤 저), 사례집- CASE상법(권태일 편저), 사례상법(임재철 저)
7) 행정법: 행정법 Ⅰ·Ⅱ(김동희 저, 박윤흔 저, 김성수 저), 쟁점행정법(서정욱 편저), 사례집-행정법연습(김동희 저, 이재화 저).

 

4. 공부방법론
(1) 1차
 
무엇보다 기본서의 정독이 필요합니다. 최초로 기본서를 접한 이후에는 다른 것에 눈을 돌리지 마십시오. 저도 모든 문제의 정답은 교과서 안에 있다는 사실을 아는 데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습니다. 최소한 3개월 이상을 기본서 정리에 투자하십시오. 학원강의에 맞추어서 일정량을 보아 나가면 효율적일 듯 싶습니다. 법대생이라면 물론 학부강의를 꼭 들으시기 바랍니다. 여유가 된다면 사례풀이를 병행하면 더욱 좋습니다.
 어느 정도 체계가 세워졌으면, 다양한 문제를 풀어 보아야 합니다. 정평있는 문제집 한두 권이면 충분하고, 실전을 위해 모의고사를 시간을 정해 놓고 푸는 것이 좋습니다. 동시에 법과목의 조문 정리는 필수적입니다. 주요 조문만 제대로 숙지해도 60%이상은 달성된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아울러 판례의 중요성이 증가하는만큼, 일단 기본서를 통해 정리하고, 부족한 최신 판례 등은 따로 준비하시면 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강조하고 싶은 것은 넓게 공부하되, 시험 직전에 일회독할 수 있도록 한 책에 요약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자료의 홍수에 밀리게 되면 곤란하다고 봅니다.

 

(2) 2차-순환별 학습방법
 
어느 정도의 성실성과 꾸준함만 보장된다면 합격은 큰 문제가 없다고 봅니다. 기본서로 체계를 세우고, 쟁점별로 문제의식을 갖고 깊이있게 정리하는 공부방식을 추천합니다. 순환에 맞추어 공부하는 것이 이에 도움이 됩니다.
 1순환 때에는 교과서를 정독하고, 쟁점을 파악합니다. 이 시기에는 체계를 세우는 것이 급선무입니다. 이해 중심으로 공부하되, 사례는 굳이 볼 필요가 없습니다.


 2순환에는 심화된 자료-주로 학원자료나 잡지 등-를 한정하여 확보하고, 쟁점별로 단권화합니다. 1차와는 달리 시각이 다른 여러 책을 섭렵하는 것은 답안의 차별화를 위해 필요하다고 봅니다. 다만, 길게 잡아 2월달 이후에 나오는 자료에는 눈을 돌릴 필요는 없습니다. 최소한 학계동향과 지난 1년간의 최신 판례를 체크하는 정도면 족합니다. 단문집도 이 무렵 개정되어 나올 것입니다. 하지만, 정 부족한 과목만 단문집을 보는 것이 좋습니다. CASE풀이와 답안작성연습이 이 시기의 마지막 과제입니다. 답안작성은 이후 모의고사를 통해 충분히 훈련할 수 있으므로 너무 부담을 갖을 필요는 없습니다.
 3순환부터는 시험과 암기를 병행해 나갑니다. 모의시험은 반드시 응시하십시오. 여유가 없다면, 세목차까지만이라도 써 보는 연습이 필요합니다. 1차는 이해, 2차는 암기라는 말은 이 때부터 적용됩니다. 그 이후의 과정은 사람마다 편한 전략을 짜면 될 것입니다.

 

5. 수험생활과 수험요령·답안 기술 등
(1) 스터디의 유용성에 대해 저도 인정을 하는 바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스터디를 조직하려 하였으나 실패하였고, 학원강의와 다수의 모의시험의 응시로 보완했습니다. 엄격한 시간관리와 구성원 간의 유대만 확보된다면 스터디학습은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2) 1차의 경우 시간싸움이 거의 반이라고 생각합니다. 곧 있을 44회부터는 시험시간이 바뀌고 신경향 문제가 출제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최대한 빨리 아는 문제부터 풀고, 난이도가 높은 문제(신경향 문제 등)는 후에 시간확보를 통해 해결하는 방법이 현명할 것입니다. 또한 외국어는 해마다, 언어마다 편차가 심하긴 하지만, 매일 꾸준히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3) 2차답안은 글씨가 반이라는 이야기가 있습니다만, 제가 상당한 악필임에도 불구하고 득점에 큰 지장을 받지 않은 것을 보면, 큼직하게 알아 볼 수 있게만 쓰시면 무방하다고 생각합니다. 목차구성은 <<Ⅰ. 1. (1) 1) ㉠>> 으로 통일했습니다. 판례는 크게 "判例"라고 쓰고, 중요판례의 경우 <<(2)判例 1)변경 전 판례 2)변경 후 판례 ㉠다수의견 ㉡소수의견>> 과 같이 매우 자세히 소개하였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평소에 교과서 여백에 한눈에 알 수 있도록 정리함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마지막으로, 학설소개는 최대한 간략히, 정확히 하고, 검토와 사안의 해결을 오히려 더 많이, 치밀하게 했던 점이 채점관께 좋은 인상을 심어드린 것 같습니다.   

 
6.  마치면서
 
고시라는 길을 선택한 이상 누구나 길고 어두운 터널을 지나게 됩니다만, 항상 목표의식을 분명히 하고 집중적으로 공부하신다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다른 걱정 없이 공부에만 매진할 수 있었던 사실에 고마움을 느낍니다. 사법시험합격이란 이제 하나의 자격부여에 그치는 것이고, 지나온 날보다 더욱 많은 여정이 기다리고 있음에 더욱 겸허해져야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마지막으로 힘들 때 함께 했던 C, Y형에게 행운이 깃들길 기원합니다.  졸고를 여기까지 읽어주신 데 감사드리면서, 이만 글을 끝맺을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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