烏飛梨落-사해행위 취소소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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烏飛梨落-사해행위 취소소송
  • 한상영
  • 승인 2007.12.28 11: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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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과 경제 이야기>
                                       

한상영 변호사  법무법인 백석 dreamye@naver.com

              
1960년대 초에 한국전력공사의 운전기사로 취직하여 약35년이라는 오랜 세월 동안 운전기사로서의 자신의 업무를 성실하게 수행하다가, IMF때 불가피하게 회사를 그만 둔 분의 사연이 하나 있다.

 

이 분은 부인과 아들 2명이 있는데, 본인이 운전사로 일하면서 번 수입으로 큰 아들을 미국 대학원에 유학까지 보낼 정도로 최선을 다하여 자신의 인생을 살아가고 있는 분이었다. 그리고, IMF 이후 지금까지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기 위해 개인택시면허를 받아 택시운전을 하면서 생활을 유지하고 있었다.

 

내 사무실에 본인, 부인, 큰 아들 이렇게 셋이서 찾아와서, 자신의 법률문제를 상의하기 시작하였는데, 대화가 길어질수록 이 가족의 아름다운 관계가 느껴졌다.

 

보통은 고객들이 내 사무실에서 대화를 나눌 때 매우 절박한 심정으로 법적 쟁점을 다루기 때문에 마음의 여유가 없고 매우 예민한 상태에 있는 것이 일반적인 현상인데, 이분 가족과 대화를 나누고 있는 동안은 그런 느낌은 전혀 없고 오히려 가족간의 훈훈한 사랑이 느껴지는 것이었다.

 

이 분에게는 어머님이 살아 계시는데 연세가 현재 92세의 고령이시고, 아버님은 6.25. 직전에 돌아가셨다고 하였다. 그런데 어머님은 슬하에 4남 4녀의 8남매를 돌보았는데, 전쟁 당시 전투가 가장 치열한 강원도 화천지역에 살면서 어머님은 홀몸으로 8남매를 아무런 탈 없이 잘 보살펴 8남매가 현재까지 잘 살고 있다고 하였다.

 

이 분은 어머님 이야기가 나오자 눈물을 글썽이었다. 어머님이 아버님도 없는 상태에서 8명이나 되는 자녀들을 혼자서 그 전쟁의 포화를 이겨내고 훌륭하게 키웠다는 사실에 감사의 마음이 복받쳐서 눈물을 흘리는 것이었다. 이 분의 표현을 빌리자면, 당시 어머님은 자식들을 “병아리 품듯이” 보살폈다는 것이다. 

 

지금은 어머님이 연세가 드셔서 자식들과 함께 살아야 하는데, 자식들간에 어머님을 서로 모시려고 하여, 결국은 서울 근교에 사는 딸이 어머님을 모시고 있다고 하였다.

 

내 고객은 자신이 장남이라서 어머님을 모시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던 중, 2000년도 경에 어머님을 모시고 있는 여동생집 근처의 땅을 사서 새 집을 짓고 거기서 본인가족이 어머님을 모시고 살기로 계획을 세웠다.

 

그런데, 새로 구입할 땅은 농지였는데 1년 이상 해당지역에 거주하지 않으면 농지 취득자격이 주어지지 않아, 당시 그 곳에 오랫동안 거주하고 있던 손위 누나의 이름으로 중간생략등기형 명의신탁의 형식을 빌려 매입하였다. 즉, 소유자와의 토지매매계약은 내 고객이 매수인으로 계약을 하되, 소유권이전등기는 누나의 이름으로 신탁한 것이었다.

 

그 후 위 땅에 집을 지었고, 2006년도경에 위 명의신탁된 토지를  누나의 명의에서 자신의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하였다.

 

본래는 부동산실명법에 따라 위 명의신탁약정과 물권변동이 무효이므로, 누나의 등기를 말소하여 매도인의 명의로 소유권을 복귀시킨 후 매도인으로부터 자신에게로 소유권이전등기를 하여야 하나, 누나의 명의를 말소하지 않고 누나에게서 직접 자신에게로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하여도 결과는 동일한 것이기 때문에, 증여의 형식에 의하여 누나의 명의에서 자신에게로 소유권을 이전등기한 것이었다.

 

그런데, 문제가 발생하였다. 왜냐하면, 고객이 누나에게서 증여의 형식에 의하여 위 땅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한 즈음에, 때마침 누나의 채권자가 누나에 대하여 금전채권이행청구 소송을 진행하던 중이었는데, 그 와중에 고객이 증여의 형식에 의하여 누나에게서 위 땅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를 취득하였으니, 이는 불가불 사행행위취소소송에 있어서 악의의 수익자가 될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된 것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누나의 채권자가 고객을 상대로 증여계약의 취소와 소유권이전등기말소소송을 제기하였고, 고객은 1심에서 수익자의 악의추정을 극복하지 못하여 패소하였다.

 

l심에서 패소한 후 항소를 제기하고 나서 찾아온 것이 내 사무실이었다. 
 
사연을 들어본 즉, 일단은 위 고객이 위 토지에 대하여 자신의 이름으로 매매계약을 체결한 것과 명의만 누나에게 신탁한 중간생략등기형 명의신탁사실을 한 것이 진실로서 받아들여졌다.

 

내가 할 일은 위 중간생략등기형 명의신탁의 존재사실을 입증해 내서 고객이 결코 악의의 수익자가 아니라는 점을 인정받아야하는 것이다. 제1심에서 위 명의신탁관련 사실들을 왜 입증에 성공하지 못하였는지와 재판부가 고객을 악의의 수익자로 보게 된 사유들을 철저하게 점검하는 것이 선행이 되어야 했다.

 

마치 오비이락의 상황이었다. 원고와 재판부의 입장에서 보면 채무자인 누나와 수익자인 동생이 서로 짜고 증여의 형식을 빌려 채권자의 책임재산을 도피시키는 것으로 보일 수 밖에 없는 당연하기 때문이다.

 

이런 오비이락의 상황에서 내가 확인한 이 가족에 대한 진실을 소송과정에서 입증해 내어 사행행위 소송에서의 수익자에 대한 악의추정을 깨뜨려야 할 책임이 나에게 있다.

 

하여튼 나는 참으로 행복하다. 서로를 진심으로 사랑하는 가족들을 만난 것이 참 기쁘기도 하고, 또 비록 대가를 받고 일하기는 하지만 이런 가족들의 문제를 해결하는 책무를 내가 수행한다는 사실이 즐겁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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