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시영의 세상의 창-겨울강 위의 팽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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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영의 세상의 창-겨울강 위의 팽이
  • 법률저널
  • 승인 2007.12.07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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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영 숭실대 법대교수/변호사/시인

 

제17대 대통령선거운동이 한창이다. 검찰은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를 둘러싼 BBK, 다스, 주가조작 등 3대 의혹 사건에 대하여 모두 무혐의 결정을 내렸다. 대통합신당의 정동영 후보와 무소속 이회창 후보측은 검찰의 수사결과를 믿을 수 없다며 반발하고 있지만, 검찰은 김경준의 단독범행일 뿐 이명박 후보와는 무관하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였다. 한쪽은 사필귀정이라고 환호작약하고, 다른 한쪽은 겁먹은 검찰이 이명박 후보에게 면죄부를 주었다는 음모론을 내세우며 대립각을 세우지만, 국민은 일단 검찰의 발표를 신뢰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고, 이명박 후보는 일단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게 되었다.


이제부터는 흑색선전을 덮고 국민이 바라는 정책선거로의 전환을 기대해 보지만, 오히려 한방과 헛방의 대립은 더욱 더 치열해질 듯하다. 그러나 이명박 후보의 독주체제를 막을 수는 없을 듯하다. 반면에 절체절명의 위기의식을 느꼈는지 정동영 후보와 문국현 후보의 후보단일화 협상이 급물살을 타고, 반이명박 세력의 결집이 뚜렷해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어느 쪽이 최종 승리자가 될 지는 12월 19일 뚜껑을 열어봐야 알 수 있겠지만 대세의 흐름은 어찌할 수 없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시내 곳곳 눈에 띌 만한 곳에는 대통령 후보자들의 사진과 함께 기호 및 선거공약이 기재된 현수막이 걸려 있다. 재미있는 것은 이명박 후보는 “경제를 살리겠습니다”라는 각오형 문장식 표어를 사용하고 있음에 비하여 다른 후보들은 가족행복시대라든지 일자리 500만개 창조라든지 등과 같은 명사 조합형의 구호를 사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각오를 표출하는 문장식 구호는 자신이 애써서 노력하겠다는 의지의 표현, 즉 앞서 먼저 달려갈 테니 따라오라는 선도형 구호인데 반하여, 명사 조합형 구호는 이를 본 국민으로 하여금 자발적으로 따라 하게 만드는 화합형 이미지 중심의 구호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어느 쪽 선거구호가 더 타당한지 모르겠지만, 그런 것도 후보 성격의 일단을 보여주는 점이라고 보아도 무방할 듯싶어 국민으로서는 선택기준의 하나로 삼아도 되지 않을까 싶다.


김경준에 대한 검찰의 수사결과 발표로 모든 이들의 마음이 결정되었으리라 생각된다. 그 수사결과에 따라 배신과 반역의 꿈을 꾸고 있던 자들은 그 꿈을 접을 수밖에 없게 되었을 것이다. 그렇지만 생존에 대한 두려움은 어떠한 형태로든 언젠가는 표출될 것이고, 현재의  굴신복종의 길이 계속될 것인지 아니면 면종복배의 길로 들어설 것인지는 생존에 대한 두려움의 크기에 따라 의지와 상관없이 결정될 것이다.


12월이다. 대선으로 우리가 정신을 빼앗기고 있는 사이에 “황금복돼지해”여서 모든 것이 운수대통할 것이라며 덕담을 주고받았던 신년초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한 해가 저물어가고 있다. 세월은 참으로 빠르다. 황금복돼지 덕분인지 다른 해에 비해 많은 신생아들이 출생되었다는 점은 사람의 마음을 풍요롭게 하지만, 여전히 세상은 풍요와 빈곤이 복잡하게 얽히고 설켜 있다.


시 한편을 소개한다. 따뜻한 군고구마를 먹으면서 읽으면 참 좋겠다라는 생각을 한다. “세상이 꽁꽁 얼어붙었습니다 하나님/팽이 치러 나오세요/무명 타래 엮은 줄로 나를 챙챙 감았다가/얼음판 위에 휙 내던지고, 괜찮아요/심장을 퍽퍽 갈기세요/죽었다가도 일어설게요/뺨을 맞고 하얘진 얼굴로/아무 기둥이 없이 서 있는/이게,/선 줄 알면/다시 쓰러지는 이게/제 사랑입니다 하나님” - 최문자 시인의 “팽이” 전문이다.


대통령 후보자들은 자신이 대통령이 되면 경천동지, 세상을 아름다운 천국으로 바꿀 수 있을 듯 큰소리를 치지만 우리 인생이라는 게 저 시인이 절창하듯 얼굴이 하얘지도록 맞아야 기둥 없이 설 수 있는, 줄에 휘감겨 사정없이 얼음판에 내던져져야 쓰러졌다가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팽이 같은 인생이니 결국 스스로 노력하며 살아갈 수밖에 없다. 도처에 호시탐탐 남의 것을 탐하는 자들이 넘쳐나고 있고, 그 세상을 최문자 시인은 꽁꽁 얼어붙은 세상이라고 절망하면서도 하나님에게 애타게 팽이 치러 나와 달라고, 어리석은 인간을 일깨워 달라고 매달리는 절절한 기도를 올리고 있다. 인간 자체가 기둥 없이 홀로 설 수밖에 없는 외로운 존재이기에 인생이 힘겨워 쓰러질 것이어서 신에게 의지하며 다시 넘어지는 그 나약함을 사랑해 달라고 어리광부리고 있다.


또 다른 한편의 시를 함께 읽어보자. “겨울강에 나가/허옇게 얼어붙은 강물 위에/돌 하나를 던져본다/쩡 쩡 쩡 쩡 쩡//강물은/쩡, 쩡, 쩡,/돌을 튀기며, 쩡,/지가 무슨 바닥이나 된다는 듯이/쩡, 쩡, 쩡, 쩡, 쩡,//강물은, 쩡,/언젠가는 녹아 흐를 것들이, 쩡/봄이 오면 녹아 흐를 것들이, 쩡, 쩡/아예 되기도 전에 다 녹아 흘러버릴 것들이/쩡, 쩡, 쩡, 쩡, 쩡,//겨울 강가에 나가/허옇게 얼어붙은 강물 위에/얼어붙은 눈물을 핥으며/수도 없이 돌들을 던져본다/ 이 추운 계절 다 지나서야 비로소 제/바닥에 닿을 돌들을./쩡 쩡 쩡 쩡 쩡 쩡 쩡” - 박남철 시인의 “겨울강” 전문이다.


최문자 시인이 꽁꽁 얼어붙은 겨울땅에 팽이를 내어던지듯, 박남철 시인이 꽁꽁 얼어붙은 겨울강에 돌멩이를 던지듯 우리는 끝없이 던져지고 던져진다. 이 추운 계절 다 지나서야 비로소 강바닥에 가 닿을 돌이 되어 봄이 오기를 기다리고 하나님의 보호하심을 기다린다. 대통령이 결코 우리의 구원자가 아닌데도 그들이 구원자이기나 한 것처럼 그들의 심장을 향해 던져지고, 그러다 봄이 오는 그 어느 날 의지했던 겨울강이 녹아내려 강물 아래 깊숙이 우리가 빠져들지도 모르고, 질퍽해진 바닥에서 팽이를 더 이상 돌릴 수 없게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어쩌랴, 초당 30키로 가까운 거리를 공전하며, 분당 28킬로 가까이 자전하며 우주를 휘젓고 다니는 이 지구 위의 족속이 바로 우리인 것을, 쓰러지지 않기 위해서는 돌고 돌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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