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시영의 세상의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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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영의 세상의 창
  • 법률저널
  • 승인 2007.02.09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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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영 숭실대 법대교수/변호사/시인

 

발톱은 느리게 자라지 않는다

 

요즘 가장 궁금한 것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하나님은 왜 에덴동산에 선악과를 심어 놓았을까 라는 점이다. 인간을 그의 뜻대로 창조하였다면 영원히 착하고 선하게 살아가도록 아예 악을 알지 못하도록 하였으면 좋았을 걸, 선악과를 따먹을 수 있도록 방치함으로써 사람들의 마음속에 교만과 이기심을 불러 넣어 서로 다투게 만들었는지 알다가 모를 일이다.


어찌 보면 이 세상 모든 사람들은 선하고 관대하다. 하지만 선함의 마지막 경계선은 어쩌면 자기 이익과 무관한 상태까지가 아닐까 싶다. 모든 사람은 자기와 관계가 없는 일에 대하여는 대단히 너그럽다. 그렇지만 아주 사소한 일일지라도 자기의 이익이 침범당하는 순간이 되면 처음에는 모두 방어적이다가 결국에는 공격적으로 바뀌게 되고 조용하던 세상은 격랑 속으로 휩쓸려 들어가게 된다.


대한민국의 일주일은 참으로 바쁘다. 아니 하루하루가 너무너무 분주하고 소란스럽다. 재계서열 2위인 현대자동차 정몽구 회장이 비자금횡령 등의 죄목으로 1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고서도 법정구속만은 면했다. 항소하지 않는 한 구속집행이 불가피하게 되었다. 재계서열 1위인 삼성전자와 관련된 주식편법인수사건에 대한 선고기일이 또 연기되었다. 건국 이래 최대의 사기사건이라고 불리는 제이유사건에 대한 담당수사검사의 짜맞추기식 수사와 강압적이고 회유적인 거짓자백강요가 해당 참고인의 녹취록 공개에 의해 만천하에 알려지자, 해당검찰청 검사장이 대국민사과를 하기에 이르렀다. 진실을 밝혀야 할 검사의 직무를 일탈해도 이렇게 일탈할 수 없을 정도의 범죄행위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만일 이러한 일이 사실이라면 이는 허위공문서작성죄가 성립할 뿐만 아니라 직권남용 등의 죄목으로 형사처벌되어야 할 사항이다.


양ㆍ한방ㆍ치과 협진 허용, 마취통증의학과나 병리과 등 일부 진료과목에 대해 의사가 여러 의료기관을 순회하며 진료할 수 있는 의사 프리랜스제의 도입, 표준진료제도의 도입, 간호사의 진단제도 도입 등을 주요골자로 하는 의료법 개정안이 보건복지부에서 발표되자마자 의사들의 반발이 집단으로 나타나고 있다. 우르르 과천정부종합청사 앞으로 몰려간 의사들의 수가 수천 명에 이른다. 자기들의 이권 침해에 대한 즉각적인 반응이다.


정계에서는 열린우리당 국회의원들의 집단탈당사태 발생으로 열린우리당이 원내 제2당으로 전락하고, 한나라당이 제1당으로 부상하였다. 열린우리당의 신당추진파들이 급기야 당을 쪼개고 나간 것이다. 살아남기 위한 고육지책이라고 하지만 국민들의 시선은 냉담하다. 원내 제1당이 된 한나라당은 즉각적으로 원내 제1당이 차지해온 국회운영위원장 자리 및 원내에서의 좌석도 의장석을 중심으로 한 가운데 자리를 내어놓으라고 야단이면서도, 한편으로는 탈당파들이 새로운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하게 되면 정당보조금과 선거보조금이 48억 원 가량이 줄어들게 되어 손해를 보기 때문에 그리 달가워하지 않는다는 보도를 접하면서, 모든 것이 명분과 가치를 상실한 채 손익만을 맞춰보는 여야정치인들 모두에 대한 염려를 떨쳐낼 수가 없다.


학계에서도 이필상 고려대 총장의 논문표절시비를 둘러싸고 그를 총장직에서 몰아내고자 하는 반대파들의 음모라는 주장에서부터 그의 논문은 분명히 표절이기 때문에 학자로서의 자격이 없으므로 당연히 사퇴하여야 한다는 주장에 이르기까지 대학사회의 고질적 논문베끼기 문제가 여론의 도마 위에 오르내리고 있다. 중고등학교 학생들의 고가교복에 대한 거품을 빼어야 한다면서 학생들의 공동구매를 통한 교복 값 폭리를 막아야 한다며 신입생들의 단체구입을 보장하기 위해 입학 후 최초로 입게 되는 하복부터 교복을 입도록 하자는 교육인적자원부의 지침이 일선학교에 시달되었다. 모두들 자기 이익을 위한 다툼이다.


발톱은 손톱에 비해 자라는 것이 느리다고 생각하기 쉽다. 보통 손톱을 세 번 정도 깍을 때 발톱은 한 번 정도 깍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것은 겉으로 드러나는 현상일 뿐 실제 발톱도 손톱자라기 만큼 자란다. 단지 손톱보다 발톱이 신발 속에서 더 치열하게 닳기 때문에 자란 부분이 남아 있지 않아 느리게 자라는 것처럼 인식될 뿐이다. 우리도 눈앞의 이익에 얽매이기보다는 발톱처럼 치열하게 살아야 한다. 치열하게 사는 자는 남의 이목에 신경 쓸 여유가 없다. 오직 자기에게 주어진 사명을 수행해 나가기만도 시간이 부족하다. 대부분의 국민들은 자기의 생업현장에서 자기의 일을 묵묵히 수행해 나가고 있다. 사실 세상이 금방이라도 절단날 것처럼 많은 이들이 호들갑이지만 둘러보면 모두는 제자리에 그냥 그대로 있다. 우주 속에서 바라보는 한 공간일 뿐이다. 태양이 지구를 돈다고 믿었던 천동설에 대해 코페르니쿠스는 지동설을 주장했다. 지구가 태양의 주위를 도는 것이라고. 그렇다면 태양은 우주 속에서 정체되어 있는가? 지구의 시각에서 본다면 태양은 우주 속 한 공간에 정체되어 있겠지만, 우주의 시각에서 바라보면 태양 역시 한 자리에 그대로 붙어 있지 않다. 지구가 움직이고, 달이 움직이고, 그 외의 수많은 별들이 움직이기 때문에 태양 역시 제 스스로 움직이지 않더라도 우주의 공간 속에서는 이미 있던 자리가 변경되어 있어 그 역시 움직이고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결론적으로 우주 전체 속에서는 태양 역시 움직이고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이처럼 시각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세상만사는 달라진다. 관점이 모든 것을 바꾸는 세상이기에 관점을 어디에 두느냐는 것은 대단히 중요한 문제이다. 더불어 살아가야 하는 세상에서 가장 확실한 관점은 이 세상에 유익이 되는 것인가 하는 점이다. 한 쪽의 유익이 다른 쪽의 불리함이 되는 것이 일반적인 세상사이겠지만, 함께 더불어 윈-윈 할 수 있는 관점을 계속하여 찾아나가는 것, 그것이 가장 중요한 덕목이 되는 세상을 우리는 만들어 나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의 마음에 상대방을 아끼고 존중하는 마음이 무엇보다 절실히 필요한 때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발톱은 결코 손톱보다 느리게 자라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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