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시영의 세상의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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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영의 세상의 창
  • 법률저널
  • 승인 2007.01.05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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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영 숭실대 법대교수/변호사/시인

 

바보들의 창의력


정해년, 돼지해가 밝았다. 정해년의 뜻풀이가 붉은 돼지라는 뜻이어서 이를 황금돼지해라고 부르며, 마치 운수대통의 해가 될 것처럼 야단들이다. 붉은 것이 어떻게 황금으로 둔갑을 했는지 알 수 없지만, 역술가들조차 황금돼지해라는 뜻이 없다는데도 언론에서는 황금돼지해라고 호들갑이다. 멋모르고 사람들도 황금돼지해에 아이를 낳으면 평생 부자로 살 것이라면서 금년에는 많은 자녀들을 출산할 계획이라고 하니 출산율 저하에 따른 문제점이 어느 정도 해결될 수 있다는 점에서는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다. 한편으로는 평균 출산율보다 높은 출산율-2000년 밀레니엄년도에도 그런 현상이 나타났다- 때문에 같은 년도출생 아이들끼리는 매사에 경쟁률이 높아져 힘들 것이라는 우려조차 낳고 있다.


돼지는 어떤 동물인가? 돼지는 참 불쌍한 동물이다. 인간에게 사육되는 동물 중에서 가장 천시받는 동물이다. 인간에게 사육되는 수많은 동물들-소, 닭, 개, 고양이, 오리, 토끼 등등- 가운데에서 가장 더럽게 키워지고, 가장 천하게 대접받는다. 인간에게 가장 많은 육류를 제공하는 유익한 동물이면서도, 인간들은 걸핏 하면 욕심 많은 동물로 묘사하며 돼지를 천대하고 있다. 어느 학자의 발표에 의하면 인간에 의해 가장 욕심 많은 동물로 칭해지는 돼지는 위를 80% 채울 정도로만 음식을 먹을 뿐 더 이상 음식을 먹지 않는다고 한다. 오히려 돼지를 욕심 많다고 흉보는 인간이 위를 100% 가득 채우고도 더 채워 넣는다는 것이다. 우리가 돼지의 소리를 듣지 못해서 그렇지 오히려 돼지가 인간을 흉볼 일이다. 


노는 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우리들, 모였다 하면 술 먹고, 밥 먹고, 노래방 가서 노래 부르고, 어쩌면 거의 모든 국민들이 정해진 코스대로 가면서 흥청거리는 모습이 일반적이다. 신년 새해 벽두에 어떤 이들은 교회나 성당 또는 사찰에 첫새벽에 신자들이 모여 자기가 믿고 따르는 신 앞에 경건해지려고 노력하고, 어떤 이들은 새해 첫 해가 뜨는 것을 보겠다며 동해안으로 몰려들어 해맞이 장관 앞에 탄성을 자아내며 한 해 동안 신의 축복을 기원하기도 한다. 이제 우리도 노는 문화가 정말 흥청망청이 아니고 우리의 영혼을 살찌우고 우리의 삶을 윤택하게 하는 수준높은 콘텐츠의 개발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고, 이를 위해서는 우리의 의식이 선진화되어야 할 것이다. 그리하여 일상으로 돌아오더라도 그 노는 마음, 여유로운 마음이 그대로 유지되면서 우리의 삶에 남을 위한 배려와 자신을 위한 배려가 넘쳐나야 할 것이다.


세계 최고의 자동차 회사인 BMW사는 한 달에 한 번 엉뚱한 시상식을 갖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다름 아닌 “이달의 가장 창의적인 실수상”이라는 상이다. 한 달 동안에 가장 엉뚱한 실수를 한 직원을 발굴해서 포상하고, 그의 엉뚱한 실수가 기업의 가치 창조에 기여할 수 있도록 새로운 아이디어의 뿌리로 삼는다는 것이다. 규격화된 사회에서 창의적이고, 기발한 발상의 전환을 가져오는 그 실수상을 타는 직원은 대단히 행복해 한다는 것이다. 반면에 “이달 최고의 바보 같은 행동”으로 징계를 하기도 하는데, 그것은 바로 “이달의 가장 창의적인 실수”를 조롱한 직원을 그런 명목으로 징계한다는 것이다. 세계적인 혁신기업 3M에는 15%룰이라는 특이한 규칙이 있는데, 업무시간의 15%를 창의적인 아이디어 생산에 활용하라면서 “합리적인 빈둥거림”을 허용한다는 것이다. 기름 쥐어짜듯이 직원들을 타이트하게 조이지 않고 커피를 마시며, 다리를 흔들고 담배를 피우는 시간 등을 통해 머리 속으로는 담배연기가 공기 속으로 서서히 녹아들 듯 몸 전체로 상상력을 동원하라는 것이다.


2007년은, 아니 앞으로의 세상은 창의력이 무엇보다도 우대받는 세상이 될 것이다. 아직도 IQ에 중심가치를 두고 있는 우리사회도 EQ나 CQ(창조적능력)에 보다 많은 가치를 부여하게 되고, 이리 그러한 변화는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고 현실화되고 있다. 문화콘텐츠가 발달한 나라야말로 21세기를 주도하는 세상이 될 것이다.


희망제작소 상임이사를 맡고 있는 박원순 변호사는 “국민소득이 2만 달러에 멈춰서 있는 이때, 한 단계 도약을 위해 필요한 것은 상상력뿐”이라고 힘주어 말한다. 그는 현재 전국 곳곳을 돌아다니며 도시를 새롭게 디자인하는 작업을 진행 중에 있다. 그는 도시는 인간이 사는 곳이고, 이러한 도시를 단지 몇몇 건축가와 관료들이 주도하는 행정복합도시, 행복도시, 혁신도시, 뉴 타운 등은 구호는 거창할지 몰라도 일반 시민들의 꿈이 들어있지 않은 죽은 도시에 불과하기 때문에 거기에서 함께 살아가야 할 일반시민들이 어떤 건물, 어떤 길거리를 어떻게 만들어야 할지 함께 고민해 꿈을 불어넣을 수 있어야 하지 않겠느냐며, 그 도시만이 가지고 있는 기존가치를 살릴 수 있는 방향으로 도시를 디자인해야 한다는 것이다. 상상이 상상으로 그치지 않고, 공상에 머물지 않고 현실 속에서 실현되기 위해서는 많은 이들이 그 상상력에 대한 합의점을 도출해 낼 수 있도록 프로세스를 개발해야 한다.


우리 국민은 대단히 창의적인 국민이다. 끊임없이 매사에 호기심을 갖는다. 그것이 부정적으로 작용하여 이웃의 사생활을 지나치게 침범하거, 남의 명예를 훼손하는 형태로 나타나기도 하지만, 긍정적으로는 역동적이고 매사에 진취적이다. 국민들 모두의 눈빛이 반짝거리고, 기회만 주어지면 무엇이든지 할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지금 일산 헤이리에 가면 “헤이리 마을”이 조성 중에 있다. 한 마을 전체가 음악, 미술, 공연 등으로 가득 채워질 헤이리 마을은 지금 한창 건설 중이다. 곳곳에 소규모의 공연장과 박물관, 전시관 등이 들어서고, 앞으로 많은 이들이 이 곳을 찾을 것으로 기대가 된다. 세계적인 기업 GE의 새로운 회장 제프리 이멜트 회장은 스스로를 최고상상력책임자로 자칭한다.

 
2007년, 오늘의 우리는 어떠한 상상력을 꿈꾸어야 할까? 여전히 남북정치지도자들, 여야지도자들은 상상력이 마이너스인 채로 이념이 어떻고 좌우가 어떻고 핵무기가 어떻고 바보 같은 소리들만 늘어놓고 있다. 그렇지만 창의적인 상상력에 몰두한 지혜로운 바보들이 넘쳐나면 얼마나 좋을까? 우리 모두 그러한 바보가 되었으면 참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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