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시영의 세상의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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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영의 세상의 창
  • 법률저널
  • 승인 2006.11.17 1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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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영 숭실대 법대교수/변호사/시인

 

새벽에 제 닭 잡아먹는 사람들

 

사막여행길에 낙타의 눈물을 본 적이 있다. 뚜벅뚜벅 여행객을 태우고 고개 한 번 젓지 않고 묵묵히 걸어가던 지친 낙타, 나는 여태까지 낙타의 무릎만큼 닳고 굳은살을 어느 동물에게서도 본 적이 없다. 한국사회가 점차 사막화되어가는 느낌이다. 사막은 낙타의 눈물을 먹고 산다. 그 눈물 모아 사막 어딘가에 오아시스가 만들어지고, 한 모금의 생수가 없어 죽어가야 할 소중한 한 생명이 구원받기도 한다. 그렇지만 작금의 한국사회는 낙타의 눈물마저 먹어치울 듯 사막의 모랫길에 눈물 한 방울 남겨주지 않으려 탐욕으로 발버둥치고 있다. 사막에서 오아시스가 사라지는 날, 그 마지막 황무지에서 누가 살아남을 수 있으랴? 낙타는 살아남을 수 있으려나? 그러기에 한 마리의 낙타가 살아있는 한 희망을 가져야 하는 것인가?


오늘 한국사회는, 첫새벽 제 닭 잡아먹는 사람들로 넘쳐나고 있다. 새벽을 깨워야 할 소중한 공동가치인 닭을, 그것도 제 자신의 닭을 잡아먹으면서도 그 닭의 울음소리가 상징하는 새벽의 여명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모두가 여전히 한밤중인 양 제 닭을 잡아먹으면서 스스로 사막이 되어가고 있음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부동산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하룻밤 자고 나면 억 단위로 오른 곳이 있다는 말이 여기저기에서 들려온다. 모두들 지상에 발을 딛고 있지 않고 옥상 모서리에 간신히 매달려있는 듯한 느낌이다. 부동산 가격이 모두 따라 오르면 한 집 팔아 한 집 살 수 있을 뿐이다. 아니 인상된 양도소득세 등을 공제하고 나면 빚을 내어서야 간신히 다른 집을 살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집을 가지지 못한 서민들은 오른 값의 집을 이제는 살 수 없게 되는 깊은 절망의 나락으로 떨어지지 않을 수 없다. 부동산가격의 급격한 인상은 무엇보다도 인간을 무의미하게 만든다. 인간 땀의 산물인 노동력의 가치를 극소화시킨다. 부동산 오른 값을 충당하기 위하여 전월세 가격이 뛰어오를 것이고 임대료가 급격히 오를 것이다. 그러한 인상된 임대료는 그대로 그곳에서 판매되고 있는 상품 값에 전가될 것이고, 결국 인간의 노동력 가치가 얼마나 왜소하고 초라한지, 가지지 못한 사람들을 극단의 비참함으로 몰아붙일 것이다. 땀을 흘리면 흘릴수록 허리띠를 졸라매야 하는 황당한 모노드라마가 펼쳐질 것이다.


반기문 차기 유엔총장의 출국소식 사이로 여야 정치꾼들이 전효숙 헌법재판소장 국회임명동의안처리문제로 국회의장석을 둘러싸고 소모적 정쟁을 벌리고 있다. 가관에 꼴불견이다. 정부의 부동산안정을 위한 추가공급확대계획발표에 시장은 오히려 반대로 널뛰기를 하고 있다. 북한핵무기 해결을 위해 6자회담이 열린다는데도 미국은 북한의 선박에 대한 PSI정책을 계속 추진하고 있고, 한국 정부의 한반도 주변 해양에서의 불참결정에 대하여 미국 정부는 실망하였다고 야단이다. 이에 편승하여 한미동맹의 균열이 올지도 모른다는 보수언론들의 호들갑은 여전하다. 레바논사태를 수습하기 위하여 유엔의 공식요청에 의한 평화유지군 파병 문제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한국 정부에 대하여 이스라엘 정부는 파병을 자제해 줄 것을 외교부를 통해 공식적으로 요청하여 갈등을 조장하고 있다. 한미 FTA협상 속에서 미국의 빅 쓰리 자동차회사는 한국 정부에 대하여 자동차시장을 개방하라고 압력을 가하고 있고, 신약의 특허기간을 연장해 줄 것과 미국에서 받고 있는 고가의 약가를 소득수준이 낮은 한국에도 그대로 적용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말도 되지 않는 압력을 넣고 있다. 미국의 중간선거 결과 국방장관에서 해임된 도널드 럼즈펠드를 미국의 인권변호사단체인 컨스티튜셔널라이트가 독일의 전범재판소에 고소하였다는 외신이 눈에 새롭다. 제2차세계대전의 악몽에서 깨어난 독일에는 전범의 경우 독일 국내가 아닌 국외 사건에 대하여도 조사할 수 있고 일반인도 자유롭게 소를 제기할 수 있는 보편사법권제도가 시행되고 있어서 위와 같은 일이 가능한 것이다. 쿠바 관타나모 기지와 이라크 아부그라이브수용소에서 전쟁 포로들에 대한 학대를 지시한 혐의로 기소하겠다는 위 단체의 향후 행보를 지켜볼 일이다.   


무한경쟁의 WTO체제에서 살아남으려면, 새벽에 제 닭 잡아먹는 어리석은 일은 하지 않아야 한다. 정부를 신뢰하지 않는, 아니 신뢰할 수 없도록 여론을 악화시켜 나가는 일부 메이저 언론사들은 통렬한 자기반성이 있어야 한다. 결코 노무현 정부를 편들고자 함이 아니다. 그렇지만 매사에 반대를 하고, 부정적인 기사를 쏟아놓으며 국민을 이간질시키고 정부로부터 분리시키는 일에 앞장만 선다면 그 언론은 이미 보편적 비판자로서의 언론이 아니라 맹목적인 반대자이고, 역사를 거슬리는 반역자일 뿐이다. 현정부가 잘못하는 것 많다. 그리고 그러한 사실을 많은 국민들도 알고 있다. 그렇지만 세계라는 망망대해에서 한국호가 표류하는 것은 막아야하지 않겠는가? 새벽에 제 닭 잡아먹으면서 이빨 쑤실 것이 아니라 닭을 보호해야 하지 않겠는가? 달걀이 생산될 때까지, 닭울음소리가 새벽을 알릴 때까지 말이다. 그래야만 계란 반찬이 도시락 안에 들어 있을 때 뛸 듯이 기뻤던 그 어려웠던 어린 시절의 즐거움을 비교할 수 없이 풍요로워진 오늘에도 또 다른 기쁨으로 맛볼 수 있지 않겠는가?


반대만 할 것이 아니라 무엇인가를 하자는 사람을 믿어주고, 국민을 다독거려 주고, 국민들이 그 취지를 공감하여 협조할 수 있도록 여론을 조성하고 분위기를 조성해주어야만 모든 계획은 성공하게 된다. 그렇지만 자꾸 불신하고 반대하고 옆길로 새나가면 잘될 일도 와르르 무너지고 말지 않겠는가? 상대방이 싫다는 이유만으로 이렇게 풍비박산의 나라, 국론이 분열되어 사막화되어가고 있는 현실을 지켜보면서, 아니 오히려 부채질하면서 히히낙낙거린다면 어디 그게 언론인가, 민족의 반역자이고 역사의 반역자이지.


내 눈에는 지금 와르르 무너지고 있는 부동산가격의 거품현상이 저만큼에서 성큼성큼 걸어오고 있는 모습이 눈에 선하다. 또 한 번 부동산가격의 폭락현상으로 모든 국민이 허리띠를 졸라매고도 굶주림을 참기 힘든 시절이 곧 닥쳐 올 것이 눈에 뚜렷하다. 아이엠에프 때, 불과 9년 전에 부동산가격 폭락으로 얼마나 많은 국민들이 눈물을 흘렸는지 모두 잊고 있다는 것이 신기하기만 하다. 부동산가격이 오르는 것이 그리도 즐거운가? 대한민국을 사막이 되도록 그대 방치하려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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